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14일 시급한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을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과학기술계 규제개혁 및 예타혁신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타를 하려면 16개월 정도 필요한데 그 기간이 지나면 기술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과학기술계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에 대한 모든 예타를 면제한다는 게 아니라 시급하거나 꼭 필요한 기술에 예타를 면제할 권한을 (과기자문회의에) 넘겨서 판단하도록 하자는 게 과학기술계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자문회의가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거나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R&D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가재정법 제38조는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의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정은 예타 면제 의결권을 국무회의에서 과기자문회의로 옮겨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성 정책위의장은 또 이날 간담회에서 R&D 부문에 예비비를 편성해 선제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제도와 대기업의 R&D 참여 확대, 사업책임자(PM·Project Manager)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첨병 역할을 하지 않으면 (초일류국가로) 갈 수 없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뛰어넘는 초일류국가로 가는 데에 R&D가 큰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과학기술인이 좀 더 자유롭고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향후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도 R&D 예타 면제에 대한 간담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당-정-과학기술계 규제개혁 및 예타제도 혁신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