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장수`하는 지휘자, 임기도 장수해야

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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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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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장수`하는 지휘자, 임기도 장수해야
이달에는 교향악축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자머가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연주가 7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죠. 훤칠한 미남형에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 솜씨로 유명한 그는 이번 내한에서 지휘자로 한국 무대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멋진 뒤태가 마치 배우 같은 데다, 길다란 두 팔을 멋지게 휘젓는 다이내믹한 지휘 폼으로 청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그가 클라리넷을 직접 연주하며 지휘한 1부 순서에 이어,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지휘한 2부 공연 때 저는 음악과 연주에 대한 복잡한 생각보다는 그냥 뭔가 멋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저 맛에 연주자들이 지휘자로 전향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지휘자에 대한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휘자'라고 하면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었던 카라얀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키가 별로 크지 않아서 상반신 위주로 촬영을 하게 했다는 카라얀의 레코드 재킷에는 지휘봉을 잡고 흰머리를 휘날리는 그의 모습(주로 옆얼굴)이 시그니처처럼 담겨 있죠. 그 사진 속 형형한 눈빛을 보면 악단원이 아닌 저조차도 카리스마에 압도되고, 나아가 지휘자란 정말 위대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사실 '객석'을 운영하면서 저는 수많은 지휘자를 만났는데 실상은 조금 다르더군요. 무대 위에서는 근엄하고 카리스마 가득할 지 몰라도, 일상 속의 지휘자는 우리네와 다름없는 생활인이란 생각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자기 곡을 지휘해왔고, 말러의 경우, 당대에는 지휘자(빈 필하모닉)로 더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유명 지휘자들 중에는 작곡가 출신이 드문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지휘를 공부하여 지휘자의 길을 걷는 정통파 지휘자가 있는가 하면, 피아니스트나 현악기를 연주하다가 지휘로 노선을 바꾸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솔리스트 출신이 지휘자로 변신한 경우, 자신이 연주하던 악기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 건지, 아니면 아무리 연습해도 최고의 솔리스트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바꾼 것인지, 또는 나이 들어 손을 놓을 때까지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진 것인지, 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바꾼 것인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 모 시향에서 지휘자 아카데미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우승자 시상을 하길래, 그 우승자에게 해당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는 혜택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혜택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럴거면 뭣하러 우승자를 뽑은 것인지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교향악단 지휘자들 임기가 대부분 2~3년밖에 안되며 그것도 연임이 단 한 차례만 허용된다는 사실입니다. 카라얀처럼 죽을 때까지 한 악단을 지휘하기는커녕 불과 몇 년 뒤의 안녕도 보장받기가 힘든 처지입니다. 그러다보니 파워가 있기는커녕 종신제인 악단 단원들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아도 지휘자의 임기는 최소 5년에 능력에 따라 연임할 수 있어야 하고, 오케스트라마다 부지휘자를 두 명 정도는 두어야 악단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작년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처음으로 KSO국제지휘콩쿠르를 개최하면서 수상자들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었는데, 의외로 국내 지휘자들 참여가 적어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젊은 지휘자들도 국내무대에 설 기회가 적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좋은 기회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성직자와 더불어 가장 장수하는 직업이라는 걸 아시는지요? 지휘를 하면서 얻는 깨달음과 감동이 크다보면, 웃을 때 나오는 엔돌핀보다 4000배나 큰 다이돌핀이 나와 면역력이 증가되어 장수한다네요.단, 그들의 생활과 지위가 지금보다 더 안정될 수 있다면 말이죠.

실력있는 지휘자들이 국내 오케스트라에서 오래오래 장수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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