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6G도 세계 첫 상용화 가능… 원천·표준 기술패권 지켜야죠"

"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알게 될 때까지 파헤친다"
미래 이동통신 각광 판단 기업보다 연구기관 선택
'불 꺼지지 않는 연구실' 30년간 원천기술 한우물
3~5G 프로젝트 잇단 성공… '이동통신 강국' 기여
'부품·모듈·장비' 산업 고도화 중소기업 주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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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6G도 세계 첫 상용화 가능… 원천·표준 기술패권 지켜야죠"
방승찬 ETRI 통신미디어연구소장. ETRI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방승찬 ETRI 통신미디어연구소장


"5G에 이어 6G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혁신적인 원천기술과 표준기술, 기반기술을 확보해 국내 6G산업 생태계를 제대로 키워 진정한 글로벌 이동통신 기술 강국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국내 이동통신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미디어연구소장은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6G 기술 선점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방 소장은 통신기술이 척박했던 우리나라에 '이동통신 기술'이라는 씨앗을 뿌려 2G를 시작으로 3G, 4G, 5G에 이르는 튼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도록 개척한 국내 이동통신 분야의 산 증인이다. 10년 주기로 바뀌는 이동통신 패러다임에서 매번 핵심 원천기술과 표준기술 개발을 주도해 '이동통신 강국 코리아' 명맥을 잇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지금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래 6G 통신과 미디어·콘텐츠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총지휘하고 있다.

'이동통신'이라는 한 분야에 열정을 갖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파고 들었기에 ETRI 입사 이후 세계를 리딩하는 걸출한 연구성과를 연이어 내놨다. 그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지 않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원격으로 드론을 조정하면서 폭포 구석구석을 살피고, 장엄한 폭포 소리를 마치 옆에서 듣는 것처럼 즐기는 날을 상상하며 30년 가까이 연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방 소장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열정과 대형 국가 프로젝트 성공 경험을 통해 쌓인 자신감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3G를 계기로 이동통신 선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5G에 이어 '6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금자탑을 세우려면 다른 국가보다 빨리 원천기술과 표준기술 선점을 통해 6G 칩, 모듈, 단말에 기술 자립을 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5G 서비스와 산업 생태계 활성화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 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중소·중견기업 주도의 6G 핵심 부품, 모듈, 장비 국산화 확대와 R&D 단계부터 통신·서비스 간 융합 활성화를 통해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6G 통신 미디어 세상에 대해 "앞으로는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어려운 홀로그램, 라이트 필드, 포인트 클라우드 등 초실감 미디어·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메타버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를 정도로 실제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TRI 인연 맺어 이동통신 연구 '한 우물'=방 소장은 석사 졸업 후 대기업과 벤처기업 연구소에서 음성 신호와 디지털 신호처리를 연구한 경험을 살려 1994년 박사학위를 받고, ETRI와 인연을 맺었다. 선배를 통해 대전에 위치한 ETRI는 알고 있었지만, 수 십년 간 생활 근거지였던 서울을 떠나 대전으로 내려가는 게 쉽지 않았다. 기업보다는 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게 성격상 맞고, 이동통신이 머지 않아 각광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ETRI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방 소장은 "대학원 시절 기초연구를 통해 학위를 받고 나니, 응용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이동통신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판단에 민간 이동통신 기업보다 ETRI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ETRI에 입사해선 30년 가까이 줄곧 이동통신 분야 연구에 매진했다. 2G 이동통신(CDMA) 끝무렵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해 3G(WCDMA), 4G(LTE), 5G(IMT-2020)를 거쳐 지금의 6G까지 이동통신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ETRI에 들어와 2G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이동통신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3G부터는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참여해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벗삼아 생활했다"면서 "1996년 4월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CDMA를 상용화하는 역사적 순간도 맛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G 원천·표준기술 확보'로 글로벌 이동통신 선도국 '초석'=방 소장은 우리나라 통신 역사상 가장 큰 연구성과로 꼽히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탄생 주역 중 한 명이다. 미국 퀄컴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방 소장을 포함한 당시 CDMA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진이 땀과 노력을 집중한 결과다.

그는 "CDMA 상용화를 계기로 미국 퀄컴처럼 원천기술과 표준기술을 확보해야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3G부터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거의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해 3세대인 WCDMA(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방 소장은 3G 개발 과정에서 원천기술과 표준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연구소에 나와 연구할 정도로 연구가 전부인 생활을 했다.

방 소장은 "당시 개발을 총지휘하던 양승택 원장께서 CDMA 개발을 두고 영문 앞 글자를 따 '시끄럽고, 더럽고, 매스껍고, 아이꼬운' 프로젝트라고 비유할 만큼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방 소장은 기술개발에 매달린 끝에 3G의 핵심이자 표준기술로 적용할 수 있는 두 건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하나는 단말기의 전력 소모를 25% 줄일 수 있는 '역방향 변조·확산 기술(OCQPSK)'이었고, 또 하나는 초기 단말기의 기지국 접속 시 간섭 영향을 줄여 빠르게 접속하는 '역방향 랜덤 액세스(AiSMA) 기술'이다.

두 기술은 모두 표준기술로 채택돼 3G 단말기에 적용됐다. 덕분에 방 소장을 비롯한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상당한 규모의 '기술료 대박'을 터트렸다.

방 소장은 "돌이켜보면 두 기술이 연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면서 "그 때부터 원천기술과 표준기술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새삼 깨닫고 연구에 한번 더 심기일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열정·자신감'이 연이은 프로젝트 성공 열쇠=열악한 연구 환경과 힘든 기술 개발 과정을 극복하고 방 소장이 3G를 시작으로 4G, 5G까지 연이은 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었던 원천은 해내겠다는 열정 덕분이다. 여기에 이동통신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상황에서 '1인 1가구 전화 시대'를 가져다 준 TDX(전전자교환기) 프로젝트 성공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도 한 몫 했다.

그는 "2세대 CDMA 개발 직전에 우리나라 통신 역사상 첫 대형 프로젝트인 TDX 개발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 3G, 4G, 5G 개발까지 이어져 개발 과정의 어려움과 난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최초와 최고를 지향하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표준기술 선점을 위한 기술적 노력이 더해져 연이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방 소장의 연구철학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리를 알게 될 때까지 끝까지 파헤치는 집념과 열정으로 요약된다. 남들이 해 보지 않은, 이 세상에서 처음 해 보는 것들을 30년 가까운 연구 인생 동안 마주 하면서 얻은 근본적인 깨달음이다.

그는 "'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알게 될 때까지 파헤친다'는 마음 가짐으로 연구에 임한다"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처음으로 돌아가 원리를 따져서 끝까지 파헤치면 풀리지 않는 문제도 해결되는 경험을 연구를 통해 체험했다"고 말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 기여…핵심 부품·모듈 등 국산화 '시급'=방 소장은 우리나라가 2019년 4월 미개척 주파수인 30∼300㎓ 대역 밀리미터파를 5G 이동통신에 활용하는 표준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려 '이동통신 강국 코리아'의 명성을 재입증했다.

하지만, 국내 5G 시장은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5G 가입자 수는 2400만명을 돌파해 4G 가입자 수를 훌쩍 넘어섰지만, 5G 데이터 전송 속도로 즐길 만한 서비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방 소장은 "현재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서비스들이 굳이 5G를 쓰지 않더라도 4G로 불편함이 없어 5G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라며 "다만, 앞으로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나 스마트 글라스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요구하는 스마트 기기가 나오면 5G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고, 6G로 더욱 진화하고 완성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공되고 있는 5G 서비스는 초기 5G 표준규격에 기반하는 등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라며 "5G가 추구하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표준규격이 계속 진화해야 하고, 이에 따른 킬러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부품, 단말,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 개발해야 5G 서비스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G 특화망도 5G에서 시작해 향후 6G에서 더욱 활기를 띨 수 있기에 주파수 할당, 관련 기술개발, 정부 지원 등이 계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통신미디어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방 소장은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원천기술 개발과 탄탄한 기반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반기술은 통신 구현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모듈, 장비 등으로, 이런 기반기술의 자립화가 더해질 때 국내 통신산업 생태계가 한층 고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품, 모듈, 장비산업은 중소·중견, 벤처기업들이 주도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R&D 단계에서 통신과 서비스 간 융합과 협력을 통해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미래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대해선 "스마트글라스가 스마트폰에 이어 차세대 통신 단말로 미디어·콘텐츠 소비의 핵심 기기가 될 것"이라며 "AI를 활용한 사용자 니즈를 정교하게 파악해 관리가 가능한 '지능형 미디어'와 6G에 기반한 홀로그램 등 '초실감 미디어'로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6G는 새로운 통신 영역의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6G 주파수 후보 대역인 테라헤르츠(㎔)에서 테라비트(Tbps)급의 전송 속도를 확보하고, 지상 이동통신 기술과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통합한다면, 지상뿐 아니라 공중, 해상 등에서 실시간·초실감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는 '6G 입체통신' 기술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래 세상과 세계 통신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그동안 민간 주도에서 6G에서는 국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늘려 미중 패권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통신의 미래 세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선도기술 확보를 위한 도전과 새로운 서비스 시장 개척에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 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2018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시연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9년 세계에서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것처럼 6G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라는 국가적 대형 이벤트 유치를 계기로 2029년 첫 상용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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