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한기호의 정치박박] `50년 집권론` 3년 반 만에 초조한 박빙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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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성적 매기는 국민 모처럼 甲…與野 태도 어땠나
탄핵 반사이익 文정부초 "촛불정부, 국민통합" 장담
"20년 연속집권" "대통령 열분 더" 50년 집권론까지
새누리 시절 180석 공언 뒤 5년간 대가 치른 野
탄핵 멍에 후 선거 참패, 당명교체, 비대위 거듭
與 권력 민낯에 '80% 촛불' 간데없어진 여론 급변
양당 후보 엎드리는데…'50년론' 시절 태도 보인 靑
[한기호의 정치박박] `50년 집권론` 3년 반 만에 초조한 박빙대선
지난 2018년 9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에서 이해찬(가운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3·9 대선이 말 그대로 '코앞'이다. 이미 사전투표부터 개시됐다. 여와 야는 하루 걸러 각자의 후보단일화를 선언하고 대오를 짰으며, 선거일까지 맞부딪히는 일만 남았다.

이들은 지난 5년간 국정과 정치의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기 직전, 마치 수험생같은 처지다. 모처럼 유권자가 갑(甲)이 된 순간이다. 다만 선거철만 끝나면 유권자들은 계속 갑으로 대우받을지, 아니면 을(乙) 또는 병(丙)·정(丁) 이하로 전락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5년을 다시 기다려야만 같은 한표를 다시금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간 어떤 국정 주체를 맞이하게 될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다. 여야가 점수를 매기는 모든 국민을 대표하고 유권자에 봉사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는지 5년 전부터 돌아보게 된다.

앞서 지난 제19대 대선은 국정농단 파문과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상황 속에서 치렀다. 제1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41%대 득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잃은 여당과 제3당의 후보로 표가 양분되며 15%포인트 이상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당선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득표율의 두배 가까운 80% 안팎 대통령 국정지지율까지 구가했다. 탄핵 반사이익의 위력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때 새 정부도 직전 대통령 퇴진시위를 벌인 진영의 상징이던 '촛불'을 정체성으로 몇번이고 앞세우며 '국민통합'을 자부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3개월 차이던 2017년 7월5일, G20 정상회담 기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준 41% 지지층 외의 국민을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이냐"고 묻자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적 지지율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미 국민통합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거든 일화가 이를 상징했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50년 집권론` 3년 반 만에 초조한 박빙대선
지난 2016년 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최고위원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문 대통령 본인도 G20 정상외교 성과를 자평하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에 대한 존경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었다. 현 여권의 자신감 표출은 끊이지 않았다. 탄핵 대선 승리 사령탑이던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2017년 8월27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소 20년 이상의 연속 집권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20년 집권론' 원조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2018년 8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민주정부 20년 집권 플랜 TF(태스크포스)' 구성을 공언했다. 같은 해 9월17일 창당 63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기둥"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상 '50년 집권론'의 출현이었다.

같은 기간 보수야당은 지지율 20%가 박스권으로 불릴만큼 지리멸렬했다. '인명진 비대위' 시절 당명을 바꾸고(새누리당→자유한국당) 치른 대선에서 참패하고, 야권분열 속 치른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17개 광역단체 중 TK(대구·경북) 두군데만 겨우 사수했다. 넓게는 옛 바른정당 당적을 버리고 나선 원희룡 후보가 당선된 제주도까지 3개 광역단체장과 궤멸 수준의 기초단체장·지방의원 당선자 수가 범야권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한국당은 6개월여 '김병준 비대위'에서 혁신 대신 관리에 급급했다. 그러더니 2019년 새 당 대표를 뽑고 탄핵과 5·18을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연말 '선거법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과 '조국 사태' 반사 이익을 기대하며 '미래통합당'으로 범야권을 모았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 또 참패, 여권에 이른바 'K-180석'마저 허용했다. 대표는 잠적했고, 또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며 호남 읍소와 함께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꿨으나 반전은 난망했다.

당내에선 '정상 지도부보다 비대위 체제가 더 익숙하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였다. 과거 2016년 20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당시 대표가 180석을 바라본다고 공언하고, 지도부에선 내놓고 주류-비주류 간 밥그릇 싸움을 벌이던 '오만'의 대가를 이렇게 치르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러던 야당이 현재는 '정권교체 찬성 과반' 여론을 등에 업고 박빙우세가 점쳐지는 대선을 치르고 있다. 87헌법 체제 이후 보수·진보 정권이 10년마다 교대된다는 '10년 주기설'조차 깰 것처럼 기세를 높이니, 짧은 기간 상전벽해(桑田碧海)라도 일어난 듯하다.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 직전부터 '여론지형의 급변 조짐이 뚜렷했다. 일단 돌이켜 보면 여당이 자초했다고 할 부분이 많다.

차기 대권설까지 돌던 인물의 트위터 어록이 총선 이후까지 특유의 '예언 능력'과 '가재·붕어·개구리' 및 '내로남불'로 구설에 오르고, '미투 대변자'를 자임하던 여당이 유력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이후 '피해호소인'이라는 신조어를 낳고, 재보선 직전 지지세가 약한 20대 남성의 '이명박·박근혜 시절 학교 교육'과 청년들의 '역사 경험치'를 탓하고, 현재 여당 대선후보가 단체장 시절 공사(公社)까지 설립해 추진하고 승인한 사업을 '야당 게이트'라고 호소하며 위화감을 자아냈다. 권력의 '민낯' 정치 폐해가 유권자들의 '분노 임계치'를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기성정치인을 일선에서 후퇴시키고, 당에서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냈으나 현 여권 핵심부까지 겨눈 '칼잡이'를 후보로 내세우는 이변을 보였다. "종이쪼가리가 뭐가 필요한가. 나를 믿으라"는 말로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드라마까지 연출했으니, 여론 무서운 줄은 아는 듯하다.

순발력 있는 여당 대선후보도 '위기극복·국민통합·정치개혁' 등을 내세우고, 한때 반문(反문재인) 주자로 불리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단일화하며 '바람' 앞에 납작 엎드리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로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청와대도 똑같이 직선제로 들어섰던 노태우·김영삼 정부를 "형식적 민주주의"라고 치부하니 묘한 그림이 그려진다. 이해찬 전 대표는 3일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20%포인트 넘는 표차로 대패한 2007년 대선을 재조명, "(여야 후보가 모두 싫다며) 기권한 분들도 미필적 고의의 책임은 있지 않으냐"면서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이들의 '민주주의 유일 기둥론, 50년 집권론' 이후 3년 반만에 정산일이 도래하는데,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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