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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겨우 이긴 대선, 외려 국힘 `득`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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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체제 이래 최소득표율차 대선 승리한 국힘
3부 중 1부 내준 민주 "역대 최고 득표율 성과"
"두려운 승리" 숙인 국힘, 논공행상도 오래 안 가
원심력 커진 민주…비대위 변화보다 내홍 부각
'졌잘싸' 객관적 분석 뒷전, 책임공방만 커져
[한기호의 정치박박] 겨우 이긴 대선, 외려 국힘 `득` 됐나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점심 식사를 위해 안철수(오른쪽)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투표율 77.1%, 당선자 48.56% 득표, 2위 낙선자 47.83% 득표. '87 체제' 이래 가장 적은 1·2위 득표율 격차(0.73%포인트)를 기록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된 지 일주일을 넘겼다. 앞서 대선 본투표일 전날(8일) 10%포인트차 승리까지 내다본다던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찬성 여론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 신승(辛勝)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론조사에서 기가 눌렸던 더불어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내줬지만 축약어 만들기 풍조에 기민하게 반응하여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위안과 응원 말을 만들어냈다..

행정·입법·사법 권력에서 국민의힘은 1개 진지를 간신히 되찾았을 뿐이고, 민주당은 국회 단독 과반 172석에 행정·사법 헤게모니가 현재 그대로인 만큼 대(大)위기로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소위 '승자의 저주, 패자의 축복'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그대로 뒤따를 여지도 적잖아 보였다. 양당 지도부 반응을 돌아보면,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0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승리를 안기지 못한 책임에 통감한다"면서도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가 뛰어서 역대 최고 득표율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겨우 이긴 대선, 외려 국힘 `득` 됐나
지난 3월 14일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위·화면)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살얼음판이었다. 10일 새벽 개표 중 모습을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많은 것들을 (선거운동에서) 배웠다"며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으로 외연을 넓히고 더 성숙한 정당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당 의원총회에선 이준석 대표가 "저희가 이번에 뼈저리게 경험했다. 지방행정과 180석을 독점한 상대를 대상으로 선거하는 것은 최고난이도였다"고 말했다. 격전지 서울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나경원 전 의원은 11일 "두려운 승리"라며 '겸손'과 '국민통합'의 국정운영을 주장했다.

논공행상 잡음도 국민의힘에서 먼저 일었다. 10일 MBC라디오에서 하태경 의원은 "(지난 1월) 이 대표와 (윤 당선인의) 갈등이 해소되고 화학적으로 하나가 되면서 2030 지지율이 확 올라갔다"며 이 대표의 공(功)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윤(親윤석열)을 자처해온 김재원 최고위원은 "젠더 문제에 접근할 때 젊은 여성에게 좀 더 부드럽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고, 정치권에선 젠더 갈등 부각과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반대 논란이 맞물려 '이준석 책임론'이란 말이 돌았다.

공개 대립도 있었다. 나 전 의원은 14일 MBN '판도라' 방송에서 "이 대표 때문에 선거가 어려워진 건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8%~10% 이긴다고 하면 (지지층이) 투표에 안 가실 수 있다. 선거는 절박해야 이긴다"고 지적했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16일 SNS로 "절박하게 태극기 들고 광화문에 모여 부흥회 하시더니 (2020년 4월) 총선 결과가 어땠냐"며 '억까'라고 반발했다. 총선 5달여 전 원내대표를 사퇴한 나 전 의원에게 황교안 대표 주도 집회를 책망한 셈이다.

그러나 15일 저녁 CBS라디오에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나서서 윤-안 단일화를 승리 요인으로 평가하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이대남(20대 남성)' 여론에 무게를 싣던 이 대표를 향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부터 "너무 편향적으로 분석한다"고 꼬집은 데 대한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당권 요구설이 돌던 안 대표는 일단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업무에 집중하는 상태다. 다가올 합당과 지방선거 공천을 제외하면 현 야권 갈등은 수면 아래에 놓인 듯하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겨우 이긴 대선, 외려 국힘 `득` 됐나
지난 3월 14일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당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일주일 사이 오히려 민주당 쪽의 원심력이 커졌다.

송영길 지도부는 사퇴했는데, '강성' 행보의 연속이던 윤호중 원내대표가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 운영의 키를 잡았다. 대선 패배 책임론 속 공동비대위원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을 공론화한 인물로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던 26세 여성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파격을 노린 것.

다만 민심에 '변화'로 읽히기엔 갈 길이 멀다. 새 비대위 구성에 이재명 전 후보의 의지가 적잖게 작용한 데다, '이재명 등판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쇄신보다는 재기 도모같다. 공동비대위원장 인선 자체도,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낸 뒤 청와대 직책에 임명된 박성민 청년비서관과 큰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 젊은 당 대표를 '선출'한 국민의힘과 '비교'보단 '대조'가 이뤄지는 배경이다.

변화 시도보다 내홍이 먼저 부각되는 양상도 있다. 신분을 인증한 국회 보좌진·직원의 익명 글을 올려주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13일부터 민주당 대선 패배 책임 공방과 '박지현 등용' 불만글이 줄을 이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친노(親노무현)계 출신이지만 '여비서 성폭력 사건'으로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부친상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것에, 박 공동위원장은 선임 직전인 12일 밤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의 조화 세례"라며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를 무시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이탄희 의원도 "대통령 직함 등의 근조화환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포위망을 더 강화한다"고 겨냥했다. 박 공동위원장의 14일 비대위 모두발언, 17일 공개된 '닷페이스' 인터뷰 중 '멱살 발언'도 같은 맥락이었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는 언급으로 주류 친문(親문재인)계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샀고, 광주 현장 비대위에서 한 '호남권 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망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7일 나흘째 사퇴론에 직면한 윤 비대위원장은 3선 이상 중진에 이어 초·재선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거취 표명' 요구를 받았으나 즉각 사퇴는 미지수다.

청와대 출신 등 친문계 의원들은 17일 공동성명에서 채 비대위원을 공개 비판하며 "선거 패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위한 치밀한 프로그램"을 비대위에 요구했다. 비주류 박용진 의원이 이 전 후보의 전국민 대비 득표율이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에 못 미친다고 주장하자 '친이재명' 김병욱 의원이 "어디서 이런 계산법을 들고나오느냐"고 맞받기도 했다. 높은 득표율로 인한 대선 석패에 대한 미련이 여권 스스로를 '에코쳄버'로 밀어넣고, 당내 신·구 권력의 다툼만 키우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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