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객석] 악보는 보이지 않아도… 들려주리라, 손끝으로 익힌 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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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맹학교 학생들 스트레스 풀고자
취미로 하던 음악을 '직업'으로 원해
시각장애 예술가 모여 2003년 창단
창단 당시엔 대부분 회의적이었으나
동계올림픽·정상회담 국가행사 올라
모든 악보 외우느라 연습 힘들지만
서로의 소리에 집중하는 만큼 '호평'
청소년 창작극·그림자 극장 기획중
[객석] 악보는 보이지 않아도… 들려주리라, 손끝으로 익힌 화음을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김양수 단장 '한빛예술단'


한빛예술단은 2003년 시각장애 음악가들에게 새 활로가 되고자 창단됐다. 김양수 단장은 "시각장애인에겐 뛰어난 청각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음악이야말로 최상의 대안"이라고 한다. 한빛브라스앙상블을 시작으로 2005년 한빛오케스트라를 구성,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회 정기공연을 가졌다. 20년 가까이 노력한 결과, 현재는 40여명의 직업 예술가가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단원 윤석현(트럼펫)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으니 감사하다"고 전했다.

질적 성장도 꾸준히 이뤘다.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한-아세안 정상회담 축하 공연 등 국가 행사에 꾸준히 초청됐다.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는 2016년 쇼케이스 1위를 달성하며 음악적 전문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2017년부터 3년간 한빛예술단 공연은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공연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입증했다.

[객석] 악보는 보이지 않아도… 들려주리라, 손끝으로 익힌 화음을


창단 당시엔 장애인 예술단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지금은 많은 수의 장애인 예술단체가 정책 지원을 통해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이는 한빛예술단의 선도적 역할이 큰 몫이 되어주었다. 단원 박진혁(트롬본)은 "준비 과정이 다를 수 있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만큼은 음악으로 다 같아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023년, 창단 20주년을 앞둔 한빛예술단은 더욱 예술 지평을 넓힐 예정이다.

-한빛예술단은 한빛맹학교(서울 강북구)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악을 배운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시각장애인은 소리에 예민하고 음감이 뛰어난 경향이 있다. 어릴 때부터 소리가 놀이가 된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각장애인에게 음악은 자유를 선물해 줬다. 소리로 만들어 내는 여러 활동을 하며 마음의 여유와 긍정적 사고, 성취감을 얻고 있다."

-현재 한빛맹학교에 음악전공과가 개설됐을 정도로 음악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한때는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진로가 안마사뿐일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무조건 안마를 배워 직업인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절실한 바람을 전해 준 한 제자가 있다. 그 사건이 학교 내 음악전공과를 만들고, 한빛예술단을 창단하는 계기가 됐다."

[객석] 악보는 보이지 않아도… 들려주리라, 손끝으로 익힌 화음을


-한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음악을 취미로 즐기는 것을 넘어, '직업 음악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장애에 비해 시각장애인들은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시각을 제외한 여러 감각들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능력을 계발할 여지가 충분하다. 점자를 읽는 손의 감각이라든지, 뛰어난 후각, 소리로 여러 가지를 분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중 소리를 활용한 음악은 시각장애인으로서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단원들이 이동할 때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예술단보다 운영비가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구조를 만들기가 무척 어려울 것 같은데.

"공연이 수익의 유일한 원천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예술 분야에서는 더욱 박하게 작용한다. 공모사업에도 열심히 지원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장애인 예술 활동을 위한 일반 국민, 기업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매년 시각장애인 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을 진행한다. 그리고 단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직업 오케스트라이다. 한빛예술단 단원이 되려면 음악 능력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어야 하나.

"음악적인 능력만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우선은 꼭 필요한 파트의 연주자를 눈여겨보게 된다.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의지를 가지고 노력했는지, 그 노력이 실력으로 표현되는지 보고 있다. 한빛예술단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창단됐다.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만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객석] 악보는 보이지 않아도… 들려주리라, 손끝으로 익힌 화음을



◇장벽을 낮추는 예술의 힘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비교하면 연습 과정이 더 길고 어려운 편이다. 한 곡을 무대에 올릴 때 어떠한 연습 과정을 거치는지.

"단원들은 우선 전체 악기의 악보를 다 외워야 합주를 할 수 있다. 이후 지휘에 따른 곡의 표현을 익힌다. 모든 곡을 암보해야 하기 때문에 비장애인 연주자에 비해 연습하는 시간도 길고 과정도 복잡하다."

-점역된 악보는 어떻게 구하나.

"연주자들이 악보를 익히는 과정은 개인마다 다르다. 본인들이 편한 방식으로 점자 악보로 읽으며 외우는 것과 소리로 들어 익히는 방법이 있다."

-지휘를 보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 합주에서 함께 호흡하는 방법은.

"한빛오케스트라는 '보는 지휘'가 아닌 '듣는 지휘'를 통해 연주한다. 관객의 시각에 지휘자가 보이지 않을 뿐,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감독 김종훈이 지휘자이자 연주자다. 송수신기를 통한 호흡과 말을 통해 지휘가 전달되며, 주로 시작 부분에 송수신기를 활용하지만, 연주 중에는 선율 중 리드하는 악기가 지휘자가 되는 것으로 약속한다. 모든 곡을 외워서 연주하기에 서로의 소리에 집중하는 호흡이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곡부터 정통 클래식 음악까지 다루고 있는 곡의 범위가 매우 넓다.

"한빛예술단이 지향하는 것은 연주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며 만들어내는 음악이기에 선곡 단계에서부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예술단 색깔을 들려드릴 곡을 다양하게 검토하며, 꽤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규모와 성격에 맞는 곡들을 추린다. 특히 고난도 클래식 음악 작품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어 성취감이 크다."

-국공립 극장에서도 배리어프리 공연을 시도 중이다. 실제로 장애인 공연에 대한 장벽이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고 생각하나.

"장애인 누구나 예술 창작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환경의 제약이 줄어들 때 더욱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장애인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예술인 본인에게도 힘든 부분이며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쉽게 속단하기보다는 기다림과 응원이 필요하다. 예술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있는 편견을 허무는 데 가장 좋은 활동은 확실하다."

-앞으로 음악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시각장애인 음악가가 더 많이 배출되려면 어떠한 환경이 갖춰줘야 할까.

"전문 예술인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면, 재능에 따라 꿈을 키울 수 있을 테다."

-신년에는 어떠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나.

"새로운 콘텐츠 두 종류를 계획하고 있다. 하나는 청소년 대상의 창작극인 '위대한 유산'이다.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음악극으로 창작음악을 한빛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또 다른 콘텐츠는 'Shadow Theater(그림자 극장)'이다. 음악 안에서 자유로운 시각장애인의 마음을 연주와 동시에 그림자(영상)를 활용하여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림자는 활동에 대한 제약, 사회적 시선에 대한 자유를 의미한다."

-앞으로 지향하고 싶은 방향성은.

"2023년은 한빛예술단이 20주년을 맞는 해다. 시작점에서는 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희망적인 시선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았다. 걸어온 길들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시각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잘 이겨왔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이기면서 만들어가는 우리의 음악에 아낌없는 후원을 부탁한다."

글=월간객석 장혜선 기자·사진=한빛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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