[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돈스파이크 사태, 마약 경종 울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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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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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돈스파이크 사태, 마약 경종 울렸다
돈스파이크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큰 충격을 안겼다. 돈스파이크는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로 사실상 연예인급 유명인이었다. 지난 6월에 결혼해 행복한 신혼생활을 이어간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4월부터 유흥업소 종사자 남녀 등과 호텔에서 집단적으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것이다.

가장 놀라운 건 돈스파이크에게 마약 전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사건 초기엔 마약 전과 3회로 알려졌다가 지금은 2회로 정정됐다.

2010년에 500만 원 벌금형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2회건 3회건, 어쨌든 마약 전과가 있었다는 점이 너무나 놀랍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돈스파이크는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처럼 활동했는데 아무도 그의 마약 전력을 몰랐었다.

2010년에 마약 혐의로 두 번이나 처벌 받은 사람을 그동안 방송이 10년 이상 예능에 내세운 것이다. 시청자에게 범죄전력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말이다.

그동안 돈스파이크는 특이하지만 사람 좋은 청년 이미지로 알려지면서 연예 스타로 우뚝 섰다. 먹방 스타도 됐고 요식업 사업가로까지 성공했다. 이 모든 걸 방송이 만들어줬다.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국민들은 돈스파이크의 두 얼굴을 몰랐을 것이다.

지금까지 방송 출연자 부실 검증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돈스파이크 사태는 그중에서도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10년 이상 아무 것도 모르고 각종 프로그램에서 그를 봐온 시청자들은 기가 찰 뿐이다. 방송국이 반성할 일인데, 하지만 방송국이 수사당국이 아닌 이상 당사자가 전력을 숨기면 그것을 밝힐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결국 당사자의 양심, 책임 있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마약전과가 2회나 있으면 예능에서 자신을 연예인처럼 내세운다고 해도 고사하게 마련이다. 연예계 활동을 하려면 범죄전력을 밝히고 시청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보통 다 그렇게 한다. 하지만 돈스파이크는 과거를 숨기고 태연히 연예인처럼 활동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뻔뻔함이다. 예능 출연자들의 도덕성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우리 사회에 마약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웠다. 돈스파이크는 호텔에서 혼자 있다 체포될 당시 필로폰 30g를 소지했었다고 한다. 이는 수백 명에서 천 명 정도까지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마약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마약이 얼마나 많이 퍼져있는지를 말해준다.

한때 우린 스스로 마약청정국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약했고, '마약김밥'처럼 마약이란 말을 가볍게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마약문제가 심각해져간다. 과거엔 마약 구하기가 힘들었지만 이젠 인터넷과 택배를 통해 비대면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마약 제품이 다변화돼서 여러 형태의 마약이 다양한 가격으로 유통된다고 한다. 해외 경험이 많아져서 더 경각심이 약화됐다. 젊은 층이 열광하는 강남 클럽 문화와 마약이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주장이 버닝썬 사건 당시 제기된 바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젊은 세대 마약사범이 늘어난다. 과거엔 3040세대에서 마약사범이 많았는데 이젠 20대까지 내려간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경각심이 약화되는 데에 연예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돈스파이크처럼 여러 차례 마약 전과가 있는데도 멀쩡히 사회활동하는 유명인을 보며 마약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연예인들의 파급력이 큰데, 최근 연예계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해져간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엔 얼굴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마약 구하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이젠 비대면으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연예인들의 활동 반경이 전 세계로 넓어졌고, 해외 출신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미국식 팝문화가 더 깊숙이 우리 가요계에 침투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마약과의 접점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돈스파이크 사태는 이런 흐름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일단 방송사가 더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방송사가 수사기관이 아니라고 하지만, 주변인들 사이에 퍼지는 평판을 적극적으로 참조하면 출연자에 대해 더 깊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획사들과 연예인들 자신이 마약문제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다져야 한다. 절대로 안 된다는 의식이 없으면 무심코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애초에 마약청정국이라는 말 자체가 근거 없는 것이었다. 그런 말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마약문제가 우리 앞에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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