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비비고` 성공 이끈 이 여자, 서울시향 전용홀 건립 팔걷다

CJ제일제당 마케팅 담당 부사장 출신
시향 부임후 숙원 전용홀 구체화 역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에선 대부분 보유
임기 안에 첫 삽이라도 뜨게하고 싶다"
"정기·시민연주회·음반발매 꾸준히 하고
1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해외투어 추진
좋은 음악감독·악장 모셔 명성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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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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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비비고` 성공 이끈 이 여자, 서울시향 전용홀 건립 팔걷다
손은경은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스탠포드 대학원 정치학 석사를 마친 후 P&G코리아, 한국존슨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GS와 CJ그룹의 임원으로 활약했다. 2021년 10월 서울시향 대표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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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


최근 몇 년간 서울시향이 여러 부침을 겪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언론에서는 "예술과 경영의 충돌"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으며, "무형의 가치를 중시하는 예술감독과 기업 출신 CEO 간 불협화음"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동시대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행정감독과 음악감독을 분리한다. 서울시향은 2005년 재단법인 독립 후 교향악단의 예술적 방향을 설정하고 책임지는 음악감독과 경영조직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가 서로의 역할을 보완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10월에 전임 강은경 대표이사 퇴임 후 7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서울시향 대표이사에 CJ제일제당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손은경이 이름을 올렸다. 민간기업 출신의 경영인인 그가 다시 한번 서울시향 성공신화를 쓰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그가 부임한 지 어느덧 반년이 흘렀고, 악단은 그 사이 새로운 시즌을 발표했다.

서울시향 사무국에서 만난 손 대표는 "지금, 서울시향은 예전에 누리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악단의 성장을 위해 좋은 음악적 리더가 합류해야 할 시기"라며, "단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좋은 음악적 리더를 세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은 언제부터였나.

"우선,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클라리넷 연주자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다. 기업에 재직할 때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음반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으로 위안을 삼기도 했고 런던 심포니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한 번은 우연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가게 됐는데, 실내악 매력에 푹 빠져서 3일 연속 예술의전당으로 퇴근해 축제를 즐긴 기억이 난다."

-대표이사에 부임한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어떠한 시간을 보냈나.

"나는 음악적 배경을 지닌 CEO는 아니다. 시향에 오면서 경영 제도 정비라는 숙제가 생겼는데, 매일 관련된 이슈가 생기더라. 아울러 오케스트라 단원, 사무국 직원들과 내부 운영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서울시향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포함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각자 맡은 일에 관한 소통이 부족하면 서로 오해가 쌓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소통과 공유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구성원들과 만나고 대화하며 우리 조직의 현황과 현안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클래식 음악계만의 특이점을 발견했을 것 같기도 한데.

"이 업계는 최소 1~2년 정도 일정과 기획에 대한 계획이 앞서서 진행되더라. 취임하자마자 2023년 시즌을 위한 공연장 대관과 프로그램 기획을 추진하는 단계여서 적응이 필요했다. 2023년 기획도 거의 절반 이상 진행되어 있어서 내가 인풋을 넣은 건 대중 눈높이에서의 조언이었다."

-보통 오케스트라 CEO는 '조율'의 역할을 담당한다. 서울시향 이해관계기관인 서울시와 의회, 이사회, 노동조합, 후원회, 관객 등과 만나 하나의 방향을 위해 설득하는 것이 CEO의 주요 업무일 텐데.

"사실 민간기업에서도 여러 팀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마케팅의 역할이어서 늘 조율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다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민간기업이 있을 때는 모두의 목표가 동일했다. 생산이든, 영업이든, 마케팅이든 하나의 조직 안에서 다 같은 방향으로 가면 됐다. 그런데 서울시향은 모든 활동을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의견 조율과 협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표이사 취임 후 무엇보다 이들에게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정확하게 알리고 소통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구상하는 방향은.

"사실 분명하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들은 하나같이 그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 단체로 오케스트라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서울시향에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은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 단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기대감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서울시향과 클래식 음악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고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음악으로 소통할 것이다."

-CJ제일제당, 삼성물산, GS칼텍스 등을 거친 홍보·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예술단체도 이제 차별화된 홍보·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마케팅보다는 상품이다. 근본을 잘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 역시 상품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져서 화제를 모았다. 내가 먹은 후 옆 사람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을 만큼 좋은 제품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시향의 경우 감동적인 공연을 선보이면 명성은 자연스레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향도 예전과는 다른 홍보를 고민할 시기이기는 하다. 늘 똑같은 포맷으로 공연을 올릴 때 지금의 관객이 계속 받아들여 줄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시민에게로 파고드는 새로운 포맷을 찾아야 한다. 예전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공원에 갔는데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하고 사람들은 잔디밭에 편히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공연을 즐기더라.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에 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오케스트라 CEO만의 특이점

-특별히 예술단체는 '예술적 방향성'을 잡는 예술감독이 존재한다. CEO와 음악감독의 관계성에 대하여 생각해 봤나. 올해 말이면 오스모 벤스케의 임기가 끝나니 새로운 리더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단원들의 기량을 계속 향상시킬 수 있는 리더가 중요하다. 보통 해외에서 음악감독을 초빙하는데, 유명한 지휘자들은 대개 2~3개 악단을 맡고 계시더라. 이제는 서울시향에 온전한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음악감독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서울시향을 알릴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분이면 좋겠다. CEO의 역할은 그 감독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몰랐으나 대표가 되고 나니 '아! 이건 오케스트라 대표만이 할 수 있는 업무구나!'라고 생각한 것이 있는지.

"시향은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인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철저하게 악단이 잘 되게 하기 위한 모든 제반을 마련해야 한다. 오케스트라가 부각되면 경영 조직이 잘 하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에 있을 때보다 더 서포터를 잘 해야 하는 역할인 것 같다."

-그동안 민간기업의 '첫 여성 임원'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GS그룹의 첫 여성 임원, CJ 내 첫 여성 부사장으로 활약했다. 실제로 '여성의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나.

"'여성'과 '남성'의 리더십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리더십과 '좋지 않은' 리더십이 있을 뿐. 이제는 옛날처럼 탑다운 방식으로 이끄는 건 통하지 않는다. 소통에 강한 부드러운 리더십이 요즘 세대에게 잘 통하면서 '여성 리더십'이라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 같다."

-박선희 국립심포니(구 코리안심포니) 전 대표는 "예술분야의 여성 CEO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은 다른 분야에 비해 부드러운 편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후반 들어서, 전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여성 CEO를 경쟁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예컨대, 런던 심포니(캐서린 맥도웰), 베를린 필(안드레아 쥐츠만), 뉴욕 필(데보라 보르다)이 여성을 리더로 세웠다.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유독 여성 리더가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급된 분들과 개인적인 인연이 없어서 의견을 내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분들이 여성이어서 잘 됐다기보다는 그저 그때 그 오케스트라에 필요했던 '좋은 리더'였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CEO에게 필요한 자질 중 조율과 소통을 잘하는 분들이었을 것이고 또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 명확한 결단력을 발휘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시향이 앞으로 나아갈 길

-임기를 시작하며 여러 해외 오케스트라 사례를 분석했을 텐데,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단체는.

"베를린 필, 런던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 여러 악단을 살펴봤지만, 각각 자신들에게 맞는 제도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것 같다. 한 오케스트라를 따라가기보다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공통점을 생각해 봤다. 우선 유명한 오케스트라들은 단원들이 주인 의식을 가졌다. 뭔가를 결정할 때도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선택을 한다. 그렇게 하려면 오케스트라 역시 단원들에게 오너십을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유수 오케스트라는 전용홀이 있다.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니 전용홀을 보유한 오케스트라는 수입의 약 30%가 대관 등 공연장의 운영에서, 약 40%는 티켓 판매나 후원 등에서 발생하며, 그밖에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30% 정도 받는 것으로 파악했다."

-뉴욕 필의 CEO인 데보라 보르다는 숙원 사업인 데이비드 게펀홀 리노베이션에 500억 원대의 후원금을 유치하여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 오케스트라들이 기업 후원금 유치가 악단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부담감에 마음이 어렵진 않은지.

"서울시향도 자주재원 비율을 높여야 될 시점이다. 시에서 지원을 받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향 자주율을 높이는 게 CEO의 책임이다. 공연이라는 오케스트라의 본질과 기본을 잘 만들어간다면 자발적으로 후원에 참여하는 기업과 개인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2017년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매김 시켰다. 코로나가 안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서울시향 역시 이제는 국제 인지도를 쌓아야 할 시기일 텐데.

"정말 뛰어난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이 세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 첫째는 정기연주회와 시민연주회를 꾸준히 하는 것. 둘째는 음반을 정기적으로 발매하는 것. 셋째는 1년에 한 번씩은 해외투어를 나가는 것. 앞으로 이 세 가지를 계속 빌드 해 나가고 싶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연기됐던 유럽 투어를 드디어 오는 10월에 진행해 기대가 크다."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비전은.

"서울시향 전용홀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정말이지 삽이라도 뜨도록 하고 싶다. 또한 서울시향의 음악적 리더들이 빨리 정립되어야 할 시기다. 좋은 음악감독과 악장을 모셔서 서울시향을 도시의 위상에 맞는 오케스트라로 이끌고 싶다."

글=월간객석 장혜선 기자

사진=박진호(studio BoB)

[객석] `비비고` 성공 이끈 이 여자, 서울시향 전용홀 건립 팔걷다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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