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공직자 인사검증조직 신설
총리 권한 이상 '소통령' 비판 확산
'기능 이관' 법적 근거 부족 논란
野, 민간인 사찰 등 부작용 우려
총리 권한 이상 '소통령' 비판 확산
'기능 이관' 법적 근거 부족 논란
野, 민간인 사찰 등 부작용 우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법무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인사검증 기능을 이관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검증 권한까지 손에 쥐는 것은 사실상 국무총리 이상의 권한을 가진 '소통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법무부는 24일 관보에 공직자 인사 검증을 맡을 인사정보관리단 신설과 인력증원 내용을 담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 입법예고' 공고를 게시했다. 인사혁신처장의 공직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정보의 수집·관리 권한을 기존 대통령 비서실장 외 법무부 장관에도 위탁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공약에 따라 대통령실 직제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뒤 인사검증 기관으로 법무부를 택한 것이다.
인사정보관리단장은 법무부 장관 직속이며, 인사검증 조직은 최대 4명의 검사를 포함해 20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개정안은 법률이 아닌 시행규칙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하지 않고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법무부가 인사검증 권한을 가져갈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국가공무원법 19조3과 20조를 보면 인사혁신처장은 공직 후보자 관련 정보를 수집해 관리할 수 있고, 권한의 일부를 대통령령에 따라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대통령령인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10조의2는 인사혁신처장이 대통령이 임명·위촉하는 직위에 대해 정보 수집·관리 권한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위탁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대통령령에 대통령 비서실장 외 법무부 장관까지 확대해 권한을 줄 수 있도록 바꾸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에서 규정된 법무부 관할 사무에 인사검증 사무가 없기 때문에 부당한 시행규칙 개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32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만 관장하도록 돼 있다.
또 수사기관인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명분으로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할 경우 민간인 사찰, 수사권 오남용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민주당은 제기한다.
무엇보다 법무부 권한이 다른 부처보다 월등히 커지는 비정상적 정부조직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하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무부가 다른 부처의 상위부처가 되고, 법무부 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을 포함한 인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SNS에 "공직자 인사검증을 인사혁신처도 아니고 법무부가 하겠다는 정말 검찰스러운 발상"이라며 "검찰개혁으로 겨우 무소불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중에 공직자들에 대한 정보를 쥐고 다시 검찰의 권한을 키우려는 어두운 속내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남국 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도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자 민정수석이며 인사수석이자 검찰총장"이라며 "행정 각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동등하지만, 인사검증을 맡는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 총리 이상의 권한을 가지게 됐다. 정말 '소통령' 한동훈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 측은 대통령령만으로도 인사혁신처가 다른 기관에 인사검증 권한을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판사 출신인 김봉수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검증을 하지 않고 공직자 자격이 주어질 순 없기 때문에 인사검증이라는 건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되는 문제"라며 "청와대든, 법무부든, 경찰이든 인사검증을 하기 위해선 법적인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어떤 것을 할 수 없고, 위반했을 시엔 어떻게 되는 건지가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인사검증을 핑계로 누군가를 뒷조사해 나중에 써먹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사검증에 필요한 정보 수집의 한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근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권준영기자 the13oo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