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DT현장] 푸틴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2402102269607001[1].jpg "[DT현장] 푸틴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침내 불장난을 시작했다. 돈바스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직후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군대를 보냈다. 그의 목적은 분명해졌다. 30년전 미·소간 냉전의 패배를 한방에 만회하는 것이다.
푸틴발 우크라이나 위기가 지구촌을 일순 초긴장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세계 금융시장은 휘청거렸다. 다들 일촉즉발 위기라 부른다. 푸틴은 돈바스지역의 우크라이나 정부군 통제 지역까지 친러 반군 영토로 승인해버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엔 러시아 병력 19만명과 전투기, 미사일 포대 등이 깨알같이 포진했다. 우크라이나의 동부 북부 남부를 촘촘히 에워싸고 여차하면 치고 들어갈 태세다. 외신으로 전해지는 사진들은 현지의 다급한 상황을 속속 전해주고 있다.
푸틴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단순히 이웃 국가가 아니라 러시아 자체 역사와 문화, 정신세계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고 강조했다. 주권국가 우크라이나에겐 심한 모욕이다. 그는 또 "현대 우크라이나는 전적으로 러시아, 더 구체적으로는 볼셰비키, 공산주의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까지 했다. 그래서 힘을 키워왔고 기회를 노렸다.
오랜 평화기를 구가하던 유럽이 화들짝 놀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족히 6m나 되는 푸틴 테이블 건너편에 불려 앉았다. '빅 플레이어'로 복귀한 푸틴 앞에 각국 정상들이 달려가 푸틴의 심기를 살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왜 패고 싶어하는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크라이나가 서유럽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은 이를 러시아의 목을 겨누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엔 미국도 푸틴의 일탈에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방의 나토 확장은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를 넘어 2004년 소련의 공화국이었던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까지 진행됐다. 급기야 2013년 말 우크라이나마저 유럽연합(EU) 가입을 시도하면서 친러 정권이 무너지자 러시아는 2014년 초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해버렸다. 이후에도 친 서방 우크라이나 정권들이 EU와 나토 가입을 지속해 추진하자 러시아는 발끈했다.
푸틴이 군사력 외에도 비장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고유가 카드'다. 바이든은 고유가에 쩔쩔 매고 있다. 반면 푸틴은 웃는다. 주요 수출품 값이 올라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바닥 수준인지라 바이든의 고민이 깊은데, 유가가 100달러대에 안착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대로 가다간 11월 중간선거는 불보듯 뻔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온 국가다. 우크라이나는 슬라브 문명의 발원지였다. 지난 9세기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등장한 키예프 공국은 러시아의 기원이다. 볼셰비키 혁명의 주역인 레온 트로츠키와 흐루쇼프 전 공산당 서기장 등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이 두 나라는 혈연적으로 엮여 있다. 푸틴이 강조하듯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에 절대로 내줄 생각이 없다.
러시아가 군사적 액션을 취했지만 그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전쟁의 포화를 쏘아올리는 순간 헬게이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고 유럽에 애써 구축해 놓은 자원망이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지만 푸틴은 아랑곳 않아 보인다. 신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사태로 푸틴은 대내외에 그의 존재감을 드라마틱하게 과시했다. 푸틴은 워낙 자신의 의중을 숨기는 데 능한 권력자다. 그의 다음 수순은 뭘까. 그의 도발은 이제부터인지도 모른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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