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준기의 D사이언스] "다누리 여정 이제 시작… 내년 새해 선물로 생생한 달 영상 제공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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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임무 탑재체 정상 작동… 12월말 달궤도 진입
국민적 관심에 '우주 이벤트' 중요성 새삼 깨달아
韓, 2031년 예정 달착륙선 이후 자립할 수 있을듯
美 스페이스X '철저한 분업·시스템 체계화' 실감
'국제협력·우주 외교' 통해 기술격차 좁혀 나가야
[이준기의 D사이언스] "다누리 여정 이제 시작… 내년 새해 선물로 생생한 달 영상 제공할것"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 항우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


"내년 1월 1일 새해 벽두 '다누리'가 처음 촬영한 달과 지구의 생생한 모습을 국민들께 새해 선물로 드리는 새해 소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탄탄한 체격 사이로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발사라는 첫 관문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잠시, 지금도 달을 향해 항행하고 있는 다누리가 12월 말 달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한 치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달탐사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지난 5일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 발사 성공을 이끌어 낸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발사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말로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김 단장은 "2016년 시작된 달 탐사사업이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사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이뤄 여기까지 오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면서 "다누리는 12월 말까지 달을 향한 먼 여정이 남아 있어 발사 이후인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위성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김 단장은 항우연 입사 후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부터 아리랑 3A호, 아리랑 5호, 아리랑 6호를 비롯해 정지궤도복합위성인 천리안위성 1호, 천리안위성 2A·2B, 차세대중형위성 1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 위성은 '대한민국' 이름을 달고 그의 손을 거쳐 우주로 쏟아 올려졌다.

지난 2021년 초 달탐사사업단장을 맡아 다누리 발사 준비를 진두지휘했으며, 발사 한 달을 앞둔 지난 7월부터는 국내 연구진과 산업체 엔지니어 등과 현지에서 한 달 이상 동고동락하며 미국 스페이스X팀과 다누리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지난 5일 다누리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매일 매일 다누리 상태 데이터를 점검하며 제대로 항행하고 있는지를 체크하느라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분주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다누리 개발은 빈 구멍을 메워가는 과정과 같았다"면서 "많은 연구진들이 숱한 고민과 걱정 속에서 하나 하나 철저히 준비하며 빈 구멍을 잘 메워갈 수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했다.

김 단장은 이어 "다누리는 처음 '궤적 수정 기동(TCM)'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정해진 BLT 궤적에 따라 아무 문제 없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다누리에 실린 6개 과학임무 탑재체도 정상 작동하고 있어 12월 31일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게 되면 내년 1월부터 다누리가 달 궤도에 촬영하는 각종 달 영상과 데이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준기의 D사이언스] "다누리 여정 이제 시작… 내년 새해 선물로 생생한 달 영상 제공할것"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 항우연 제공



◇첫 궤적수정기동 "기대 이상"… "달 향해 잘 가고 있어"= 항우연 연구진은 지난 5일 다누리 발사 후 2일이 지나 관제실과 안테나를 통해 들어온 상태 데이터를 점검한 결과, 다누리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다누리가 설계된 BLT(탄도형 달 전이 방식) 궤적에 따라 항행할 수 있도록 궤적 오차 보정하는 첫 '궤적 수정 기동(TCM)'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김 단장은 "첫번째 TCM은 궤적 보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용인데 불구하고, 처음 진행한 결과 치고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 매우 고무적인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특별히 이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은 우리가 예측한 궤적 결과와 미국 NASA(항공우주국)의 것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항우연이 설계한 BLT 궤도에 따라 오차 없이 다누리가 항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TCM는 발사 후 4개월 동안 총 9번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첫번째 TCM 성공으로 9번까지 하지 않고, 달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예를 들어 TCM 2번은 1번이 안 됐을 경우를 대비해 백업용으로 설계해 놓은 것이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반드시 TCM을 해야 하는 3번, 6번, 9번만으로 달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누리가 꼭 해야 하는 세번째 TCM은 다음달 2일 예정돼 있다.

지난 주부터는 우리나라가 심우주 통신용 지상시스템으로 경기도 여주에 구축한 심우주지상안테나가 다누리와 통신, 상태 확인, 동작 제어, 데이터 수신 등의 임무 수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능이 높아져 조만간 미 NASA의 심우주통신망(DSN)을 대신해 우리가 자체 개발한 여주 안테나가 다누리의 메인 안테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NASA도 인정하고, 국민들도 알게 된 'BLT 궤적'= 김 단장은 다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BLT 궤적'을 통해 인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보니 주변에서 BLT 궤적이라는 다소 어렵고 낯선 용어를 다누리와 연관 지으며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누리호 발사로 우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다누리까지 발사하게 돼 그런 거 같은 데, 새삼 우주 이벤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사실 BLT 궤적을 설계하기까지 항우연 연구진은 숱한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마치 거대한 리본 모양의 궤적인 BLT는 지구에서 달로 직진으로 가지 않고, 먼 우주로 갔다가 방향을 바꿔 다시 지구 쪽으로 되돌아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지점(지구와 150만㎞ 거리)'까지 날아 갔다가 방향을 바꿔 다시 달에 접근해 달 중력장에 포획돼 달 궤도에 진입한다. 직접 전이나 위상 전이 등 다른 우주 궤도에 비해 이동거리는 길지만,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고난도 항행기술이다. 1990년 일본의 '히텐', 2011년 미국의 '그레일' 달 궤도선이 BLT 궤적을 이용해 달에 갔다.

김 단장은 "당초 달 궤도선 중량이 550㎏에서 678㎏으로 늘어 연료 소비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연구진 사이에서 제기됐고, 이를 위해선 기존 위상 전이 방식 궤적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 NASA가 제안해 준 것이 BLT 궤적였다"고 설명했다.

항우연 연구진은 소수점 아래 13자리까지 정확하게 맞혀야 할 정도로 정교함을 요하는 궤적 설계에 꼬박 7개월을 매달린 끝에 BLT 궤적 설계를 완성했고, 이를 NASA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NASA 측으로부터 "우리는 설계도에 찬성한다. 항우연은 달까지 가는 저에너지 궤적 설계에 위대한 진전을 이뤘다. 축하한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BLT 궤적 설계는 NASA가 먼저 가르쳐 주지 않을 만큼 기술 유출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며 "다행히 연구진의 땀과 노력 덕분에 설계된 궤적에 좋은 평가를 받아 다누리 개발에 한층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이끄는 '스페이스X'…철저한 업무 분업화·시스템 체계화 '실감'= 다누리는 재사용발사체 등 우주기술 분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우리나라가 미국 스페이스X와 발사 서비스 분야에서 처음으로 협력한다는 점에서 발사 이전부터 관심이 쏠렸다. 다누리는 6번째 재사용하는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달을 향해 보내졌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와 스페이스X 간 우주분야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들의 일하는 방식과 혁신의 원천이 어디서 나오지를 함께 협업하면서 주의 깊게 지켜볼 수 있었다"며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에 따라 철저히 분업화·전문화된 체계 속에서 하나의 작업을 하더라도 철저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소수의 인력으로 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발사서비스를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최근에는 1주일에 1회 발사하는 등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팰컨9의 경우 지금까지 발사 성공률이 98%에 이르고 있다. 김 단장은 "일단 모든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고, 1∼2명의 인력이 주어진 업무에 투입된 후 다음 업무나 필요 사항이 생기면 다른 엔지니어가 참여하는 전문화·분업화된 시스템에 인력을 최소화해 운영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재사용 발사체 활용 덕분에 내부에선 1주일 1회 발사에서 더 나아가 1일 1회 발사, 우스갯소리로 1시간에 1회 발사도 가능할 것이라는 그들의 말 속에서 과연 스페이스X의 끝이 어디인지 상상할 때면 섬뜩하기만 하다"고 추격자 입장에서 우려스러움을 표명했다.

여기에 스페이스X의 우수한 교육시스템도 엔지니어들의 혁신 역량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는 "다누리 발사 준비를 하면서 같이 작업했던 엔지니어 일부가 4∼5일씩 안 보였는데, 그들이 돌아서 교육을 받고 왔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바쁜 일과 중에도 업무 관련 교육에 철저히 임하는 것도 인상 깊게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우주 후발주자 韓, "국제협력·우주외교 필요한 때"= 김 단장은 우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가장 효율적으로 좁히면서 우주기술 자립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제 협력'과 '우주 외교'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제한된 자원 투입을 줄이면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글로벌 협력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과 원천기술 자립을 위해선 우주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가 원활한 글로벌 협력과 우주 외교를 추진하려면 우리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이면서 냉정한 분석과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협력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다누리를 통해 우리나라가 우주탐사에 한 발 짝 다가서는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누리호 발사로 '발사체 기술'을, 다누리 개발로 '심우주 항행 기술'을 각각 확보했고, '행성 진입 기술'은 12월 말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 우주탐사에 마지막으로 필요한 '행성 착륙 기술'과 '행성 탐사기술' 은 2031년 예정된 달 착륙선 이후 자립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내년 1월 1일 다누리에 탑재된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달 표면, 달 극지역 영상과 달에서 바라본 지구 영상, 그리고 BTS(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우주인터넷 기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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