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산업부장
![[DT현장] 지방선거 승부는 경제 살리기로](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2902102269781001[1].jpg "[DT현장] 지방선거 승부는 경제 살리기로")
하지만 여야 모두 표심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렇다.
경상북도 경산에서 친환경 자동차용 부품을 수출하는 한 제조업체 대표는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완성차 업체의 발주 규모가 급감한 데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다"며 "매출 감소는 물론 채산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우니 어떻게든 경제 활로를 뚫어달라는 것이 지역의 목소리다. 특히 대규모 수출 제조단지가 있는 지역일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집계한 2분기 지역별 경기전망지수(BSI)를 보면 정유·석유화학과 자동차·부품 제조업의 비중이 큰 대구와 울산(각각 88)이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관광·소비 중심의 지역 경기는 살아나는 대신 대규모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안좋아지는 모양새다.
수출 기업들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더 깊게 들여보자. 전경련이 매출 1000대 기업 가운데 제조업이 주력인 102개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사정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3곳 중 1곳은 현재 상황이 전년 동기보다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그렇잖아도 삐걱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판국에 원재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위약금을 내는 것보다 마이너스 마진을 감수하고라도 일단 납기일 내에 제품을 넘겨야 하는 게 제조업체들의 현실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니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자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쇄 도산이라도 하면 일자리는 더 없어진다. 치솟는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마비 등 대외 여건은 일개 기업이, 그리고 정부라고 해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물가도 오르고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10년 만에 최대인 3%를 넘어 4%대로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다.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뛰어넘으면 실질소득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소비침체와 경기위축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낭떠러지 일보 앞에 한국 경제가 서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특히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나아가 경기가 둔화되어 취직하기도 힘들어진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찾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국민이 바라는 차기정부 경제정책 과제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6.7%의 응답자들은 '경제 활성화'를 첫번째로 꼽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기 정부가 국민의 이익과 경제 살리기를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이고, 우리 산업구조를 더 첨단화·고도화시켜나가야 하는 책무를 다음 정부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5월이면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박빙의 승부로 정권을 되찾은 여당과, 여전히 입법권을 쥐고 있는 거대야당 모두에 경제 살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여야 간 정쟁이라면 아마 모든 시민들이 환영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박빙의 승리를 했던 것을 보면 아직 민심은 여당에도, 야당에도 쏠려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지방선거의 표심은 누가 더 경제 살리기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리라 믿는다.
박정일 산업부장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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