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신영 전국노래자랑 새 시대 열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07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신영 전국노래자랑 새 시대 열었다")
김신영의 첫 등판은 성공적이라고 알려졌다. 어색하거나 긴장한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호흡했다고 한다. KBS는 과거에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교체를 시도했었다. 그때마다 냉담한 반응 속에 송해를 다시 찾았었다. 그래서 이번 진행자 선정도 쉽지 않을 거라 여겨졌다. 하지만 첫 녹화 후에 전해진 좋은 반응을 보면 김신영 체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국노래자랑' 새 진행자 선정이라는 난이도 최상급 과제를 KBS가 묘수로 풀어낸 것 같다.
김신영은 정말 깜짝 카드였다. 이상벽, 이상용, 이수근, 이용식, 남희석 등이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다. 트로트 신성 이찬원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후보군들의 공통점은 남성이라는 점이다. 송해도 남성이었고, 송해 전에 진행을 맡았던 이한필도 남성이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새 진행자도 남성일 거라고 생각됐다. 예능 단독 진행자는 남성이 맡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성들이 후보군으로 여겨졌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여성이 선택됐다. 게다가 아나운서도 아닌 코미디언이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방송가가 충격에 휩싸였다.
충격은 충격인데 신선한 충격이다. 여성도 얼마든지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을 수 있는 것인데 그 부분을 방송가가 도외시해왔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졌던 KBS가 모처럼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KBS하면 뭔가 안정적이고 전통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곳 같은 느낌이어서, 이번 일이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최근 OTT 등 새로운 플랫폼들이 대두하면서 KBS의 입지가 좁아졌다. KBS는 새로운 흐름이나 젊은 세대와 동떨어졌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제였는데, 과감하게 김신영을 선택한 것도 그런 배경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번 선택으로 '전국노래자랑'은 그야말로 새 시대를 열게 됐다. 만약 중년 남성이 진행자를 맡았다면 '송해 시대' 분위기가 이어진다는 느낌이 컸겠지만, 39세 김신영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전국노래자랑'은 국민프로그램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송해의 정체성이 이 프로그램과 동일시될 정도로 기존 진행자의 존재감도 컸다. 무려 34년간 지켜온 송해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김신영 첫 녹화 전에 제작진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라고 강조했다고 서두에 전했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니다. 정말 역사적인 선택이었고, 그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알 방송사 측이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미리 상상을 못했었지만 결정 되고나서 보니 김신영도 적임자 중의 한 명이었다. 먼저, 송해와 같은 희극인 출신이다. 관객을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이 밑바탕에 깔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김신영이 그동안 해왔던 코미디의 웃음코드가 지나치게 감각적이거나 난해하지 않은, 서민적 코드였다. '행님아'라든가 모팔모 성대모사가 대표적이다. 송해가 '전국노래자랑'을 맡기 전에 라디오 진행을 했었는데, 김신영도 MBC FM4U '정오의 희망곡'을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진행능력, 소통능력 등을 이미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송해처럼 김신영도 쇼가 된다. 둘째이모 김다비, 셀럽파이브 등으로 음반까지 냈다. 출연자들과 어울려 흥겨운 무대를 만들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이지만 화려하지 않은 소탈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구설수 없이 꾸준히 방송해오면서 성실성도 확인됐다.
이렇게 보면 새 진행자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이 신기할 정도다. 다만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대규모 쇼의 단독 진행을 맡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이건 차후 확인해야 할 부분인데,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김신영의 이력을 보면 진행자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전국노래자랑'의 새 시대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여성 진행자의 입지가 커지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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