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한기호의 정치박박] 말년 잊은 잡음·내로남불…`취임덕·선거용` 노리나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尹 '대통령실 이전' 공약에 태세전환式 총공세
"국가안보·시민재산권 걱정" 쏟아낸 민주당
'평화' 왔다던 靑도 "韓 안보위기 고조" 제동
한은총재 지명 '尹측과 협의했다'…곧장 반박돼
장관發 업무보고 파행까지…컨센서스 상실 정치
[한기호의 정치박박] 말년 잊은 잡음·내로남불…`취임덕·선거용` 노리나
지난 3월20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 설치된 TV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 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보름 전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건만, 선거 기간을 방불케 하는 여야 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내로남불'도 기승이다. 언제부터 저렇게 '안보' '국민 재산권' '세금 낭비'를 걱정했고, '대국민 소통'에 무게를 뒀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진작 그랬으면 '80% 촛불 국민통합'을 자임하다가 5년 만에 도로 정권을 내어줬을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기가 다가온 '청와대 세입자'들과 소속 여당 그리고 그들의 정부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국방부 신청사) 이전을 선언하기 전후로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에선 '발 걸기 정국'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방부 청사를 정리하려면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추계가 있다", "용산과 남산 일대 전체가 고도제한으로 묶여서 5층 이상 건축이 불가능해진다" 등 미확인 주장을 옮겼다. 20일 기자회견에선 "윤 당선인은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고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졸속과 날림의 집무실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결사(決死)의 자세로 막겠다고 했다. 각종 대북 저자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경제 보복을 가한 중국에 3불(不) 약속 등으로 안보주권 실종 논란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조세저항'을 불러온 민주당이 별안간 '안보·재산권'을 부르짖은 셈이다.

18대·19대 대선 두차례에 걸쳐 "지금의 청와대는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도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요청한 496억원대 예비비 국무회의 의결을 거부했다. 5월10일 새 정부 출범까지 이전 작업을 끝내는 데 "무리한 면이 있다"면서 시작 가능한 시기를 늦춰버린 셈이다. 현직 대통령이 되면 이전이 쉬워진다는 뜻일까. NSC 결과를 전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불과 몇시간 전 오전 라디오에서 "저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기도 하다. 사흘 전(18일) 문 대통령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는 말로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의 돌출발언 자제를 지시했던 것까지 감안해, 국민의힘에선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나온 배경이다.

청와대는 또 반대 사유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국방부·합참·위기관리센터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먼저'같은 겨울 올림픽을 치르고,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수차례 만나고, '평화 구호'로 전국단위 선거를 휩쓸던 정권이 말기에 '안보 위기'를 호소한 셈이다. 북측의 안하무인은 하루 이틀이 아닌데 민주당이 원치 않은 대선 결과 말고 급변 요소가 있었나, 새 주적(主敵)이라도 나타난 건가 의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대한민국 국민 혈세 700억원이 들어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것을 두고도 배상이나 사과를 요구하기는커녕 남북대화에만 목을 매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미상 발사체' 운운하던 문 정권이 이제 와서 안보를 내세우는 것은 참으로 난센스"라고 꼬집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한차례 결렬된 뒤 일주일 넘도록 공전하는 배경으로 '인사권 문제'가 제기된 것도 건전하지 못한 정치 일면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총재, 중앙선관위 상임위원·감사원 감사위원 등 대통령 임기(5년)와 맞먹는 임기 4년제 공공기관장 또는 공직자 인사권을 '물러날 청와대'가 고집하면서 윤 당선인 측과 충돌한 것이다. 청와대는 23일 한은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지명했고,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브리핑했다. 하지만 물밑 협상 카운터파트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라고 묻자 "좋은 사람 같다"고 한 적은 있으나 협의 절차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장 실장은 이 수석이 인사 발표 '10분 전' 전화로 통보해오자 '일방적 발표'라며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대꾸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도 24일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협의 부재를 시사했다. 감사위원 인선 등도 뇌관으로 남은 터다. 하지만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무슨 협상이 필요하냐. 무슨 '회담'을 하는 게 아니다"며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두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정도로 평가하는 것에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퇴임 앞둔 대통령보다)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다.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정부에선 민주당 의원을 겸직 중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에 법무부가 업무보고를 하기 전날(23일) 기자간담회로 윤 당선인의 3가지 사법개혁 공약을 '공개 반대'하며 업무보고 파행을 초래했다. 반대한 공약 중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법령 폐지, 검찰 예산편성권 법무부로부터 독립의 경우 "과거 민주당이 오랫동안 주장하고 요구해온 사항"이라는 인수위 측 지적까지 나왔다. 대선 끝나고도 잠깐의 '허니문'도 없는, 1년 365일 선거기간 같은 '정치병' 정국이다. '컨센서스'가 박약한 '유불리' 함몰 정치에 끝이 안 보인다. 교섭단체 만장일치 합의에 따른 선거법 개정 불문율 파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후 '비례위성정당 뒤통수' 논란은 그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 말라'고 법령에라도 쓰여있지 않으면, 유리하다 싶으면 무엇이든 하는 정치는 172석 민주당의 헤게모니 아래 계속될 전망이다. 윤 비대위원장은 21일 윤 당선인을 향해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었다. 상대 당 대통령의 '취임부터 레임덕'을 기대하는 눈치다. 정권이 바뀐 3주 후 치르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유불리까지 감안해 같은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어렵지 않다. 윤 당선인 측 안팎에선 대통령실 이전 논란과 파행이 길어지면 새 정부 정책·참신성을 보일 이슈가 함몰되고, 선거 악영향이 불가피할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알듯 한몸이 돼 파고드는 당정청을 '모래알' 같은 국민의힘이 감당할 재간이 있을까 의문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말년 잊은 잡음·내로남불…`취임덕·선거용` 노리나
지난 2018년 5월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한기호의 정치박박] 말년 잊은 잡음·내로남불…`취임덕·선거용` 노리나
지난 3월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가 당일로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유예한다고 밝힌 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면서 만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