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 구광모(사진) LG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60기 ㈜LG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의 고객가치 경영 철학에 LG 계열사 산하 연구조직들이 고객 마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부터 직접 체험하고 연구하면서 고객 혁신 경험의 성공 방정식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7일 LG에 따르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고객 중심의 사업 인사이트 발굴을 위해 올해 서울 서초구 소재의 'LSR(Life Soft Research)'실을 'LSR연구소'로 격상했다. 또 고객경험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발굴해 사업에 기여한 권혁진 LG전자 LSR연구소장을 상무로 발탁했다.
LG전자의 LSR연구소는 1989년 설립 이후 제품이 아닌 고객만을 연구해 온 조직으로, 고객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연구한 통찰을 상품기획과 개발에 반영한다. 특히 고객의 생활 방식과 시장 트렌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LG전자의 제품 방향을 제안하는데 숨은 니즈 발굴이 최우선 과제다.
대표적인 LSR연구소의 성과는 크래프트 아이스 기능을 탑재한 디오스오브제콜렉션이다.
한국, 미국, 독일의 물과 얼음에 대한 고객생활 연구를 통해 집에서 홈 바를 꾸미고 위스키나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 고객들을 위해 제작을 제안한 것이다. 이 냉장고는 지난달 판매된 LG전자 얼음정수기 냉장고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에 팬 형태의 '클린부스터'를 접목한 상품도 LSR연구소가 기획했다. 단순한 공기 청정 기능을 넘어 공기 순환의 역할까지 더해주며 고객의 숨겨진 니즈까지 찾아냈다는 평가다.
LG전자 관계자는 "LSR 연구원들은 고객의 잠재적 니즈까지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식을 발굴하고 있다"며 "연구원들이 다양한 공유주거 브랜드에 입주해 석 달간 살아보면서 MZ세대의 주거에 대한 의식과 상품 이용 행태 변화를 심도있게 관찰한 공유주거 에스노그라피도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고객사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데서 나아가 시장 개척까지 돕는 전문 조직 'CS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LG화학 CS 캠퍼스는 250여 명의 국내외 전문인력이 매년 200건 이상의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한다. 기술 지원을 받은 고객사는 전 세계 5000여 곳에 달한다. LG화학은 또 전 세계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LG화학 CS캠퍼스는 내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CS센터를 완공하고, 2025년에는 국내외 전문인력을 400여 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CS캠퍼스는 LG화학의 고객이 겪는 황변 불만접수를 0건으로 만든 성과를 냈다. 벽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첨가제인 '가소제'를 구매하는 벽지 제조업체가 황변 현상 때문에 매년 수천만 원의 손해를 떠안자 실제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수차례 실험을 진행했다.
이에 CS캠퍼스는 포장 비닐에 포함된 산화방지제가 공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하면서 내부 벽지 색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포장지 제조와 창고 관리 과정에 반영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LG화학 CS캠퍼스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를 고려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객사인 기저귀 제조업체에 친환경 고흡수성수지를 신제품에 적용할 것을 제안해 제품 판매량 급증에 기여했다.
LG화학 관계자는 "CS캠퍼스는 신제품 출시 지원 전 한 달 동안 300여 개의 기저귀 고흡수성수지를 구해와 성능을 살펴봤다"며 "여기에 경쟁사의 소재 제품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쓰는 기저귀까지 뜯어보며 제품 개발을 지원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