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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설계 바꾼 헬륨탱크 검증 집중… 누리호 2차발사도 개발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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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5일 2차 발사… 성공·실패 연연 안해
비행시험 통한 검증 자체로 배울 기회 얻어
성공하면 7번째 자력 우주발사체 국가 반열
[이준기의 D사이언스] "설계 바꾼 헬륨탱크 검증 집중… 누리호 2차발사도 개발과정이죠"
항우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


"이번에는 반드시 해 내겠다."

비장하고 결연한 모습이었다. 그 사이로 묵직한 긴장감도 더해졌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장수의 모습이랄까.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말과 함께 결의에 찬 눈빛이 진하게 느껴졌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단호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내달 15일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두고 한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고 본부장은 "우리는 아직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며 "누리호 2차 발사도 이런 개발 과정에서 비행 시험을 통해 성능을 테스트하고, 비행 시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개선하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에 나섰지만, 3단 로켓에 문제가 생겨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이후 8개월 동안 1차 발사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를 보완해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통계적으로 발사체의 1차 발사 성공률은 전 세계적으로 30% 밖에 안 되는 등 매우 낮은 상황이다.

그는 "1차 발사 마지막에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한 것을 빼곤 누리호의 비행 시험은 제대로 이뤄졌다"고 평가한 뒤 "2차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발사체 기술 역량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함께 개발한 나로호 역시 두 번의 실패를 극복한 끝에 2013년 세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고 본부장은 "1차 발사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지만, 모든 연구진들이 2차 발사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사가 성공했다, 혹은 실패했다는 결과보다는 지속적인 발사를 통해 우리 발사체의 성능과 신뢰도를 높여가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성공·실패를 떠나 2차 발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공상과학만화가 키워준 '우주 엔지니어 꿈'=고 본부장은 어릴 적 커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은 가지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공상과학만화를 좋아했고, 만화 속 세상을 상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현실로 실현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평범한 학생였다. 그러던 중, 항공공학과를 선택해 대학에 진학했고, 석박사 과정 중 우주분야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재미와 흥미를 느껴 우주 엔지니어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준비하면 발사체 관련 공부를 하게 되면서 발사체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박사 졸업 후 미국에서 발사체 관련 일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고 멋쩍게 웃었다. 발사체 분야는 워낙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취업하기 쉽지 않은 상황였다. 그는 마침내 2000년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터전을 잡고 본격적으로 발사체 엔지니어로 연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과학로켓부터 나로호, 누리호까지…20년째 발사체 연구 매진=고 본부장은 항우연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20년째 발사체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02년 발사에 성공한 국내 첫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 개발에 참여하면서 발사체와 인연을 맺은 이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나로호', 독자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이르기까지 국내 발사체 개발 사업에 모두 참여했다.

나로호 발사 당시, 그는 나로호 비행 운용 전반을 담당하며 비행 도중 발사에 실패한 경험을 겪기도 했다. 그런 실패를 통해 발사체 기술확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실감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학습할 수 있다는 것도 몸소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고 본부장은 2015년부터 누리호 개발을 총괄하는 본부장을 맡아 지금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이 긴장의 연속인 삶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 본부장은 "액체엔진을 처음 개발해 발사에 성공한 'KSR-Ⅲ' 경험의 토대 위에 나로호와 누리호가 탄생할 수 있었다"면서 "누리호는 모든 걸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및 발사 운용의 모든 과정을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 낸 독자 발사체라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기술 없는 서러움이 만들어낸 '누리호'=러시아와 협력해 두 차례 실패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개발 당시 우리나라 연구진은 발사체 기술을 가지지 못한 서러움을 뼈저리게 겪어야 했다. 공동개발 방식임에도 러시아 측은 기술 보안을 이유로 우리나라 연구진의 접근과 출입을 제한했고, 심지어 양국 연구진이 참여하는 기술 회의 때 보안 담당 직원이 함께 오거나, 대신 참가하도록 할 정도로 보안 유지에 철저히 임했다. 고 본부장은 "그 땐 우리가 발사체 기술을 배워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러시아에 항의 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그런 서러움이 있었기에 악착같이 발사체 기술을 익히려고 밤낮으로 일을 했고, 많은 실험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누리호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돼 준 것 같다"고 했다.

누리호 연구진은 지난 10년 동안 7톤 액체엔진과 75톤 액체엔진 설계·제작·시험을 비롯해 추진기관 시험설비 및 발사 관련 시설장비 개발·구축, 75톤 엔진 시험발사, 3단형 발사체 2회 발사(1차 발사 완료, 2차 발사 예정) 등 모든 과정을 우리의 기술로 해 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우리 손으로 처음 발사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진 연소불안정 문제와 추진제 탱크 개발 등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발사 일정을 미뤄야 하는 우여곡절도 겪기도 했다.

처음 개발한 7톤 엔진의 경우 총 93회, 1만6925초, 75톤 엔진은 총 184회, 1만8290초의 연소시험 등을 반복하며 성능을 검증하는데 기술적 역량을 모아 갔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는 발사 이후 약 16분 간 비행하는 데, 이 16분을 위해 연구진들은 지난 10년 넘게 발사체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면서 "1차 발사에서 누리호 정상 비행한 것을 확인한 만큼 나머지 기술적 문제들을 지난 9개월 동안 보완하고, 검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아쉬운 1차 발사' 딛고…내달 15일 2차 발사 '재도전'=국민들의 기대와 성원 속에서 지난해 10월 발사된 누리호는 모든 비행 과정을 완벽히 마쳤지만, 위성을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3단 엔진이 계획보다 빨리 연소됐기 때문이었다. 3단 산화제탱크 내부에 있는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비행 중 가해지는 부력 상승을 이겨내지 못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주변 구조물에 충격을 줘 산화제탱크 배관에 균열이 생긴 것. 이로 인해 산화제가 누설돼 엔진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3단 엔진이 예정보다 빨리 종료됐고, 결과적으로 엔진을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것이었다.

고 본부장은 "1차 발사 당시 3단 로켓이 700㎞ 고도까지 올라가 속도를 내는 걸 보고 발사가 잘 됐다는 생각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이 일찍 종료된 것을 보고 '뭔가 문제가 있었구나'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를 비롯한 누리호 연구진들은 지난 1월부터 원인이 된 헬륨탱크 설계를 바꿔 산업체와 함께 다시 제작하고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극저온 환경을 재현해 지상에서 탱크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탱크 교체 작업에 나섰지만,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완성된 3단 발사체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 탱크를 교체하는 작업은 처음이고, 다른 부품들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극도로 까다로운 작업이었다"며 "교체한 후에는 탱크 내부에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청정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 또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어려웠던 작업 상황을 소개했다.누리호 연구진은 1차 발사에 나타난 기술적 문제를 러시아에 의존했던 나로호 때와 달리 우리 스스로 찾아냈고, 그 원인을 우리의 기술로 보다 빨리 해결함으로써 발사체 기술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이는 기회를 가졌다.

누리호는 다음달 15일 2차 발사를 앞두고 나로우주센터에서1단부와 2단부 조립을 마쳤으며, 다음달 초 3단부에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한 후, 결합 작업을 마치면 발사대로 옮겨져 재도전에 나선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설계 바꾼 헬륨탱크 검증 집중… 누리호 2차발사도 개발과정이죠"


◇"우리는 아직 발사체 개발 단계"…미래 세대 위해 계속 돼야=고 본부장은 2차 발사에 있어 성공·실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발사체 개발을 끝낸 게 아니라, 아직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연히 개발 과정에 있기에 "1·2차 발사는 엄밀히 말하면 발사체 비행 시험"이라고 고 본부장은 언급했다.

그는 "비행 시험이기에 100%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게 발사체 분야"라며 "100가지 중 90가지를 비행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것 자체만으로 커다란 성과이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물론,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응원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부진 각오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로호뿐 아니라, 누리호 역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의 우주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미래 세대들이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한다면 우리나라의 우주 미래는 분명히 밝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고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누리호가 비행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면 세계에서 7번째 자력 우주발사체 국가의 반열에 올라 우주 선진국들의 인정을 받아 파트너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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