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미상 수상으로 새 길 연 `오징어게임`

김시무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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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미상 수상으로 새 길 연 `오징어게임`
지난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비영어권 드라마로는 최초이면서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이정재는 한국 배우 최초이자 아시아 배우 최초로 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한류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게 됐다. 이 밖에도 '오징어 게임'은 사전에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2022 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여우단역상(이유미), 스턴트 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에미상 돌풍을 예고했었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흥행대박을 터트리면서 그 해 3분기 신규가입자가 438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전 세계 1억1100만 개의 계정이 이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94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9부작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에 2140만 달러(약 253억원)를 투자했는데 넷플릭스의 내부 평가 지표인 임팩트 가치(impact value)는 8억 9110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비의 5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투자로 엄청난 흥행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이처럼 지난해 흥행 신기록을 새롭게 쓴 이 드라마가 공개된 지 일 년 만에 에미상 주요 부문을 석권함으로써 작품성까지 재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 드라마의 구성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자.

1화 무궁화꽃이 피던 날 - 빚더미에 올라앉아 허덕이던 중년 남자 기훈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의문의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2화 지옥(Hell) - 참가자 456 명은 죽음의 게임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중단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투표를 결행한다. 3화 우산을 쓴 남자(The Man with the Umbrella) - 달콤하면서도 살벌한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된다. 4화 쫄려도 편먹기(Stick to the Team) - 끼리끼리 뭉치면서 살아날 궁리를 하는 참가자들 하지만 숙소의 불이 꺼지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5화 평등한 세상(A Fair World) - 또다시 찾아온 악몽 같은 밤 기훈과 팀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번갈아 불침번을 선다.

6화 깐부(Gganbu) - 2인 1조로 진행되는 4번째 게임. 기훈이 도덕적 딜레마에 휩싸여 갈등하는 사이 상우는 스스로를 지키려는 본능에 몸을 내맡긴다. 7화 브이아이피(VIPS) - 게임장의 리더가 VIP들을 특별관람석으로 안내한다. 곧 시작되는 다섯 번째 게임은 공중에 매달린 유리판을 건너뛰는 것이다. 8화 프런트맨(Front Man) - 다섯 번째 게임에서 살아남아 숙소로 돌아온 소수의 참가자들. 곧, 게임의 추악한 비밀이 폭로된다. 9화 운수 좋은 날 - (One Lucky Day)마지막 게임의 시간이 왔다. 이를 통해 최후의 승자가 정해지게 된다.

'오징어 게임'의 키워드는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참가자 한 명당 1억씩 도합 456억원이 최후까지 살아남은 1인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이런 전제 하에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대단히 익숙한 추억의 게임들을 소환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게임은 드라마 이전부터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친숙했던 놀이였다. 하지만 게임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총탄 세례를 받는다는 설정부터 시청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설탕을 녹여서 만드는 달고나 게임은 그들에게 건네진 다양한 무늬들을 주어진 시간 안에 뽑아내지 못하면 그대로 즉결 처분을 당한다. 어렸을 때 영롱한 유리구슬로 홀짝 게임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있었던가? 학교 운동회 시간의 대미를 장식하던 반 대항 줄다리기 게임은 이제 집단학살의 도구로 돌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로 오징어 게임이 펼쳐진다. 이제는 추억의 게임으로만 남아 있던 그 게임이 이 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혹적이면서 위험 천만한 게임임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황 감독은 이 같은 아주 친숙한 게임들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해 자본주의 양극화 사회에서 벌어지는 계층 간의 비극을 매우 신랄하게 표현하고 있다.

10여 년 전 그가 이러한 각본을 구상했을 때만 해도 국내 제작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나날이 변모하고 있는 국제 미디어 환경은 그처럼 뻔한 스토리가 내포하고 있는 가능성과 파괴력에 주목했다. 그 뻔(fun)한 이야기 속에서 극적인 재미를 찾아냈으니까 말이다. K콘텐츠가 이제 대세로 굳어지는데 오징어 게임이 톡톡이 한몫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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