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尹, 성공하려면 `잘하고 계십니다`는 참모들 인의 장막 늘 경계해야"

文정권, 180석 깔고 국민 두려워하지 않아… 사전준비·의견소통 없어 정책 참사
검수완박법 비싼 성장통… 글로벌 스탠다드 표현한 정치인 머지않아 퇴출 될 것
이재명 전 지사 인천 계양을 '방탄用 출마' 바라만보는 당지도부들 뭐하고 있나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고견을 듣는다] "尹, 성공하려면 `잘하고 계십니다`는 참모들 인의 장막 늘 경계해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고견을 듣는다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희숙 前국회의원


"탄핵의 진의를 오인한 오만함과 180석을 깔고 앉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겁 없음이 문재인 정권 실패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책의 참사는 경제상황이 안 따라줘서 발생한 게 아니라 정상적 정권이라면 사전준비, 의견소통, 점검과 수정 과정을 해야 하는데 안 했기 때문이에요.(…)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단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잘하고 계십니다'는 참모들의 '인의 장막'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합니다."

기지와 해학, 역설적 비유로 문재인 정부 실책과 대선 시기 이재명 후보의 '오류 수정기' 역할을 했던 윤희숙 전 의원을 다시 만났다. 그는 요즘 부쩍 바빠졌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6일은 방송과 신문의 인터뷰와 출연이 연거푸 잡혔다. 의원 시절보다 더 해사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의원 때보다 더 거침없이 할 말을 하기에 스트레스 안 받아서"라고 귀뜸해준다.

먼저 9일로 끝나는 문재인 정권의 평가를 부탁했다. 영화 '친구'에 나오는 패거리가 생각난다고 했다. 오만과 도그마에 빠져 5년을 허송한 게 아니라 세월을 망친 정권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우선은 문 정권이 갔던 길을 반대로만 하면 기본은 한다고 했다. 며칠 전 강행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선 비싼 성장통이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은 "검찰이 수사권을 안 갖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했는데, 새까만 거짓말이거든요. 특히 '완박'은 터무니 없는 얘기입니다. 지금 거짓말을 한 정치인들의 얼굴을 국민들이 다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 저들의 허위 거짓이 드러나고 혼란에 따른 사법행정의 불만이 누적되면 정상화의 길로 가게 될 거라고 봐요"라고 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 하나로 의원직을 사퇴한 것은 너무 큰 대가가 아니냐고 하자, 윤 전 의원은 "진흙탕 속에서도 국민들이 저런 정치인도 있다는 것을 보고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갖게끔 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6·1 재보선에 안 나갈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우선 길게 보고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면서도 여운을 남겼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대장동, 성남FC 등 자신을 향하는 의혹 수사에 겁 먹고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국회의원이란 '방탄복'을 입으려는 것을 아는데, 우리 당도 대항마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분당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계양을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 본인이 자청할 순 없어도 당에서 계양을에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조건을 달았다. 윤 전 의원은 "'내가 나갈게'가 포인트가 아니라 '당신(지도부)들 뭐하고 있어?'가 포인트"라고 했다. 자기 진영의 쓴소리 정치인이자 상대방 이재명 전 지사에 대해서는 '오류 수정 종결자'라는 소리를 들었던 바로 그 모습이 상기됐다. 대선 때 이 전 지사의 경제 관련 발언을 시장과 경제학 논리에 입각해 반박, 오류를 교정한 일은 지금 들어도 시원하다.

이밖에 당면한 고물가 문제로부터 윤 당선인의 '청와대 정부' 지양, 부동산대책, 연금 및 노동복지 개혁, 재정건전성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문재인 정부'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문 정부, 문 정권의 최대 실패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퍼뜩 떠오르는 단어는 '패거리'와 '도그마'입니다. 예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카피문구가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운 게 없었다'였죠. 알다시피 그 영화는 조폭, 즉 패거리에 대한 영화지요. 문 정부는 탄핵 후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오만함, 180석 의석을 내세워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괴물이 됐습니다. 부동산 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은 처참한 수준의 정책참사이지만, 단지 운이 나쁘고 경제상황이 안 따라줘서 발생한 게 아닙니다. 국민이 두렵다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사전준비, 의견소통, 점검과 수정 과정을 무시했기 때문이에요."

-윤석열 정부가 문 정부 실패로부터 우선 무엇부터 배워야 할까요.

"사실 권력자가 국민과 멀어지고 자만과 독단으로 정치적 자산을 까먹는 것은 문 정부가 유독 심했을 뿐, 그간 우리나라의 모든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새정부가 국정목표로 '상식'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 대통령들이 국민들로부터 단절된 직접적 원인은 '지금 잘하고 계십니다'를 연발하는 참모들로 둘러쌓였기 때문이지요. 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대통령은 '인의 장막'을 치고 귀에 단소리만 하는 참모나 각료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서명한 것이 자신을 위한 '방탄법'으로 불리는 '검수완박 법' 공포입니다. 검수완박 법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보시는지요.

"사실 지금의 암울한 상황이 우리 사회가 정상화되기 위한 매우 비싼 성장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로 현장에선 이미 수사지연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그런데다 검수완박까지 되면 수사공백이 더 심화될 것이고, 제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힘없는 국민들이 더 고통받을 겁니다. 그러나 정치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보자면 고통스럽지만 중요한 계기지요. 무엇보다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검수완박'이 글로벌 스탠다드라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은 국민들 뇌리에 확실히 기억될 것이며 결국 머지않아 퇴출될 겁니다. 반면, 거대한 검찰권력이 '권력의 사냥개'라 비판받아온 것에 대한 자각과 반성도 사법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해요. 정권과 상관없이 소신껏 수사하는 검찰, 개인의 방탄 목적을 위해 국가제도를 이용할 엄두를 못내는 염치있는 정치로 가는 깔닥고개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대선 동안 주변의 경제학과 교수들 중에서도 '이재명은 어처구니없는 후보지만 국민의힘은 도저히 못 찍겠다'라는 분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기득권을 누리면서 보통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보수당도 문대통령에 대한 일편단심 지지율에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 갈라치기 정치가 창궐하기 쉬운 사회 양극화, 그리고 그 갈등을 치유하기보다 이용하고 증폭시킨 패거리 정치가 근래 팬덤정치의 1차적 원인입니다. 모든 중요한 이슈에 침묵하길 선택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인 것은 정치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아니라 우리편을 집결시키는 존재에 대한 '종교적 열정'이나 마찬가집니다. 이런 맹목적 팬덤정치는 정치인으로 하여금 일반국민의 삶을 개선하려 애쓰기보다 강성 팬들의 열성을 북돋기 위한 쇼맨십과 적대정치에 매몰되게 만들어 결국 정치를 망칩니다. 이런 정치가 갈등을 양분 삼아 악화되는 이상,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거짓 선동을 일삼는 정치인을 축출하는 정공법을 묵묵히 추구하는 수밖에 없어요."

-의원님은 일명 닥쳐3법(남북관계발전법, 518 역사왜곡특별법, 국가정보원법) 개정 저지를 위해 12시간 47분이라는 최장 필리버스터를 하셨습니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자유민주 체제 수호에 가치를 크게 두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막고자 한 것이 무엇입니까.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북한 주민에게 전단지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5.18에 관해 공인된 내용을 벗어난 말을 했을 때 처벌한다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일말의 이해와 믿음이 있는지 의심됩니다. 표현의 자유는 단지 기본권 보장 차원이 아니라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함, 그것을 통해 발전하는 인간사회의 기본 동력 아닙니까?. 왜냐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변화하는 세상을 새로이 개념화하고 낡은 인식을 수정해 자기 자신과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통로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닥쳐3법은 '우리 586그룹이 믿으라 하는 것만 믿어라. 우리는 국민보다 우월한 존재로서 세상을 이해할 특정 방식을 강제할 권한을 갖는다'라고 선언한 겁니다.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의 적인 셈이지요. 우크라이나를 나찌 정권이라 매도하고, 반대하는 자국민을 체포하는 푸틴과 무엇이 다른가. 필리버스터 동안 그점을 호소했는데, 13시간이라는 기록만 강조되고 민주당의 입법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부족주의적인지는 주목을 못받아 아쉬웠습니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고 보수진영이 발전적 변화를 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렇습니다. 민주당의 처참한 실패로부터 보수 진영은 어부지리를 얻었을 뿐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신뢰받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비민주적인 패거리 정치를 심판했다는 의미에서 국민은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번 결과가 나라의 발전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보수진영이 먼저 쇄신해야 합니다. 만약 새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별로 다르지 않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번 선거의 성과는 정치에 대한 허무와 냉소로 흘러 나라를 오히려 뒷걸음치게 할 것입니다."

-보수는 흔히 철학과 신념의 빈곤이 지적됩니다. 기득권에 매몰돼 있고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어설픈 진보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고 힐문합니다. 보수 정권 출범에 즈음해 한국 보수는 어떤 각오를 다져야 합니까.

"재작년 4·15 총선 참패 직후 국민의힘 내부나 보수논객들 사이에선 '돈뿌리기 때문에 졌으니 우리도 현금 뿌리는 공약을 적극 개발해야 대선에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 성행했습니다. 자기반성을 못하고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낮으니 어설픈 따라하기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사회적 격차가 심각해지는데 전국민 대상으로 돈을 똑같이 뿌리자는 주장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아무런 합리성이 없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은 어찌어찌 인식을 발전시켰고, 지난 대선에서 이 포퓰리즘 공약의 반대쪽에 섰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철학이나 신념은 맹목이 아니라, 정책원리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결합해야 심지가 굳어진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집니다. 그들만의 도그마에 매달려 정책을 망친 것은 정책에 대해 무지한데다, 태도마저 합리적 비판을 차단하는 폐쇄성에 갇혀 배우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지요. 지금과 같은 기술혁명시대의 정치철학이란 스스로의 생각을 현실에 기반해 변화시키고 비판에 개방적이되 끝없이 공부하고 소통하는 태도를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선거에 이긴 국민의힘 역시 강성 지지자들의 주장만 도그마로 추종한다면 그게 바로 우파 탈레반이 되는 지름길이에요."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정부'를 벗어나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며, 장관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수석비서관을 없애겠다고 했다가 없던 일이 돼버렸습니다. 의원님은 청와대 정부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긍정보다 부정적 영향이 큰 청와대 정부를 끊을 수 있겠습니까.

"청와대 정부는 우리 민주주의의 가장 어두운 유산이지만 남미 등 민주주의가 착근되지 않은 곳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권력자가 자신의 사람들로 그림자 정부(parallel government)를 따로 만들어 정부조직법상의 공식 내각을 좌지우지하는 겁니다. 청와대 수석은 우리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상에 어떤 근거도 없는 존재들이며, 그러니 책임도 지지 않아요. 이렇게 책임없이 권한만 휘두르는 청와대 정부는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의 근원입니다. 당선인은 이런 구조를 바꾸겠다고 공약했으나 큰폭의 변화가 당장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부 수석만 없애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는 내각에 실제적인 영향력을 부여할 것인지입니다. 일단 고급공무원 인사를 청와대에서 좌우하던 관행을 끊을 수 있을 것인지가 1차적인 리트머스 종이입니다. 각 장관들이 청와대에 사전보고하거나 의논하지 않고 차관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정책실패시 어떻게 책임지게 할지 두고봐야 합니다."

-새 정부 내각 지명자 청문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명자들의 도덕성과 자질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습니다. 김인철 후보자는 사퇴했고 정호영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편입 등에서 본인은 떳떳하다고 주장하지만 근본적 이해충돌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의원님은 두 사람이 사퇴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의혹만으로 사퇴하라는 것은 당사자로서 억울할 수 있어요. 그러나 '위법이 없었다'는 말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릅니다. 국민들이 공인에게 바라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거지요. 사실 우리 국민이 모든 의혹에 깊이 분노하는 것도 아니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저건 너무했지'하는 판단 기준이 존재할 뿐인데, 몇몇 후보자는 그 기준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새정부가 시작하는 시점이니만큼 개인의 억울함이 있더라도 옆으로 잠깐 밀어놓고 당선인을 돕는 마음으로 처신하는 것이 나라에 기여하는 길이 아닐까라 생각합니다."

-인수위가 3일 윤석열 정부 6대 국정목표와 110개 국정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인수위는 209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는데요, 안철수 위원장은 연 20조원 정도의 예산 구조조정과 경제성장 보너스에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병사월급 200만원, 기초연금 인상 등 현금성 지출 과제에 치우쳤고 산업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 등 생산적 과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됐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예산 구조조정규모는 기재부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추출한 숫자일테니 가능 여부는 나름 근거가 있을 겁니다. 산업구조조정과 경제체질에 대한 내용이 미흡한 것은 누구라도 공감할 것인데, 아마 국정과제 작성과정에서 현실유지 선호형인 공무원의 기여가 컸기 때문으로 보여요. 그러나 아직 내각이나 청와대의 고민이 반영될 통로가 더 있을 것을 보이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된 국정과제를 확정형으로 간주하고 새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연금개혁이 최근 부쩍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문 정권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노동·공공·교육·연금 주요 개혁과제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원님은 '정책의 배신'에서 대한민국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6가지 문제 중 하나로 국민연금을 꼽았는데요, 연금개혁 논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통상 소득대체율과 보험료를 조정하고 지급개시연령을 늦춰서 연금재정을 개선시키는 것이 연금개혁의 전부라 오해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연금개혁은 경제활동 기간의 소득수준이 매우 다른 세대들이 노후에 어느 정도로 유사한 소득을 보장받아야 하는지, 현시점의 노인빈곤 중 어느만큼을 연금제도로 완화시키고 어느 만큼을 조세 및 여타 제도에 맡길 것인지 등 대원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핵심입니다. 소득대체율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를 노조와 사용자단체 목소리가 큰 논의체에 들입다 맡겨놓으면 차분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아수라장이 될 뿐입니다. 지금 당장은 연금개혁 원칙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 논의를 구분한 후, 기존의 논의체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구조에서 원칙에 대해 먼저 논의하고 국민들에게 공개, 의견수렴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노동과 교육 개혁도 시급한데요.

"노동이나 교육 등 개혁이 시급한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지요. 노동개혁은 우리 사회에 어떤 노동시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예를 들면 성과와 노력이 보수에 긴밀히 연동되는 것을 원칙으로 제도를 적극 개혁할 것인지, 교육 분야는 아이들을 어떤 인재로 키워낼 것인지, 공립 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을 어떻게 다르게 정립할 것인지 등 상위원칙과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테일 한두 가지를 가지고 싸우는 것보다 이런 기반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이후 후속과정을 오히려 촉진할 수 있어요."

-윤석열 정부는 물가 급등세를 안정화시키는 게 우선 급선무인데요. 그러나 코로나 극복 과정과 그 이전부터 살포된 유동성에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인한 대외 요인으로 인해 정책조합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의원님이 경제부총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실 겁니까.

"지금 당장은 경제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물가를 잡고 코로나 피해를 복구해 경제 기본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중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는 단기적이면서도 중기적인 거예요. 당장 대안적 수입선을 찾아내고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위해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기적으로는 대외의존도 축소와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기업이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책조합의 공간이 아무리 축소됐더라도 이들 노력은 어떻게 해서든 달성해야 해요. 이에 더해 장기적 정책조합 역시 중요합니다. 국제질서의 변화, 기술의 변화, 국내적인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 교육, 재정, 통화, 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이 장기적 시야 속에서 조율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한 총괄적 컨트롤 타워를 확립하고 작동시키는 노력 역시 중요해요."

-미·중 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이념적 편향 재편 등으로 세계화가 일시적 멈춤 또는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경제가 외교안보와 더 밀접해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아래에 경제안보보좌관을 신설했습니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합니까.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미중 영향력 경쟁의 장이 옮겨지는 등 경제통상질서는 지금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이요. 이렇게 질서가 새로 만들어질 때는 주도적으로 참여해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IPEF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자체가 중국 견제를 속성으로 하는 것에서 나타나듯, 외교안보와 경제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어요. 경제안보외교의 중심축은 대외의존도가 높고 특정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통상의 약점을 보완하고 민간이 대처하기 어려운 공급망 교란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여야 합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새로이 진행되는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해 디지털교역, 공급망재편, 기후변화대응 등 새로운 영역에서 탄생할 국제규범이 우리나라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겁니다."

-미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가정하고) 올리면서 1.0%가 돼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는 50bps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달 말(26일) 금통위가 열리는데, 금리인상이 확정적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는 공급망 교란과 전쟁 등으로 코스트 드리븐 인플레이션 성격도 짙습니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인 상황에서 물가를 잡아 경제주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통화정책이 정책 목표는 달성은 어려우면서 오히려 금리 부담까지 안기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신3고 시대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한국은행법에도 명시돼 있듯 한국은행의 최우선 책무는 물가안정입니다. 이를 위해 금리인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문제는 코로나 수습을 위해 상당폭의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걱정하느라 양쪽 깜박이를 켜고 달리는 것은 실패가 보장된 길이지요. 그보다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재정지출의 우선순위와 시점, 금리인상의 폭과 시점을 시장상황에 맞춰 조정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정책조정능력과 기관간 소통이 중요합니다."





-부동산시장 안정책은 물가정책 못지않게 핵심과제입니다. 의원님은 가격 하향 정책은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하셨는데, 현 서울의 집값을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보시는 건가요.

"문재인 정부 동안 서울 집값은 올라도 너무 올랐습니다. 그러나 거품을 급격히 꺼트리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을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충격이지만, 최근에 대출받아 비싸게 집을 산 사람들과 오래전에 산 사람간 분배 문제도 초래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바라는 것은 완만한 하향안정화입니다. 그러기 위해 신도시든, 도심재건축·재개발이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의원님 임대차법 관련 국회 연설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나요.

"지금 평가해보면, 임대차법의 문제는 '과도한 임대료 제한'과 '갱신여부 강제'라는 두 개의 큰 충격을 전세시장에 동시에 가하면서 임대인·임차인 갈등을 조장하는 갈등의 언어까지 사용했다는 겁니다. 이것은 시장을 돌보려는 의도보다 어처구니없는 갈라치기 입법이었어요.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한 가지 긍정적인 요소를 찾는다면, '임대료가 예측 불가 수준으로 튀어오르지 않게 막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긍정성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해요. 법 시행전을 생각해보면, 연5%, 즉 2년에 10%라는 인상폭 상한이 가이드로 존재할 뿐 강제할 수 없었음에도 시장은 원활히 작동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시행 이전 수준으로 임대료 상한폭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상한을 설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되, 계약 당사자 간 가격조정폭이 넓어지면 굳이 계약을 종료할 필요가 줄어들 테니까. 만약 시장가격 인상폭이 너무 높아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약 종료가 빈번해진다면 갱신에 동의한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새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위해 추경을 추진합니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한다면서, 또 물가를 잡기 위해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데 과연 바람직합니까.

"우선 '불가피한 지출은 필요한 만큼 쓰되, 그렇지 않은 돈은 아껴야 한다'가 대원칙입니다. 코로나 동안 소상공인들은 공동체를 위해 막대한 고통을 감수했습니다. 고통분담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가 그것을 요구했었습니다. 이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공동체의 나머지 성원들도 조금씩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건전한 공동체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그래야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또다른 팬데믹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방역 협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 구제를 위해 재정지출을 단행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을 우리 공동체가 함께 분담해야 하는 고통으로 이해하면 어떨까요? 단 그 외의 지출 중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국민의 고통분담을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재정준칙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데요. 윤 정부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코로나 뒷수습을 하는 동안은 상당한 지출이 이루어지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불요불급한 지출이 아닌 것들은 우선순위를 부여해 시기를 조정하고, 코로나 수습 이후 재정운영의 목표와 준칙을 설정해 실제로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 부분은 선거기간 동안 당선인이 여러번 강조한 만큼, 원칙을 확실히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우리의 재정상황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한덕수 총리 지명자가 '총요소생산성'이란, 오래 잊고 있었던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경제성장에서 워낙 중요한데 그동안 간과해왔기에 외려 신선한 충격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사실 한국경제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들어섰고 2030년 되면 지금보다도 320만명 더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노동 자본 등 투입의 증가는 이제 제한적입니다. 생산적 노동문화, 기술혁신, 선진 정치(협치) 등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정부(정치), 기업, 가계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총요소 생산성이란 주어진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인데, 기술수준 뿐 아니라 제도, 문화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매우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직접적인 주체는 민간이지만, 민간이 총요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입니다. R&D 투자나 전략산업 지원, 교육개혁, 노동시장 개혁, 공공부문 개혁 등을 통해 민간이 한정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 정부 정책의 중심인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