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우크라行 여당대표 소득은 `언더독` 티켓?

戰時국가 찾아 대통령 면담…성과 여부 더 봐야
방문 기간 7500㎞ 밖 주고받은 '말 폭탄'만 부각
與대표 선제외교로 정부와 잡음, 장외 비판도
작년 전대·대선 이어 親尹그룹과 재대결 양상
중진들 맞상대 '언더독' 정치로 회귀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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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우크라行 여당대표 소득은 `언더독` 티켓?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준석(오른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엿새간 우크라이나 방문이 마무리됐다. 러시아에 항전, 전쟁의 참상을 겪는 현장을 한국의 집권여당 대표가 다녀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만남도 이뤄졌다는 것에 1차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 외교 성과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측에서 인도주의적 지원과 전후 재건 사업 지원을 바란다는 건 '다보스 포럼' 및 국내에서의 양국 요인 접촉 등으로 익히 알려졌고, '군사적인 지원' 요청도 이행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자세한 논의 내용은 이준석 대표가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에 전달한다는 설명에 그쳤다.

오히려 국내 정치에 미치는 파장이 커도 더 클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정작 국내 여론의 시선은 포화가 빗발치고 시민들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이 아니라 이 대표가 7500여㎞ 밖에서 본국으로 쏘아올린 '말 폭탄'으로 향했다. 지난 6일부터 다툰 친윤(親윤석열)계 5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것으로, '개가 짖어도…'가 생략된 '기차는 갑니다' '러시아 역성들기' '간 보기'와 '기회주의', 현지에서 받은 선물에 구태여 빗댄 '육모방망이' 등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이 먼저 쏟아낸 '자기 정치' '당협 쇼핑' '이율배반'을 비롯해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 취급'까지 뒤섞여 가관이었다.

이 대표의 9일 귀국 메시지는 화룡점정이었다. 그는 거듭 정 의원을 향해 "지금 상황에 자기정치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여당 소속 국회부의장이 해선 안 될 추태에 가깝다"고 쏘아붙였다. 지난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자신이 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한 최재형 의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추천과 최재형 의원의 동의로 혁신위원 1호로 내정된 천하람 변호사를 아울러 정 의원이 '이 대표와 가깝다' '이준석 혁신위로 출발했다'는 지적을 하자 "정치 공세"라고 규정하면서다. 정 의원이 '정치 선배'를 누차 자처한 것에도 "당내 어른이라 하면 그런 전후 관계를 파악하고 내지를 수 있는 것인데 이것은 어떻게든 분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강했던 것"이라고 겨냥했다.

이처럼 서로가 '자기정치'를 한다고 다툰 계기는 우크라이나 방문 엇박자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정 의원은 6일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외교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의심했다. 9일 이 대표는 "정부 측이나 대통령실과 상의 없이 갈 수 없는 일정인데도 유튜브에서나 할 법한 얘기"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이 대표 측은 "국가를 대표해 정당대표단 자격으로 방문 예정"이라고 첫 예고를 했다가 이 대표가 "정당간 교류의 일환"이라고 정리했고, '윤 대통령 친서를 요청했다가 거절됐다'는 보도로 대통령실 측과 진위를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출국 전 엇박자에 이어 사후적으로도 "우크라이나 방문은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 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통화에서 "야당 대표가 아닌 여당 대표라면 문제가 좀 달라진다. 외교는 외교여야 하고 국익이 중요하지 개인의 원칙이 중요한 건 아니다"며 "정당외교, 의원외교는 어디까지나 정부외교의 보완적 수단이기 때문에 정부외교보다 더 앞서나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만약 간다면 외교부나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공식적으로 가야하는 거지 여당 대표가 가야 할 상황은 아니니까 의아하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10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 이후로도 이같은 평가에 반전이 이뤄질 변화가 관측될지는 지켜봐야겠다.

우크라이나 방문의 정치적 득실로 눈을 돌리면, 곧 임기 반환점을 도는 이 대표 자신은 '득'이 됐을 수도 있다. '친윤 맏형' 정 의원에 4선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우크라이나 방문에 긴밀한 당정협의가 없었다고 나란히 비판하면서, 이 대표 측의 조어를 빌리자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의 대결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대선 친윤계와 다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의 힘 겨루기는 소위 '반(反)페미'로 뭉쳤던 온라인 20·30 남성 팬덤이 고양된 계기였다. 지난해 당대표 경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중진들에 에워싸인 젊은 정치인의 저항 국면이 재연된 것이기도 하다. 실제 팬덤 일각에선 '선거철도 끝났으니 올드보수, 보수 586과 틀딱(노인 비하표현)들을 쓸어버리자'는 식의 흥분 조짐이 엿보인다.

이에 따른 '언더독(상대적 약자)' 효과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당내 신(新)주류 윤 대통령을 턱밑까지 위협했던 '비주류' 홍준표 현 대구시장 당선인이 얼마 전 '언더독의 정석'을 설파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인천 계양을 후보)을 향해 "'언더독'일 때 싸우고 시비 걸고 트집 잡는게 선거 대책의 기본"이라며 "압도적 우위로 출발해서 매일 저렇게 시민들과 시비 붙고 터무니 없는 공약으로 당에 잔뜩 부담만 지우고 전국적으로 비난만 받는다"고 훈수를 뒀다. 이재명 의원이 과거 보수정권에 맞선 기초단체장(성남시장)으로 한순간에 대권까지 넘볼 수 있었던 과거와, 지도자로서 책임정치를 요구받으며 전전긍긍하는 현재 모습이 대조되는 원인을 알 만하다.

일각에선 지난 2014년 10월 중국 방문 당시 '오스트리아 식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개헌을 꺼리던 박근혜 대통령에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를 굳혀 정치권에서 동력을 찾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사례를 빗대기도 한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일정 후 귀국 전 마지막 글에선 1년 내내 당내에서 '흔들기'가 있었다며, 대표직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처음 보수정당에 눈길 준 젊은세대가 눈에 밟혀서 그렇지 착각'들' 안했으면 좋겠다"고 전선을 그었다. 때 마침 또 다른 윤핵관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대선·인수위 기간 친윤 활동을 했던 30여명의 의원 모임 '민들레'가 발족할 예정이고, 민주당에선 20대 여성 리더로 떠올랐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강판하고 586 운동권 그룹 4선의 우상호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했다. 당분간 집권여당 대표의 언더독 정치를 위협할 요인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우크라行 여당대표 소득은 `언더독` 티켓?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의원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며 '불리바'라는 철퇴를 든 사진을 게재하며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육모방망이'는 지난 2017년 5월 대선에 패배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가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된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빠개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회자된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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