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갈등 당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
"지도부 자격 없어…개인 자격 아니다"
"박지현 문제 아니라 우리 상황이 믄제"
더불어민주당이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올린 '586(50대·80년대 학번·60대년생) 용퇴론'과 '대국민 사과'를 두고 당내 의원들 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틀린 자세와 방식"이라는 의견과 "사과할 건 제때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며 갈등이 당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갈등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에 이어 이날도 586 용퇴론과 팬덤정치 극복 쇄신안을 정면으로 재기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며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출마, 약속대로 금지해야 한다"면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은 팬덤 정치와 결별하고, 대중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며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면서 강성 지지층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지도부, 586세대 의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발언하는 박 위원장을 쏘아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86 운동권 대표격인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본부장은 "민주당은 70년 역사를 갖고 있고, 혁신에 대해선 비위에 대한 단호한 처리, 항변권의 민주적 정립, 당원의 민주적 결정 참여와 지도부의 일방적 처리가 아닌 민주적 권한 행사 등의 내용을 발전시켜 왔다"며 "일부 팬덤의 잘못된 행태는 극복해야 하나, 권리당원의 권리 증진도 (민주당의 혁신에) 있었음을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모두 발언이 끝나고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자, 회의장에선 참석자들이 다투기 시작했다. 싸움의 전선은 1996년생인 박 위원장 1명 대 586세대 당 지도부 소속 다수. 윤 위원장은 "앞으로 비대위 공개회의를 안하겠다. "(박 위원장은)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다"며 책상을 내리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에 박 위원장이 "(지난 23일) 봉하에 다녀와서 느낀 게 없나. 노무현 정신은 어디 갔냐"고 응수하자 박홍근 원내대표도 "여기가 개인 자격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냐"며 회의장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전해철 의원이 "(박 위원장은) 앞으로 지도부와 상의를 하고 발언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이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놓으셨냐"고 반박한 뒤 퇴장했다.
갈등은 당 전반에 번지는 양상이다. 지도부 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 당원들까지 박 위원장의 사과 행보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일부는 박 위원장을 몰아세우는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에게 반성을 촉구했다.
당내 쇄신파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옆에 함께 서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위원장을 지지했다. 박 의원은 "투박한 전달일지언정, 미안한 건 미안하다,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각오, 국민 여러분께 민주당의 반성과 사과와 혁신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박 위원장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과가 국민들께는 울림이 있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선택이었고, 그녀는 본인의 판단과 생각을 중심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 위원장을 거들고 나섰다.
대국민 사과에 대한 당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그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의 문제, 듣기 싫은 얘기하는 게 문제라기보다 듣기 싫은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당내 강경파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위원장을 겨냥한 듯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며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적었다.
당내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는 의원들은 6·1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서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봉합이 쉽지 않아보인다. 박 위원장은 25일 페이스북에 "부끄럽게도 우리당의 벽도 윤석열, 이준석의 벽보다 낮지 않다"며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라며 당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