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인사청문 정국이 일단락되면서 이로 인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임명, 국정운영의 부담은 덜었지만 '윤석열 정부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지명해 자진 사퇴하게 됐다'는 프레임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지방선거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 후보자 같은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봤다시피 불법이나 부당한 행위가 드러난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많았기 때문에 당내 의견을 수렴해 임명하면 곤란하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그런 과정이 언론을 통해 노출됨으로써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여론 등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한 것일 뿐, 문제가 될 만한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 참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동의하면서 협치의 모양을 취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을 일정 부분 양보하게 만든 원인으로 해석된다. 내각 구성이 안 된 상태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건 등 악재가 겹쳤던 민주당에서는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먹잇감을 얻은 셈이 됐다. 민주당의 약점으로 꼽혔던 조국 사태를 정 장관과 연관 지으며 이미지에 타격을 줬고,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에도 의문부호를 달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일찌감치 정 후보자를 국민들이 낙마시켰다고 봤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강행하거나 지방선거 민심을 고려해 자진사퇴 시키든지 정부 여당이 온전히 감당할 문제라 판단했다"며 "정 후보자의 뒤늦은 진정성 없고 호들갑스런 사퇴에 우리는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자의 반성 없는 사퇴로 적당히 끝낼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로 불공정 특혜의 진실을 규명하고 그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 총리 국회 동의 소식을 접한 뒤 정 후보자 사퇴 가능성에 대해 말한 것을 두고도 "국정을 이끌 장관 자리를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할 '협치'에 대한 '거래' 수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를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의 인선'이라고 했던 만큼, 자진사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 허구임을 시인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임재섭·권준영기자 yjs@dt.co.kr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밤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는 정 후보자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