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희 산업부 재계팀장
![[DT현장] 고용시장 흔드는 자발적 `N잡러`](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202102269057001[1].jpg "[DT현장] 고용시장 흔드는 자발적 `N잡러`")
열심히 한 일이 때론 남의 성과가 되기도 하고,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야 할 때가 많고, 무엇보다 선배들의 그 위치나 연봉이 더 이상 부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조직 안에서 주어진 일만 할 때와 달리 '잘 하는 일' '좋아하는 일' '보람 있는 일' 등을 찾아 여러 직업을 가진 현재가 만족스럽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회사를 다니며 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일들이라 머지않아 이전 수준의 급여를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있었다.
고용이 불안정한 탓에 비자발적으로 퇴직한 이들과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자발적 퇴사자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4차산업혁명 등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요즘, 대기업도 공직도 미련 없이 떠나는 2030세대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100세 시대인 만큼 새로운 전문성을 갖춰 노년에도 일을 하려는 중년들의 퇴사도 적지 않다. 이는 정부나 기업이 일자리를 보장해줄 거라는 기대가 없다는 방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5년간(2017년 1분기~2022년 1분기) 고용 흐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령·취업시간·업종·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지난 정부가 일시적인 세금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60세 이상 취업자는 증가했으나 경제활동의 허리층인 30·40대 취업자는 감소했다.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일자리는 66.3%나 늘었다.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과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담을 견뎌내기 위한 '고육지책'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는 고용주가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줄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고자 하는 이들의 경우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밀려서 오른 임금 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업자나 실업자 형태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29만5000명가량 증가했다. 만성적 비(非)취업자로 볼 수 있는 '쉬었음'과 '취업준비'가 각각 33.5%, 19.8% 늘어나는 등 노동력 유휴화 현상이 심화됐다. '유휴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것은 취업여건 악화로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용의 질이 떨어진 데다 계약직으로 6개월만 일하고 구직급여를 받은 뒤 다시 계약직 취업과 구직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이들도 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전시행정과 지나친 기업 규제가 결국 일자리 정책 실패를 낳았다.
새 정부는 지난 7일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종전 재정지원을 통한 직접 일자리 창출에서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일자리 정책의 방향성을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은 노인일자리 외에 다른 직접일자리 사업을 축소한다. 노인일자리 사업도 시장지향형으로 전환한다.
지자체의 사업과 중복인 일자리 사업, 특별고용촉진장려금과 같이 코로나19에 따라 한시적으로 도입된 사업 등 11개를 폐지하고 성과가 저조한 사업 32개는 예산을 감액한다. 민간기관이나 대기업 훈련 인프라 등을 활용해 인력을 양성하고 신기술 인력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전략적 인력 양성은 뒷받침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일자리 정책이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직된 노동시장도 유연하게 변화돼야 한다. 필자 후배처럼 자발적 '비정규직'을 택하는 새로운 구직 추세를 정책입안자들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다양한 고용 형태와 일자리 보장, 성과 중심의 보상책 등에 대한 논의도 지속돼야 할 것이다.
박은희 산업부 재계팀장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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