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사전투표제, 근본 개혁 없인 안심 못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802102269660002[1].jpg "[최원목 칼럼] 사전투표제, 근본 개혁 없인 안심 못한다")
그간 정부와 국회는 공직선거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재외투표소의 설치요건을 완화하며, 재외투표소의 투표시간을 조정하여 편의를 도모하고, 사전투표소 추가설치 근거를 마련하며, 선관위 임시사무소를 무수히 설치하는 등 선거 편의확대와 젊은층 참여 확대를 도모하는 데 주로 신경을 쏟았다. 사전투표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입법도 일부 행해지기는 했다. 2021년 3월 26일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정보통신망의 기술적 보안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 했고,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 CCTV를 설치하여 CCTV 녹화 영상파일을 6개월간 보관하며, 우편투표함 접수시 참관인이 동행 감시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미봉책으로 사전투표 관리제도의 수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릇된 선거관리 관행부터 즉시 시정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는 '막대형 바코드'를 투표용지에 인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사전투표 용지에는 'QR 코드'를 인쇄해왔다. 이제라도 '바코드'로 바꾸어야 마땅하다. QR 코드 사용은 그 속에 투표자의 정치적 성향을 포함한 은밀한 개인식별 정보를 포함시켜 개표 전자조작을 위해 사용하기 위함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가 있다.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 CCTV를 설치하고 그 파일을 보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전투표함 운반 과정에서 투표함이 미리 바꿔치기 될 가능성이 있고, 정지된 화면으로 CCTV 영상을 조작하거나 CCTV 미작동 상태에서 투표함을 조작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에 정당 참관인이 교대로 입회해 육안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아울러 개표시 투표함의 봉인상태에 대한 철저한 확인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사전투표함의 개표는 당일투표함보다 앞서 이루어지도록 조치해야 한다. 가장 조작 가능성이 높은 사전투표함에 대한 개표를 늦은 시간에 진행해 참관인들의 주의력이 산만해진 상황에서 개표할 이유가 없다. 사전투표인 수를 투표소별로 헤아리지 않고 오로지 중앙선관위의 서버가 계산해서 발표하는 관행도 중단해야 한다. 사전투표인 수는 일일이 헤아리고 중앙선관위는 단순한 집계절차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해킹기술의 발전 앞에서 일부 보안조치 강화로 전자개표 방식의 문제점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전자개표에서의 조작 가능성 배제를 위해 수개표 제도로 전면 전환해야 마땅하다. 사전투표자의 수는 투표소별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사전투표관리관의 날인은 현재 인쇄날인으로 갈음함으로써, 부정으로 인쇄된 투표용지에 대한 검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날인토록 제도변경 해야 함은 물론이고, 사전투표 용지 발급기에 고유 일련번호를 부여해서 투표용지에 인쇄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통합선거인 명부는 투표소별 일련번호와 투표자의 투표일시 및 장소를 공개해야 하며, 개표상황표 일체도 공개해야 한다. 투표지 분류기에 대한 전자적 조작가능성에 대비하여 소스코드와 관련된 일체의 프로그램은 공개하고 디지털 자료 및 장비에 대한 증거보전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개표기, 분류기, 연결 노트북에 통신기능 자체를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근본적 제도 개혁이 이뤄지고 있지도 않은데도 야당 선거캠프에서조차 나서서 사전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그 진정한 동기와 배경을 의심케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전투표 제도상의 문제점들을 모두 시정하지 않고 역사적인 3·9대선을 치르려 한다면, 국민들이 나서서 사전투표를 조직적으로 보이콧하는 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한다. 아예 사전투표제도를 폐지하고 이틀간의 당일투표로 전환하자는 요구도 가능하다. 유권자인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고 저항권의 발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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