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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3차 오일쇼크` 악몽… 尹정부 최대과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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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3차 오일쇼크` 악몽… 尹정부 최대과제 부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최악의 에너지 충격에 직면했다. 미국이 러시아산(産) 원유 수입금지를 선언하면서 '3차 오일쇼크' 공포가 엄습하는 분위기다. 오일쇼크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우리에겐 초대형 악재다. 대선은 끝났지만 쓰나미급 파고가 한국 경제를 향해 몰려들고 있다.

◇널 뛰는 국제유가

바이든 행정부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유가 폭등에 기름을 부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는 물론이고 천연가스, 석탄까지 수입 금지 대상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 상승을 우려해 그동안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는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의회가 행정부를 압박하면서 결국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는 극약처방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對)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피해가 적은 게 아니다. 자동차 사회인 미국에선 휘발유 가격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또한 소비대국 미국에게 연료 가격 상승은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의 미국 경제성장 기여율은 70%에 달한다.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은 표심을 좌우할 것이다.

미국은 구멍을 메울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게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했으나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우디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 대금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받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 중이다. 위안화 결제가 실현된다면 글로벌 원유 시장을 지배하는 달러화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동안 경제제재를 가하며 정권 전복을 노렸던 남미 베네수엘라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한편으론 미국은 자국에서 셰일가스 생산을 늘려 금수조치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셰일가스 생산을 늘리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적어도 3~4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혼란은 불가피하다. 미국 역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럽은 입장이 갈린다. 영국은 미국과 같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영국은 러시아 석유 및 기타 제품의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여 올해 말까지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은 북해유전을 갖고 있어 여유가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타격이 크다. 원유 25%를 러시아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 의존도가 커서 미국의 금수조치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3차 오일쇼크 엄습하나

러시아산 원유 금수가 확대되면 국제유가는 더 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러시아가 오히려 원유를 무기로 보복 조치에 나선다면 사태는 글로벌 에너지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제3차 오일쇼크가 전 세계를 덮치는 것이다.

최초의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이 촉발시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과 함께 원유 수출 가격을 크게 올렸다. 당시 사우디, 이란 등 6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원유 가격을 올리면서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에겐 공급을 줄였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3개월 만에 약 4배 폭등했다. 석유를 무기로 사용하는 전략은 세계 경제, 특히 주요 석유 소비국인 선진국 경제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2차 세계대전 이래 계속됐던 장기호황은 종지부를 찍었다.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한국 경제는 추풍낙엽이었다. 급속한 인플레이션은 활발했던 경제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공장 가동이 멈추고, 수출증가세가 꺾이고, 국제수지가 급속히 악화됐다. "석유 한방울이 피 한방울"이란 말이 등장했다. 정부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국가적 석유절약 운동이 시작됐다. 사실상의 석유배급제가 시행됐다. 국민들에게 운전을 자제하고 난방 온도를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1차 오일쇼크로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1979년 동력자원부를 설립하고 산하에 석유국을 두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유가는 다시 급등했다. 두 번째 오일쇼크였다. OPEC은 1978년 말부터 점차 원유 가격을 인상했다. 이듬해 2월 '이란 혁명'이 발발하고 이란-이라크 전쟁이 터지면서 유가는 치솟았다. 1978년 초 배럴당 13.66달러였던 유가는 81년 10월이 되자 38.28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은 건 물론이다. 국내 석유류 가격은 40% 이상 폭등했고 물가는 뛰었다. 1980년 한국은 1962년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1차 오일쇼크 때의 경험이 있어 국민들은 침착하게 대응했고 사회적 혼란도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의 충격을 경험한 세계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국가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석유 이외의 대체에너지 발굴에 눈길을 돌렸다. 그 중의 하나가 원자력 발전이었다.

이후 유가는 안정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04년 10월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면서 3차 오일쇼크 우려감이 높아졌다. 연초보다 20달러나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난 2008년 6월에도 오일쇼크라는 말이 지면에 등장했다. 100달러 가까이 유가가 올랐던 탓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이미 200달러에 근접해 있다. 국제유가 폭등의 불길은 증시와 환율로도 옮겨붙고 있다.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즉시 해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원유 가격 상승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에 한없이 취약한 한국경제

코로나19 사태로 취약해진 국제 원유시장이 이번 제재로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유가가 어느 선까지 상승할 지 예측이 쉽지 않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나쁠 것이란 분석이다. S&P글로벌의 금융서비스 수석부사장 로저 디반은 "이렇게 많은 양의 원유를 한꺼번에 잃는 것은 쉽게 상쇄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로 인한 충격은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핵폭탄급 충격을 받을 것이다. 충격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물가는 상승세가 지속 중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차기 정부가 격랑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불확실의 바다'에 한국호(號)가 빠져 있어서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정도의 '예측 불가능' 상황이다. 머리를 맞대어 해법을 찾아야할 때다. 거친 파도를 넘을 수 있는 새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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