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DT현장] `용산 대통령 시대` 소통과 불통 사이](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2202102269044001[1].jpg "[DT현장] `용산 대통령 시대` 소통과 불통 사이")
윤 당선인이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 또는 용산 집무실을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다. 구중궁궐과 같은 청와대에 갇혀 눈과 귀가 가로막힌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는데 마다할 국민이 있을까 싶다. 윤 당선인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제19대 대선에서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했을 때 국민 중 반감을 가진 이는 극히 드물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용산 시대'를 여는 방식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소통'하고 싶어서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당선인이 그 집무실을 택하는 과정에서 '불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서 집무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그러나 광화문 집무실이 현실적인 여건상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본관·별관으로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고, 청와대 내 일부 시설의 사용 역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광화문 대신 용산 집무실로 선회해 확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열흘도 채 되지 않는다.
윤 당선인은 용산을 택한 이유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구역은 국가안보 지휘시설 등이 잘 구비돼 있고 경호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대통령 업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더라도 개발제한 등의 추가 규제는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윤 당선인은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돼 왔으며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더라도 추가적인 (개발제한 등) 규제는 없다"면서 "무엇보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주위 미군기지 반환이 예정돼 있어 신속하게 용산공원을 조성해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왜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이 아닌,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정했는지는 분명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통보가 아닌 소통이다. 대통령이 정했으니 그냥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설득하고 기다려주는 소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용산 집무실 이전 반대 청원이 게시 4일 만인 21일 현재 3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이전계획을 발표한 뒤 기자들로부터 '국민 여론이 좋지 않으면 철회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지금 무슨 여론조사를 해서 거기에 따르기보다는, 저는 어느 정도 정부를 담당한 사람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자신의 의견을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을 두고 검토하려고 청와대에 들어가버리면 집무실 이전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또 '제왕적 대통령을 내려놓는 방식이 제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이 싫어 대통령 집무실을 제왕적으로 결정했다는 그 모순을 어떻게 납득하고 수용해야 할까?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5월10일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헤아려 달라"고 요청했다. 당선인께 당부드린다. 대통령의 인식 속에 '내가 옳다'는 전제가 깔려버리면 소통은 이름뿐인 불통이 된다는 점을 부디 헤아려주시길 바란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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