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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광풍 끝, 黨政부터 재정포퓰리즘 근절 못박길[한기호의 정치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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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방권력 교체…대선승리·野 실점 반사이익
선거직전 39조 돈풀기…매표논란 외면한 여야
"자영업 숨넘어가" "손실보상 의무" 尹 편승
방만재정·물가 대책, '돈선거' 방지 약속 빈약
경기 선거조차 포퓰리즘…脫재정중독 신뢰 줘야
선거광풍 끝, 黨政부터 재정포퓰리즘 근절 못박길[한기호의 정치박박]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부터)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밝은 모습으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 12 대 더불어민주당 5. 6·1 지방선거 17개 광역단체장 선거로 맞붙은 양당의 가장 대표적인 성적표다. 4년 전 선거에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대구·경북 2곳만 건지고 제주는 무소속 당선, 민주당에 13곳을 내어줬던 것에서 '설욕전'을 제대로 치렀다. 5년 만의 정권교체보다도 주기가 짧은 지방권력 교체다. 다만 국민의힘이 잘해서 일궈낸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보수여당 지지층에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거둔 승리이기도 하다.

일단 민주당의 거듭된 실점이 판세를 뒤집은 제1원인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방선거 기간 연이은 성추문과 노선갈등으로 2016년 총선 때 보수여당과 같은 지도부 내홍을 연출했다. 대선 막판 '알이백(RE100 지칭)'과 '한국 곧 기축통화국' 주장으로 황당함을 자아냈던 후보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당의 인천 국회의원 후보로서 서울 김포공항 무용론을 내세우며 '수직이착륙 항공기' 보편화를 장담해 탈(脫)현실로 나아갔다. 새 정부가 공기업을 싸그리 민영화하려 한다는, 마치 거악(巨惡)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호소했지만 지지층의 호응마저 시큰둥했고 여당과 각이 안 섰다.

여야 지지층이 총결집해 '역대 최다 득표수' 당선자와 낙선자를 동시에 만든 게 3·9 대선이었으나, 약 석 달 만에 치른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로 4년 전 선거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내렸다. 그중에서도 민주당 심장부인 호남에서 광주 21.5%p(59.2%→37.7%), 전북 16.7%p(65.3%→48.6%) 순으로 급전직하했다. 호남 출신 시민들이 자리 잡은 수도권 등 여타 지방 표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장 이탈이 투표율 하락을 견인,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누렸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광풍 끝, 黨政부터 재정포퓰리즘 근절 못박길[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칙'과 멀어진 정부·여당 스스로의 모습도 선거 자체엔 기여했을 것이다. 올해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자 윤석열 정부 첫 추경이 지난달 29일 정부안 59조4000억원에서 62조원대로 더 늘어난 채 국회를 통과했다. 53조원대 초과세수 발생으로 23조원이 지방이전지출된 것을 제외하더라도 정부 원안부터 작년 2차 추경(34조9000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인데, 야당의 요구로 2조6000억원이나 증액했고 이마저도 국채 상환 몫을 9조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줄이면서 지출을 더욱 늘린 것이었다. 정부는 정기 국무회의보다 하루 앞당긴 30일 아침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했고, 중소기업벤처부는 기다렸다는 듯 정오부터 코로나19·방역조치 손실보전금 신청을 받아 오후 집행을 시작했다. 매출 손실 소상공인·중소기업 371만곳 대상 '최소 600만원~최대 1000만원' 손실보전금 지급을 위해 준비된 24조6000억원 예산이 '군사작전하듯' 지방선거 이틀 전부터 풀렸고, 나흘 간 약 19조원이 집행됐다. 민주당이 2020년 총선부터 선거철마다 소액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푸는 '돈 선거'로 재미를 볼 때 국민의힘이 꺼내든 '매표(買票)행위' 비판 논리도 무색해졌다.

추경 합의를 이루기 전부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선거를 위해' 발목을 잡는다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선거를 위해' 추경을 서두른다고 손가락질하며 '돈 선거' 논란의 본질에선 등을 돌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여야 합의 불발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숨이 넘어가는데"라며 국회를 질타했고, 30일 출근길 '추경 집행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있다'는 언론 질문에 "영세 자영업자가 숨이 넘어간다"며 "그럼 추경 안 합니까"라고 방어벽을 쳤다. "물가 문제는 저희가 세부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도 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거론되지 않았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같은 레토릭을 구사한 윤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정부의 재산권 행사 제약 조치로 인한 손실보상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논거를 덧댔으나, 돈풀기 논란을 잠재우기엔 '2%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2020년·2021년 국가결산보고서대로면 지난 한 해에만 국가부채가 213조원 불어났고(1982조→2195조)국가채무가 약 120조원 급증(819조→939조)했다. 이 와중 '돈 선거'를 비롯한 '재정 포퓰리즘' 재발방지를 못 박는 메시지가 정부·여당에서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선거광풍 끝, 黨政부터 재정포퓰리즘 근절 못박길[한기호의 정치박박]
지난달 13일 김은혜(오른쪽) 국민의힘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현 당선인)가 만나 김 후보의 경기도 초등학생 아침급식 전면 실시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임 후보 측이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 캠프 제공

윤심(尹心) 주자로 나섰으나 석패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당초 마거릿 대처의 상징인 '철의 여인' 표어를 내세웠으나 선거 후반에 가까워질수록 그 빈도가 줄었다. 오히려 경기도 아이들 모두의 '엄마'를 자처하는 방향을 택했고, 선거공약의 내용도 관(官) 주도로 기울었다. 경기특별도는 사실상 도(道) 국고지원을 더 받아내겠다는 구호였고, 곳곳에서 정부·여당·지자체가 연계하는 대규모 교통 SOC 확충 사업을 약속하고,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부터 내세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현 당선인)와 '모든 초등생 아침급식' 공약으로 연대하더니 전국 광역단체장·교육감 후보 참여까지 요청한 것은 '재정 포퓰리즘'의 정수였다. 당초 초등생 아침 '간편식' 제공 제안에서 출발했지만 금세 '급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번진 데다 전국으로 '판'을 키우려 한 것이다. '내가 더 잘 퍼준다'는 이미지로 민주당의 허를 찌르겠단 심산이었겠지만, 경제부총리 출신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현 당선인)에 '명분있는 반대' 기회를 줬을 뿐이다. 고교 무상급식에만 이미 연간 8800억원을 쓰는 경기도의 재정난 우려를 키운 탓이다.
서울 초·중·고 무상급식 도입에 반대하며 부친 주민투표가 불발되자 두 번째 시장직을 내려놨던 오세훈 현 4선 시장을 반면교사 삼았을지 모르나, 역주행이 지나치다. 일련의 논쟁 중심에서 '결식 아동'이 밀려나고 '일반 가정 아이들'과 '맞벌이 부부'가 자리잡게 됐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두텁게 지원한다'는 윤 대통령의 복지관(觀)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데다 김 후보가 보수층의 냉소를 자초한 것은 덤이다. 윤 대통령의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이 '재정 상황'을 이유로 후퇴됐다는 불만을 품은 '이대남' 등 여론 일각에선, 경기도 모든 초등생 아침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다는 '공약 새치기'에 형평성 문제 등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가뜩이나 징집 병사 월급 200만원도 당장 내년부터 달성하려면 연 5조1000억원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는 분석이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나왔다. 정부는 '단계적 인상'으로 선회하면서 '2025년까지', '병장 기준', '월급 150만원에 자산형성프로그램 월 55만원' 등 갖가지 전제를 달며 불끄기에 나섰다. 이를 반영한 2022~2026년 병사 봉급 예산(국방중기계획)조차도 기존 13조5694원에서 16조6410억원 규모로 3조원여 늘었다.

이처럼 윤 대통령 측에서 비롯된 약속만으로도 혈세(血稅)를 더 쓸일이 차고 넘치는데, "지출구조조정"이란 한마디 대안이 얼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늘린 부처예산엔 삭감 저항이 따르고, 지역예산 확보에 혈안 된 국회의원들의 '쪽지'가 쏟아지면 뿌리칠 수 있나. 지난 2016년 총선, 2017년 탄핵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 2021년 광역단체장 재보선, 2022년 대선과 지선으로 나라를 휩쓴 '선거 광풍'이 2024년 총선까진 잠잠할 것이다. '위기'를 '호재' 삼기 일쑤인 정치권의 단골손님 '코로나19 위기'도 엔데믹 단계로 왔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이참에 원칙으로 돌아가, 재정중독을 근절하고 상식적인 국정과 실력으로 국민을 모시겠다는 선언을 했으면 한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거나, 그것을 지키겠다며 국민 '재산권'을 헐어 생색내는 일이 없으리란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사회적 자본"으로 일컫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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