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알집` 깨고 나온 AI… "버추얼 휴먼 1등 기업될 것"

1993년 설립… '알' 시리즈 성공
독자적 딥러닝 기술에 자부심
7인조 걸그룹 '클라씨'와 협약
가상 인물과 메타버스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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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알집` 깨고 나온 AI… "버추얼 휴먼 1등 기업될 것"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이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이제 우리의 변화를 제대로 알릴 때가 됐다. 수년간 공들인 AI(인공지능)와 버추얼 휴먼 사업에서 결과가 나오고 있다."

1993년 설립 후 '알약'과 '알집'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며 내년도에 만 30년을 맞는 이스트소프트가 '실용주의 AI'를 내세우며 변신하고 있다. AR(증강현실) 커머스와 버추얼 휴먼 사업이 승부수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우리만의 딥러닝 기술로 버추얼 휴먼 분야 글로벌 톱이 되겠다"면서 "세계인들이 사람 얼굴 관련 기술 하면 이스트소프트가 떠오르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수년간 AI와 메타버스에 투자를 집중해 버추얼 휴먼과 AR 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버추얼 휴먼은 3D 모델링 VFX(시각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사 방식의 포토-리얼리스틱 기술을 구현했다. AR 커머스 분야에선 실시간 안경 가상피팅 커머스 '라운즈(Rounz)'를 내놓았다. 라운즈에서는 안경원을 가는 대신 AI 이미지 인식과 AR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얼굴에 맞는 안경테를 가상으로 착용해 보고 살 수 있다.

정 대표는 "AI 사업 기본 전략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가 AI에 꽂힌 것은 알파고 등장 1년 전인 2015년이다.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팀이 딥러닝을 활용한 세계이미지인식대회에서 놀랄 만한 인식률로 우승한 지 3년 후다. 당시 토론토대 연구진은 2등과 에러율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우승을 해 파란을 일으켰다.

정 대표는 "깜짝 놀랐다. 세상을 바꿀 대단한 일이었다. 딥러닝 기술을 완벽하게 업그레이드시킨 결과"라면서 "평소 기술변화에 민감하다고 생각했는데 3년이나 후에 알았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AI 사업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세계가 떠들썩했지만 국내에서는 관심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정 대표는 "나 역시 개발자 출신인데, 사실 개발은 탁구 치는 기술과 비슷하다. 수준이 떨어지더라도 하려면 할 수는 있다. 그런데 AI와 딥러닝에서는 엄청난 가능성이 보였다. 남들이 알기 전에 투자해서 격차를 벌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후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전 세계는 AI 열품에 휩싸였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AI 투자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AI 붐 때문에, 우리가 상당한 기술격차를 벌일 찬스가 있었는데 간발의 차로 앞서는 데 만족해야 했다"고 말했다.

AI 사업을 구상하면서, 시장이 크고 글로벌 사업이 가능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 영역이 뭔지를 고민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복잡한 안경 유통구조를 바꾼 스타트업 와비파커가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여러 개 안경을 선택하면 집으로 보내줘서 며칠간 써본 후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평소 안경을 끼는 정 대표는 안경 시장에 관심이 갔다. 라운즈 서비스의 출발이었다.

그는 "국내 안경 시장은 규제가 겹겹이다. 없는 직업군을 만들고 보호·육성하기 위해 안경사 제도를 만들었고, 안경사 자격이 있어야 안경원을 열 수 있다. 그마저 1인당 하나만 운영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렌즈도 테도 유통을 못 했다. 그나마 테는 몇년 전에 규제가 풀렸지만 도수가 있는 렌즈는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비대면 판매가 막혀 있는 안경 시장에 진출해 혁신을 만들어내야 겠다고 결심했다. 온라인 가상피팅을 통해 마음껏 안경을 껴 보고 구매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시장도 3조 규모니 충분히 크다고 봤다.

2016년 가상피팅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18년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라운즈에 들어가 100여개 브랜드, 4000종 이상의 아이웨어를 마음껏 착용해 보고 살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고객들이 라운즈에서 테를 사고 파트너 안경원을 통해 렌즈를 구매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파트너 안경원은 400여 곳에 달한다. 안경원 대상 물품을 판매하는 B2B(기업간 거래) 몰도 열어 오픈 두달 만에 140여 개 안경점이 가입했다. 최근 코로나 상황 완화로 리오프닝 수혜도 기대된다. 파트너 안경원과 B2B 거래 안경원을 올해말 총 10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버추얼 휴먼 사업 비전은 훨씬 크다. 자체 AI플러스랩을 통해 AI 기술 확보에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작년부터는 버추얼 휴먼 사업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IP(지식재산권) 가치가 있는 버추얼 휴먼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쇼핑, 게임 등 다양한 산업에서 B2B2C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폭넓은 제휴를 통해 메타버스 내에서 IP를 확보한 '버추얼 휴먼 에이전시'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버추얼 휴먼은 실존하는 인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AI 클론'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는 'AI 페르소나'로 구분해 전개한다. AI 클론은 사람의 말투, 표정 등을 복제해서 가상공간에서 마치 그 사람처럼 활동한다. 목소리 생성 AI와 얼굴 생성 AI 기술을 활용, 특정 인물의 영상을 딥러닝으로 학습한 후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AI 클론을 만드는 데는 데이터 검수와 전처리에 2일, AI 모델 학습에 2일, 튜닝과 검수에 하루 등 총 5일이 걸린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5시간 분량이면 된다. 현실에 없는 인물을 만드는 AI 페르소나는 다수의 얼굴을 AI로 분석·학습한 후 학습을 통해 추출된 데이터를 사용해 딥러닝 생성모델로 만들어낸다.

AI 클론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유명인 대신 팬과의 소통이나 콘서트를 할 수도 있고 뉴스 앵커, AI 강사, 쇼호스트 등으로 활약할 수 있다. YTN의 변상욱 앵커, 휴넷의 이민영 강사 등을 버추얼 휴먼으로 만들었다. 이스트소프트 내에서 행사 진행, 홍보 등의 활동을 하는 박은보 아나운서도 AI 클론으로 구현했다.

정 대표는 "올해 첫 IP 계약사례로 7인조 걸그룹인 클라씨와 계약을 맺고, 그룹 멤버들에 대한 버추얼 휴먼을 만들어서 메타버스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7명의 멤버에 더해 실제는 없는 멤버를 더 만들어서 메타버스에서 8명이 활동하도록 기획했다. 이런 식으로 올해 약 20종의 버추얼 휴먼 IP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여러 가수, 연예인들과의 계약이 목전에 있다. 그들의 클론을 만들어서 팬미팅이나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시간적 한계 때문에 소화하지 못 하는 활동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페르소나는 방송사가 필요로하는 아나운서나 기업의 신입사원을 만들어서 파견 보내는 식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휴넷은 유명 강사를 복제해 그가 하기 벅찬 다양한 강의를 소화하도록 한 데 그치지 않고, 현실에 없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서 강의를 하도록 기획하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가 딥러닝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은 비전 분야다. 버추얼 휴먼에서 중요한 게 얼굴과 상반신을 실사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비주얼 기술이다. 기술이 급변하는 만큼 최신 기술을 최대한 빨리 받아들여 적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 휴먼 사업은 철저히 B2C를 지향한다. 또 버추얼 휴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활동하는 플랫폼 서비스까지 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버추얼 휴먼 시장에 100% 힘을 집중할 준비가 됐다. 서비스 앱을 이르면 올해 출시해 플랫폼을 작동시키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AI를 금융에도 접목시켜서 딥러닝을 투자에 활용하는 자산운용사 '엑스포넨셜인베스트먼트'도 설립했다. AI로 퀀트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팔려 했지만 보수적이고 경직된 시장에서 잘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자산운용사를 세우기로 한 것. 회사는 1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속적인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작년 23.6%의 평균수익률을 기록했다.

알약은 별도 회사인 이스트시큐리티로 분리해서 B2B 종합 보안솔루션 회사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스트시큐리티의 고객사 수는 1만6000곳이 넘는다. 안정적 성장기조를 이어가며 자체 상장이 가능한 규모로 커졌다. 국내 검색포털 3위인 줌닷컴 운영사인 줌인터넷, 1세대 PC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카발 온라인'으로 시작한 게임회사 이스트게임즈도 탄탄한 사업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KOSA(한국SW산업협회) 서비스혁신위원장 활동도 하고 있다. 위원회는 SW 기반 서비스 기업들의 권익보호와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 용역과 납품 중심의 SW 사업구조가 서비스·구독형·플랫폼 기반으로 바뀌는 흐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제 SW는 덜 쓰느냐, 더 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안 쓰이는 곳이 없다. 그렇다 보니 기존 산업이 SW를 흡수하면서 저변이 매우 커졌다. 위원회는 SW 기반 B2C 사업, 구독형 사업, 서비스는 무료이되 광고로 수익을 거두는 기업들도 포용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면서 "지배구조, 규제, 글로벌 플랫폼의 횡포 등의 이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산업 생태계 개선을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와 그 자신이 지금까지 성장한 것은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도움을 받은 결과인 만큼 사회를 위한 역할과 책임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글로벌 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는 "전담 인력과 조직을 확보해 올해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며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이고, 작년 898억원이었던 매출을 2025년까지 1조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 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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