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뉴노멀시대 한·중 관계, 함께 만들어 가야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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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뉴노멀시대 한·중 관계, 함께 만들어 가야
30년 전 8월 24일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과 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 환경조성, 공동의 경제 번영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 40여 년에 걸친 반목을 청산하고 역사적인 수교를 단행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을 정상적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하게 하는 북방정책(北方政策)을 추진했었고, 북한의 최대 조력국인 중국과의 수교를 통한 평화통일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중국은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와 함께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의 중간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했을 것이다.

전통적 한·중 관계가 현대 국제관계로의 전환됨을 의미하는 한·중 수교를 통해 양국은 표면적으로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이질적 존재로 인해 양국 관계는 정치·외교 분야의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고 경제 교류가 양국 관계를 견인하는 기형적 구조를 지탱해왔음도 사실이다. 지속되는 북핵·미사일 고도화는 양국 관계의 선천적 약점인 한·미 동맹 구조와 한·중 협력 구조의 차별성을 부각시켰지만, 양국은 '다르게 존재하면서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내세우면서 체제와 가치가 다른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발표로 양국 관계는 공전의 위기를 맞았다. 북핵 위협 대비라는 한국 입장과 달리 중국은 핵심이익 훼손이라며 한한령(限韓令)을 내세웠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여전하다. 또 중국은 사드 추가배치 불가와 미국의 MD(미사일 디펜스) 체제 편입 및 한미일 군사 동맹화 불가라는 '사드 3불'에 사드 운용 범위를 제한하는 1한(限)을 지키라며 성화다. 사드 갈등은 양국 관계의 최대 난제가 문제 발생보다는 문제 해결 기제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미성숙한 양국 관계의 대표적 예로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30년의 한·중 관계는 수교 목표 중 하나였던 공동의 경제 번영에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반도 평화환경 구축과 통일환경 조성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수교 30년의 이 시점은 양국이 상호 적대하지 않을 것이라면 미래를 위해 잘된 분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그렇지 못한 분야는 정확한 현실 인식을 통한 개선을 시도해야 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그러나 주변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미·중 간 전략 갈등은 심화되고, 한·미동맹 강화에 중국은 우려를 보내고 있으며 북·중 관계는 밀착하는 복잡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양국은 북한과 북핵 문제 그리고 한·미동맹 문제에 분명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중국은 북한이 대미·대일 견제와 한반도 영향력 유지의 중요 전략 자산이며, '북핵'은 관리 가능하다면 대미 견제에 유용하다고 인식한다. 때문에 북핵이 한국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우리 주장은 철저히 무시된다. 북핵 해결이 제재로는 불가능하다며 비협조적이고, '통일'보다는 '분단된 한반도' 현상 유지가 더 중요하다.

한·미 동맹 강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대중국 역할에 관심이 크고, 한국 새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주도의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에 참여하고 반도체 공급망 협의인 '칩4'에도 참여 의사를 밝히자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하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양자 간의 갈등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이나 북핵 등을 둘러싼 정치·외교적 문제는 물론이고, 역사·문화 충돌 등 비정치분야로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패턴이 고착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국력의 비대칭성 확대를 이용한 중국 언론의 여론전과 심리전은 물론 '14억 시장의 무기화'를 내세운 중국식 보복이 반복되는 등 중국식 일방주의의 위험성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대중국 비호감도는 80%에 육박할 만큼 국민감정이 악화일로다.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한 양국 관계는 기대난망이다.

이제 양국은 그동안 보인 상호 이견과 차이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이를 처리할 기제를 구축해야 한다. 상대에게 자국의 입장만을 강요하면 어떤 결과도 없음을 지난 30년이 웅변해주고 있다. 상호 존중의 분위기에서 양자적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 본격적인 의미의 한·중 관계 재정립, 즉 새 기준점에 기반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 전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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