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망 사용료 의무화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찬반 공방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변상규 호서대학교 영상문화학부 교수는 지난 22일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망 사용대가 논쟁은 '공유지의 비극' 사례와 가장 유사하다"면서 망사용료 부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공유지의 비극은 사람들이 '공유 자본'을 공동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자본 황폐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의 경제학 용어다. 넷플릭스·유튜브와 같은 CP(콘텐츠공급사) 구독자는 자신이 유발한 트래픽에 비해 낮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트래픽의 한계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ISP 가입자 감소-투자비용 부족-망 품질 악화-CP'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변 교수는 "CP에게는 수익이, ISP에는 부담이 돌아가면서 갈등과 불만이 쌓인 상태"라면서 "트래픽이 작을 때에는 ISP가 가입자로부터 이용료를 받아 투자비용을 충당했으나,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망 유지 및 고도화 비용이 늘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비용분담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래픽이 과다한 가입자에게 추가 비용을 징수해 네트워크 투자비용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신사들이 서비스 책임을 인터넷 이용자들과 CP에게 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오드 슈트겐 플럼컨설팅 이코노미스트는 "최종 이용자 관점에서 데이터를 송신, 전송하는 것에 비용을 부과하게 되면 인터넷 접속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관리 서비스 비영리 단체 에이피닉(APNIC)의 제프 휴스턴 최고과학책임자는 "CP들이 콘텐츠 광고로 얻는 수익은 ISP가 트래픽 이동(캐리지)으로 인한 수익을 뛰어넘고 있다"면서 "(ISP의 수익성 저하는)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망 사용료 의무화를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법안 통과를 잠시 미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21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갖고, 내달 중순께 공청회를 열고 해당 법안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전혜숙·김상희·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박성중 의원(국민의힘),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6건이 발의돼있다. 법안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추가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유선희기자 view@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이 지난 19일 오후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제프 휴스턴 에이피닉(APNIC)의 최고과학책임자가 발제하고 있다. 인기협 유튜브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