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석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측지그룹 박사
![[포럼] 남극 탐구에 이정표 될 `위치앱`](http://contents.dt.co.kr/images/202205/2022050202102369660001[1].jpg "[포럼] 남극 탐구에 이정표 될 `위치앱`")
하지만 위성 신호를 기반으로 하는 GNSS 시스템은 신호를 차단하거나 반사하는 구조물이 있으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빌딩 숲 사이 골목에서 지도 애플리케이션 속 위치 오차를 알려주는 동그라미가 커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GNSS 장비는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앞서 군용으로 개발되었다. 군용 또는 전문가용 장비는 더 많은 신호를 수신하고 정확한 위치를 계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유사시 다른 이에게 위치 정보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탐험가 등 극한 환경에 나서는 이들에게 GNSS는 매우 중요한 장비다.
우리나라는 남극에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를 거쳐 안정적으로 남극 내륙까지 진출하려는 K-루트(Korean route) 탐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활동에서는 크레바스와 같은 위험 지형과 안전 지역의 정확한 위치를 기록해두어야 하므로 GNSS 장비가 필수다. 그러나 극한환경인 남극답게 GNSS 사용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GNSS 위성의 궤도에 한계가 있다. GNSS 위성 대부분은 인구가 밀집된 저위도와 중위도 지역을 대상으로 궤도를 삼는다. GNSS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미국의 GPS 위성은 지구 적도 면에 대하여 55도의 경사각으로 지구를 돌며, 유럽연합의 갈릴레오 위성의 경사각은 56도, 러시아의 글로나스 위성의 경사각은 조금 높은 64.8도다.
즉, 위도가 높은 남극 내륙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머리 위에 떠 있는 GNSS 위성의 수가 줄어든다. 남극점에 가까워질수록 내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위성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GNSS 위성 수가 줄어들더라도 위성의 공간 분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수신하는 위성 신호의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정확한 위치 계산이 가능하지만 사용 가능한 위성 수의 감소는 곧 위치 정확도의 저하로 이어질 확률을 높인다.
남극의 대기 상태도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지구 대기 상공 약 100km에서 1000km의 태양 극자외선에 의해 생성된 플라스마가 존재하는 구역을 전리권이라 하는데, 태양 활동이나 지자기 활동으로 전리권의 플라스마 밀도가 급변하면 전자기파인 GNSS 신호에 굴절과 회절이 발생한다. 이 현상은 지상에서 받는 신호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신호를 두절시킨다. 남극에서는 아름다운 밤하늘의 오로라와 같은 대기 현상이 태양 및 지자기 활동에 따른 전리권 플라스마 밀도 변동의 원인 중 하나이며, 이러한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날에는 GNSS 신호에 영향을 크게 주어 위치 정확도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GPS 기준점과 세계 4번째 국제 데이터센터 운영에 이어 남극에서의 GNSS 신호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근래에는 남극의 GNSS 신호 품질 저하 현상이 계절 및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오로라를 비롯해 태양 및 지자기 활동에 따른 다양한 전리권 플라스마 밀도 급변 현상이 남극의 여름인 12월에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에 따라 GNSS 신호 품질 저하 현상이 해당 시기에 더욱 잦아지고 강해지는 것이다.
즉, 12월에는 GNSS만으로 내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극 탐사 진행은 해가 오래 떠있고 기온이 다소 상승하는 여름철에 진행해야 하므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책을 마련하고 일시적으로 위치 오차가 증가하더라도 당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류의 남북극 진출에 따라 고위도 지역을 서비스하는 GNSS 위성이 증가하고 전리권의 변화에 대한 GNSS 신호 영향 연구가 지속된다면, 남극에서도 지도 앱에 안내되는 안전한 경로를 사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