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DT현장] 과학에 무지한 대통령 안 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002102269731001[1].jpg "[DT현장] 과학에 무지한 대통령 안 된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대선 후보들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며, 아픈 개인사 등을 들춰내는 데 열을 올렸다. 이런 후보들의 아귀 다툼 선거전을 지켜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차기 정부에 거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두 달 후인 5월 10일 출범하는 차기 정부 앞에서 놓인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신냉전 체제 도래부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 기술 안보 강화, 기후변화 및 감염병 위기 대응, 저성장·양극화에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 시스템 등 외교, 안보, 경제, 산업, 환경을 아우르는 국정 전반에 걸쳐 숱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느 정부와 달리 출발부터 안팎으로 헤쳐 가야 할 가시밭길이 만만치 않다.
이런 대변혁의 시대에서 차기 정부는 과연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선거 기간 동안 보여준 행보로 보면,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세계 주요국은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첨단기술 육성을 경제, 산업, 안보를 지키는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국가적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 최근의 차량용 반도체 대란 등에서 보듯이 기술 안보 없인 국가 안위와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되긴 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일부 기술 분야를 제외하곤 여전히 선진국을 뒤따라가는 '기술 추격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야 기술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막 시동을 건 상황이다. 차기 정부는 격변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 새로운 전환점에 서게 된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을 넘어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일본처럼 예전 명성을 잃고 추락하느냐는 국가적 운명이 앞으로 5년 내 판가름 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한민국 미래의 성장엔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결국, 기술 선도국이 그랬듯이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성장을 통해 '기술 선도국 코리아'라는 꿈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국가의 주요 정책들은 과학기술과 더욱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과학적 사고와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정부처럼 정치적 관점에서만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모든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국정 운영에 과학기술적 접근과 사고가 필요한 시대이다. 만약 대통령이 올바른 정책 결정을 할 수 없다면 과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정책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더 나아가 본인이 과학적 사고에 기반해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소양을 쌓으면 된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는 과학기술 혁신의 시대 정신이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이 되도록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야 한다. 선거 기간 중 내뱉은 선언적 수사가 아닌 대통령이 직접 몸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정 운영에 과학기술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과학 중심의 국가 운영을 천명하고, 국정 전반에 과학 전문가를 등용하는 등 '과학 우선주의(Science First)' 정책을 추진하는 점은 차기 정부가 참고할 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차기 정부가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통해 기회로 바꿔 나가길 기대해 본다.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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