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정치정책부 부장
![[DT현장] 협치는 오간데 없고 `혐치`만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2402102269614001[1].jpg "[DT현장] 협치는 오간데 없고 `혐치`만 있다")
처음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 현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둘러싼 문제 등을 놓고 양측이 만나기 전에 단지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당초 지난 16일 양측의 회동이 의견 대립으로 전격 무산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차기 정부를 인정하기 싫은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들게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종로구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현 청와대를 벗어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직접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안보를 이유로 '용산 대통령실 이전 불가'를 발표했다.
청와대 측은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대북 대화의 창을 열지 못해 한이 맺힌 현 정부가 북한이 당장 쳐들어올 것 마냥 '안보'를 이유로 윤 당선의 대국민 1호 공약을 대놓고 '보이콧' 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권한도, 현 정부 공공기관장 인사권도 오는 5월 9일 임기 마지막 날까지 현 정권에 있고, 이같은 권한을 시행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탈 청와대'도 현직 대통령의 안보책무 때문에 '절대 불가'라는 것이다. 현 정부는 작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결정했고, 보수 진영의 차기 정권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도 충분히 건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건의한 사안을 만나 협의하고 차후 조율해도 될 문제다. 또 임기가 40여 일 남은 현 정부가 끝까지 공공기관장 인사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일면 '생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더욱이 자신들의 낙하산 인사를 공공기관 임원에 꽂는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탈 청와대'는 또 어떤가. 문 대통령도 당선 시 '탈 청와대'를 외치며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결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차기 정부가 하겠다는 걸 지원하진 못할망정, 대놓고 '태클'을 걸었다. 이 정도면 '몽니'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고 노무현 대통령도 보수진영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지 9일 만에 만나 차기 정부 인수인계를 논의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 당선인과 불과 득표율 0.73%(약 25만 표 차), 역대 최저 득표 차로 패배했다고 해서 생뚱맞은 몽니를 부리는 것인가. 아니면 40%에 가까운 역대 최고 임기말 대통령 지지율, 172석 거대 민주당의 의회 권력을 믿고 그러는 것인가.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이 후보와 함께 만든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안은 국무총리 국회추천체와 국민내각 등을 골자로 하는 국민통합정부 구성,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다당제 가능형 국민통합국회 구성,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를 통한 국민통합개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협치형 정치개혁안은 낚시꾼의 낚시질처럼 단지 선거를 앞둔 정치꾼의 선동질에 불과했던 것인가. 민주당의 현 태도에는 협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시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고 리영희 선생의 명저를 상기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절대 한 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 이 사실을 부인하고 오로지 대결 정치로 나간다면 결말은 추락이다. 사회주의라는 한 쪽 날개로만 날겠다고 퍼덕이다 결국 1991년 소련 붕괴로 국가가 해체된 뒤 탄생한 러시아가 다시 힘의 정치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그 결말은 매우 폭력적이고 무고한 피의 희생이 뒤따른다.
양 날개가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죽이려 들면, 새의 몸통(국민)마저 추락해 죽임을 당한다. 윤 당선인도 국민과 소통만 외칠 게 아니라 현 정부, 상대 당과 적극 소통하는 협치를 먼저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입니다. 국민의 이익이 국정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입니다." 당선 인사로 한 이 말씀, 절대 잊지 마시라.
김승룡 정치정책부 부장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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