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금융부장
![[DT현장] 신한지주 회장의 `제로 성과급`](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2102102269065001[1].jpg "[DT현장] 신한지주 회장의 `제로 성과급`")
오히려 올해 금융권 연봉 순위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였다. 그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으로만 90억원 이상을 챙겼다. 스톡옵션을 받은 뒤 불과 2년 만에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기에 부러움을 살 만 했다. 그런 면에서 지급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벌어졌던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특별 퇴직금 50억원은 조족지혈에 불과해 보인다.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고액 성과급은 재계 총수들의 연봉과 비교하면 초라해보이기까지 하다. CJ·CJ제일제당·CJ ENM 등에서 총 218억원을 받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이나 급여 등으로만 150억원을 챙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연봉은 스톡옵션이나 퇴직금 없이도 1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룹의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 상의 지위를 감안한다고 해도 그 정도의 급여나 성과급을 지급할 만한 역량을 발휘했는지, 보상근거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표이사의 고액 성과급을 둘러싼 부러움과 질시 속에서 성과급 제로(0)로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바로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이다. 신한지주 조용병 회장의 2021년 보수총액은 8억원으로 성과급은 0원이다. 조 회장은 회장 취임 다음해인 2018년 약 3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았고, 2019년에는 약 5억원의 상여를 수령했다. 회장 연임에 성공한 2020년 연간 성과급으로도 약 5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연간 순익이 4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한 2021년 연간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신한지주 대표이사의 연간 성과급은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에 따라 결정된다. 계량지표는 총주주수익률(TSR) 같은 주주가치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수익성 지표, 건전성 지표, 리스크 지표(RAROC), 총이익경비율 등이다. 디지털전환(DT), 상품과 서비스의 업계 선두지위 확보, 원신한(One Shinhan) 가치창출 등의 비계량지표도 연간 성과급 결정요소다.
신한지주는 조 회장 취임 3년차였던 2019년 3조4035억원이라는 그룹 설립 이후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 그 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금융그룹 체계를 가다듬었다.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사인 신한AI도 설립해 디지털 신사업 추진에도 가속도를 냈다. 연임 직후였던 2021년 신한지주는 4조193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익을 거뒀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키고,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인수로 그룹 내 손보사를 편입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제재 조치를 받았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면서 징계 리스크가 여전해 신한지주 이사회는 성과보수 지급을 미뤄둔 상태라고 한다. 은행장 재직 시절의 채용비리 혐의로 3년 이상을 끌어왔던 법률 리스크는 2심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는데, 징계 리스크가 다시금 불거진 것이다.
징계 리스크가 없어진다고 해도 조 회장에게는 풀어야 할 성과급 숙제가 남아있다. 경쟁사 대비 저조한 신한지주의 주가수익률이다. 조 회장 취임 이후 신한지주의 주가는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와 비교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절대적인 주가 수준도 가장 낮다. 4년간의 경쟁사 대비 주가상승률 수준에 따라서 조 회장의 장기성과급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를 대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의구심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외부 출신 인력의 이탈로 대변되는 조직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신한지주 주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는 신한금융그룹의 모태인 신한은행 창립 40주년이다. 4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신한금융그룹이 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해 조 회장이 내년에는 연봉킹에 오르기를 바란다.
김현동 금융부장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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