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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정권인수 중 예비 여당 대표의 `개인 이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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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정권인수 중 예비 여당 대표의 `개인 이슈 파이팅?`
지난 3월30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 참석, 우의를 입고 있다.<연합뉴스>



3·9 대선이 끝난 지 3주째, 새 정부 출범 등 미래지향적 이슈보다 '갈등' 이슈가 여전히 화제다. '광화문'에서 '용산'행으로 급변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탈(脫)청와대 공약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즉각 '종전선언' 구호를 접고 '안보위기'를 내세워 막아서며 다퉜고, 현직과 차기 대통령의 역대 가장 늦은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신구(新舊) 권력간 투쟁 뉴스가 주를 이뤘다. 갈등에 이끌리기 마련인 여론은 이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속칭 '일기토'를 방불케 하는 대립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부터 전장연의 출근길 서울지하철 이동방해 시위를 공개 저격하며 일주일 넘게 공개 대립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등 권리예산 반영' 주장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면서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핀셋 공세'에서 시작해, "사실 지하철에 들어가서 시위하는 것 자체가 다 불법"(31일)이라는 등 확전을 거듭해왔다. 이 과정에 '박원순 서울시 시정(市政)에서 못 지킨 약속을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시위하는 건 의아하다', '시민을 볼모삼는다' , '문명적이지 않다' 등 주장이 동반됐다. 안철수 위원장 지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과 인수위원들이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을 만나 입법 요구사항을 듣고 '달래기'를 거듭했던 29일에도 이 대표는 "어제부터 전장연이 그냥 탑승만 하고 있다"며 자신의 '요구사항'이 관철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정권인수 중 예비 여당 대표의 `개인 이슈 파이팅?`
지난 3월28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민주당·정의당과 언론계 등에서 이 대표가 '약자 혐오'와 '갈라치기' 정치를 거듭한다는 반발이 잇따랐지만, '언더도그마' 성역을 깨고 '할말 하는 정치인'이라는 네티즌의 평가도 만만찮다. '갈라치기'는 성별 갈등을 비롯해 현 여권의 책임이 더 큰 문제이며, 이 대표가 정작 '장애인 혐오'나 '막말' 언사를 한 실례(實例)가 없다는 주장이 많다. 또 옛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 출신의 국민의힘 한 전직 청년보좌역은 27일 "금속노조원이 'XX 아빠'로 둔갑하고, 데모전문가가 '농부'로 포장되는 감성 정치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발전적 논의도 없다"며 "약자성을 무기 삼는 갈등 산업 종사자들을 완벽하게 해체"해야 한다고 이 대표를 지지했다. 이 가운데, 곧 여당이 될 공당의 대표답지 않은 처신이라거나 언제나 '불편'을 초래하기 마련인 집회·시위의 본질을 이해 못하고 억압한다는 제3의 의견 역시 새어 나온다.

이 중 이 대표 메시지의 '프로토콜 결여'를 짚는 제3의 의견에 비교적 공감이 간다. 국민의힘 안팎의 혼란상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을 키워낸 나경원 전 의원은 31일 CBS 오후 라디오에서 "전장연이 굉장히 정치편향적이고 그들의 시위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는 분명히 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 대표처럼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 28일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김예지 의원(비례대표)은 전장연의 경복궁역 시위현장을 찾아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었고, 시민 불편에도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당 약자와의동행위원장인 김미애 의원은 29일 김예지 의원을 지지하며 "자세를 낮추고, 귀를 세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보다 앞선다"고 이 대표를 지적했다.


약자와의동행위를 조직한 당사자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항상 본인 스스로의 소신만을 피력할 것 같으면 정치를 해나가기가 힘들다"며 "여당의 대표가 되는 입장"이라고 훈수를 뒀다. 28일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나, 당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는 내부 지적에, 이 대표가 "당 차원이 아닌 제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이라며 '용산 집무실'이 더 큰 악재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지적에 31일 "당 정치원로들 정치문법은 '애초 장애인 관련 문제는 건드리지 말라'는 문법"이라며 자신은 "지금 젊은 세대들이 바라는, 서울시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반론을 했다. 다만 이 대표도 장애인단체 저격에 당 정식 공보라인까지 가동하진 않는 모습이다.
당 밖에서도 심상찮은 조짐이 인다. '19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했던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이면서, 지난해 6월 호남 한복판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고 윤 당선인을 지지해온 함운경씨는 "이준석은 낙제"라고 주장했다. 함씨는 이달 1일 페이스북으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시위를 하는 건 사람의 주목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며 "법이 허용한 집회시위 자유를 벗어난 것은 (자신들이) 책임지면 될 일"이라면서 "우리(미 문화원 농성자들)는 감옥가는 걸 당연시 했고 '내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했다"고 밝혔다. 함씨는 "그런데 '네가 하는 행동으로 경비경찰이 다치는 것이 문제이고 주변 교통을 방해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 사람 중에 정치인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는 한심한 사람"이라며 "난 그런 사람이 정당의 대표로 있다는 것이 무섭다"고 직격했다.

다방면으로 이 대표는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지난 29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뉴스1 의뢰·지난 3월 27~28일·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당선인의 새 정부가 국정수행을 '잘할 것'으로 본다는 여론이 55.0%('잘 못할 것' 42.6%)로 과반이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 의미에 대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승리해야 한다'는 여론은 48.6%로 줄고, 새 정부 견제를 위해 민주당 승리를 지지하는 여론(44.3%)과 오차범위내 격차를 이뤘다. 정당지지율도 국민의힘 38.7%, 민주당 35.8% 순으로 '예비 여당' 지지율이 40%에 못 미쳤다.

한편 이 대표가 창시한 대변인단 선발 토론배틀 2기에도9달여 전인 1기(564명)에 훨씬 못 미치는 203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효능감'을 내세운 그의 정치 방식이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겠냐는 의문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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