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 레드라인 다 그어준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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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 없는 정부"의 임기말 말년 없는 정쟁
尹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법 날치기, 文이 대못
불발된 親文 끼워넣기 사면, 정파적 고려뿐
대통령이 새 정부에 독설, 법사위 반환 합의 파기
청문회도 벼랑끝…민주, 호소할 잣대 남아있나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 레드라인 다 그어준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물리적인 정권 교대가 코앞인데도 정치권에선 끝없는 대치로 여론 '공해'가 발생하고 있다 있다. 현 정권이 임기를 100일 남겼을 때, 또 3·9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을 찾았을 때 청와대는 "말년 없는 정부"를 거듭 표방했었는데 적어도 정쟁(政爭) 측면에선 그 말이 확실히 지켜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며 내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유일하게 유효한 약속이라는 따가운 평가를 받는 것과도 닮았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 레드라인 다 그어준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5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전임 원내대표를 지낸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말년 여당과 국회의장·대통령이 합세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시작 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2건을 밀어붙인 과정이 대표적이다. "철저히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한다"던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은 국회법에 '하지 말라'고 적힌 것만 빼고 다 하겠다는 '이중언어'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법안 대표발의자를 위장탈당시켜 소수정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꽂아 넣어 반대토론을 무산시킨 꼼수는 두말하면 입 아플 지경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법의 요체인 검찰청법에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지난 3일 박 의장이 평일 기준 오후 2시에서 4시간이나 앞당겨 소집한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공조는 청와대가 이어받았다. 평소 오전 10시에 여는 국무회의를 개최 시각을 오전 11시로, 오후 4시로, 최종적으론 오후 2시로 수차례 변경했다. 오직 검수완박법 의결을 변수로 행정부의 최고위 회의체가 들썩인 셈이다. 야당의 법률안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 촉구를 뒤로하고 문 대통령은 결국 한차례 축소시킨 검찰 수사권을 임기 종료 일주일 전 전부 폐지로 못박았다. "촛불정부"를 거듭 자임하며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검찰을 꾸짖기도 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부작용 등에 대한 법조계에서 빗발치는 반발과 헌법소원 예고엔 못 들은 체 했다.

임기말 정파논리가 만발하는 징후는 더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 떠돌던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세트 사면설'이 지난 2일 문 대통령의 고심 끝 철회 결정이 알려지며 그 실체가 확인됐다. 현 정권의 '적폐 수사'로 감옥을 들락날락한 야당의 전직 대통령과 경제인, 19대 대선 전후 민주당 권리당원이던 '드루킹' 등 댓글조작단과 공모한 현직 대통령 최측근,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는 정권 전(前)유력인사의 배우자를 나란히 놓고 사면 카드를 만지고 있었다니. 한 여론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만 국민 68.8%가 찬성하고 나머지 인물들에 반대가 과반이었다는 점에서, 국민 공감대와 괴리가 큰 정무적 판단에 의한 '사면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 레드라인 다 그어준 문재인 정부
지난 5월2일 발표된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중 '임기 말 특별사면'에 관한 인물별 찬반 그래프. KSOI 제공 자료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 레드라인 다 그어준 문재인 정부
지난 5월5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중 더불어민주당이 4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관련 검찰청법 개정안 평가 설문 결과 그래프. NBS 제공 자료

분야를 불문하고 '내편'이 아니면 모조리 개혁·축출 대상이라는 관념이 느껴지는데다 무리수마저 연발한다. 지난 2일 이재명 성남시 시절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경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민주당은 수석대변인 논평과 카드뉴스 등으로 "사법 살인으로 검찰 공화국의 서막을 열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그러나 영장에 이재명 민주당 전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피의자'로 적시됐다는 지난달 4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은 경찰이 주체였다. 야당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민주당이 조만간 '경수완박(경찰수사권 완전박탈)'까지 외칠 것 같다는 비아냥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이재명 망신주기'를 우려한다던 민주당은 6일 이 전 후보를 송영길 전 대표가 비운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하며 사실상 '방탄 조끼'를 입혔다.
국회에선 21대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을 앞두고, 올해 6월 이후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를 민주당이 깼다. 지난해 7월 박 의장이 중재한 합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 시절 "여당이 법사위, 야당이 예결위"라던 민주당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야당의 견제 권한"을 내세우는 것으로 태도를 뒤집었다. 지금까지 다수 의석을 명분으로 국회의장에 법사위원장까지 독식했으나, 이젠 야당이 된다는 이유로 법사위원장을 놓지 않겠단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동네 반상회도 이렇게 운영을 안 하는데 민주당은 얼마나 더 많은 폭거를 저지르려 하냐"고 책망했다.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곳곳에서 늦춰 새 정부가 반쪽짜리도 안 되는 내각으로 출범케 하는 것이나, 결정적 비리도 잡아내지 못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볼모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부터 종용하는 청문회 정국까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GSGG'와 '앙증맞은 몸'으로 요약되는 의원 징계 이중잣대도 예삿일처럼 보일 지경이다. 정권이양기의 허니문은커녕 이처럼 대결 지향적이고 아노미 지향적인 집권세력이 있었을까. 윤석열 새 정부가 거대야당과 대치하면서 어떤 수(手)를 동원하게 되든, 그 명분은 문재인 정부가 이미 다 쥐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향후 입법 전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일상화할 수도 있겠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만일 수적 열세에 몰리는 상황이 온다면 합의, 상식, 관용, 배려를 호소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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