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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李 "선출권력에 감히"…安은 "민주당 통제"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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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尹 향해 "임명권력이 겁대가리 없이…" 파장
작년말 尹 "대통령 임기 5년 대단? 겁이 없어"
결국 '검수완박' 연장전, 선출권력 우월론 재등장
"독재 정당화 '민주당 통제'" 비판했던 安
국힘 대응 가볍고, 李 통합 코드 맞을지 의문
[한기호의 정치박박] 李 "선출권력에 감히"…安은 "민주당 통제" 때렸다
지난 2월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충북 청주시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균형발전의 중심 청주, 충청권 메가시티로!' 청주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돌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겁대가리 없다"고 일갈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3일 이 후보는 충북 청주 유세에서 윤 후보가 지난해 12월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정권교체동행위원회 전신) 인터뷰에서 '임기 5년짜리가 건방지게 겁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면서 "감히 선출권력으로부터 임명받은 임명권력이 겁대가리 없이 건방지게 국민에게 달려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선출권력을 국민과 동일시한 듯한 논변에 이어, "군사정권보다 더 심각한 검찰 독재가 시작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튿날인 24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실은 이 후보를 향해 "윤 후보를 막말 비난했다. 대장동 비리에 대해서는 '윤 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고도 했다. 시정잡배도 아니고 저열하고 저속하다. 이 후보 삶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지가 해먹어 놓고 남에게 뒤집어 씌우지 말라" "겁대가리 없이 건방지게 국민에게 달려들지 마시라" 등 이 후보가 한 말을 발췌해 돌려주기도 했다.

우선 이 후보가 근거 삼은 윤 후보의 발언 출처는 정권교체동행위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으로 추정된다. 이 채널에 지난해 12월 게재된 영상은 단 2건으로 윤 후보의 자체 인터뷰를 1편(온전히 국민이 판단할 몫)과 2편(대장동, 이런 정권은 없었다)으로 나눈 것이었다. 인터뷰 2편 영상 막바지에서 윤 후보는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하는 걸 보면"이라고 말한다.

이 후보가 거론한 '건방지게'라는 표현은 눈에 띄지 않고, 소위 '급발진'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것 같지도 않다.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언론 보도, 핵심 연루자들의 석연찮은 사망, 부실수사 정황을 들어 "언론에 이렇게 드러나고 터진 것을 은폐도 아니고 그냥 뭉갠다"며 과거 검찰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성토했다. "이건 단순한 검찰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의 본질을 여실하게 보여준다"고도 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시절 똑같이 정권 실세들에게 칼을 겨눴지만 단 한 번도 저나 제 윗사람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여권으로부터 당한 보복성 인사·감찰·징계와 대조한 셈이다. 이어 "권력자가 자기가 가진 인사권으로 그런 식으로 한다면 거의 범죄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감행해나가는 걸 보면 얼마나 비리가 많길래 이렇게 무리를 하겠나. 과거 어느 정권도 이런 짓을 못했다. 겁이 나서"라고 지적했다.

이번 파장은 단순 막말 대전으로 치부할 일은 아닌 듯하다. 검찰개혁 구호로 시작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까지 시도한 정부·여당을 대리하는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이 주문했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받들고도 직에서 내몰린 윤 후보 간 치르는 연장전이다. '겁대가리'보다도 '감히 선출권력으로부터 임명받은 임명권력이'라는 이 후보의 말이 한층 본질에 가까워 보이는 배경이다. 이 후보 본인이 재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대표적 '선출권력자' 출신으로서 임명직 출신 윤 후보를 압도해보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아무튼 선출직이 임명직에 절대 복종을 요구하는 듯한 모습은 민주당이 '검찰총장 윤석열'과 충돌하면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부르짖던 것과 겹쳐 보인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추미애 민주당 전 대표가 2020년 1월 법무부 장관직에 오를 때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고, 지난해 1월 '부하'라던 검찰총장보다 먼저 직을 내려놓으면서도 "사문화됐던 장관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권한을 행사"했다고 수사지휘권 남발을 자평한 것이 떠오른다.
문 대통령도,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도 현재는 '야당 수사처'라는 비판과 무용론에 직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강행하기 직전인 2020년 12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이라는 논리를 폈었다. 따지고 보면 그런 태도가 정권 부정여론을 끌어내고,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감사원장·경제부총리를 줄줄이 범(汎)야권 주자로 불러낸 계기가 아닌가 반문하게 된다.

이 후보의 '겁대가리' 발언 되치기에 그친 윤 후보 측의 논평도 말초적이고 가볍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 가운데 윤 후보 측이 참고해 볼 만한 1년 전 어록이 있다. 단일화 기싸움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것이다. 여권발 '민주적 통제'를 "민주당 통제" 논리라며 직격한 대목이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의로 파문을 일으키기 약 넉달 전, 이른바 '언론개혁' 운을 띄우던 시기에 나왔다. 안 후보는 지난해 2월 15일 국민의당 대표로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언론 압살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검찰에 대해서도 그렇고 여권 사람들은 틈만 나면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 운운해 왔다. 그러면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준 것이 국민의 뜻이고, 이런 국민의 뜻을 받아 권력기관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이 민주적 통제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뜻을 빙자해 다수의 힘으로 권력기관을 억누르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정하는 것은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히틀러가 활용했고, 차베스가 이용했던 해괴한 논리일 뿐, 이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민주당 통제'"라고 일갈했다. 또 '포퓰리즘 독재정권을 굴리는 4가지 바퀴'로 돈·조직을 쥔 행정권력, 거수기 입법부, 빈껍데기 사법부, 나팔수 언론을 거론하며 "야권 전체가 아니, 국민 모두가 나서서 반드시 분쇄해야 할 악의 본진"이라고 주장했다. 혼탁해지는 대선판에서 야권은 주판알만 튕기다가 출발점을 잊은 것일까, 이 후보는 안 후보의 이런 논리도 끌어안고 통합정부론을 이어갈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hkh89@

[한기호의 정치박박] 李 "선출권력에 감히"…安은 "민주당 통제" 때렸다
지난 2021년 12월2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현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윤 후보 인터뷰 영상 갈무리.

[한기호의 정치박박] 李 "선출권력에 감히"…安은 "민주당 통제" 때렸다
지난 2월 2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도산안창호기념관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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