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가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구글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차단하기 위한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국회에서 처리됐지만 사실상 이를 무력화한 행보로 풀이된다. 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지만 국내 업체들이 이미 구글의 횡포에 백기를 든 상황에서 뒷북 대처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일 앱·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사실상 이날부터 인앱 결제 강제에 돌입했다. 구글은 1일부터 실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 결제 불이행 업체들에 대한 퇴출 조치에 나선다.
구글은 앞서 아웃링크를 금지한 플레이스토어 새 결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새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못한 개발사들의 앱은 지난 4월1일부터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며, 6월1일부터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당한다.
전 세계 모바일 앱 장터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횡포에 대다수의 앱 개발사들은 인앱 결제를 준수하고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콘텐츠 사용료를 인상했다.
구글이 설정한 각 분야의 인앱 결제 수수료율은 △게임 30% △OTT 등 일반 구독 콘텐츠 15% △웹툰·전자책·음원 10% 등이다. 아직 콘텐츠 가격을 올리지 않은 앱 개발사들도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인앱 결제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로 '보안을 고려한 소비자 보호 차원'을 들고 있다. 또 인앱 결제 내 제3자 결제를 허용한 만큼 구글 갑질 방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앱 결제 내 제3자 결제도 수수료가 최대 26%에 달해 PG(결제대행업체)나 카드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부담이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 부담은 콘텐츠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피해로 전가되고 있다.
방통위는 구글의 이같은 강제 정책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시사했다.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지난달 26일 진행한 '인앱 결제 강제 금지 관련 출입기자 설명회'에서 "구글이 (인앱 결제 내 제3자 결제 허용 등) 2개 결제 방식을 제공했더라도 개발자 입장에서 충분한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았거나 개발자가 선택 방식을 원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아웃링크 방식을 막거나 업데이트 금지, 앱 삭제 등의 행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구글의 위법성을 신고한 만큼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위반사실이 입증될 경우에는 사실조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전 과장은 "앱 삭제는 사유가 있거나 사전 동의 등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글이 앱을) 삭제한다면 법 시행령 중 '앱의 부당한 삭제' (관련)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과장은 이어 "만일 금지 행위 위반 사실이 확인돼 방통위가 처분에 들어간다면 금지 행위 중지뿐 아니라 원인이 되는 위법사항을 원상 회복하는 조치들도 가능하다"며 "다양한 조치를 고려해 (앱 개발사와 소비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대다수의 국내 앱 개발사들이 구글의 요구에 맞춰 인앱 결제 시스템을 적용했고 요금 인상 등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늦장 대응',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 완료 시간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다.
웹툰 협회 측은 "국회에서 발효된 법안을 비웃고 꼼수로 대응하는 구글의 횡포도 기가 차지만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다고는 하나 업계 규범 타령만 늘어놓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방통위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성명서를 내고 "실정법을 무력화하려는 구글의 꼼수가 줄지어 발표되고 국내 업체들이 구글의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콘텐츠 이용료를 일제히 인상하고 있음에도 방통위는 '사후조사' 타령만 하며 자신들의 의무를 내팽개치고 힘없는 창작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사실상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화 조치에 방통위는 부처의 사활을 걸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제 역할을 방기하지 말고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서 구글을 제재하기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조 의원은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입법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미국, EU 등 해외의 입법기관, 규제당국, NGO들과 연대해 앱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되는 즉시 과방위 상임위를 개최해 앱 마켓 생태계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