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새 3만3268명이나 폭증
3월 최대 36만명 최고조 경고
전문가 "거리두기 완화 무모"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10만명을 목전에 둔 가운데,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고, 의료대응체계도 충분해 거리두기를 완화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료진들을 비롯한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감염확산이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보건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대선정국을 맞아 국민들을 감염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상반된 의견과 다양한 쟁점이 있다"면서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위해 그동안 지속해온 거리두기 조치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를 위해, 17일 일상회복위원회를 비롯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18일 이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로는 '6인-9시'로 제한돼 있는 거리두기 지침을 '8인-10시'로 일부 완화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두 달 넘게 계속된 방역강화 조치에 따른 누적된 민생경제 피해와 아직 정점을 알 수 없는 오미크론 확산세 등 방역 상황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오미크론의 파고를 낮춰 경제와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중심에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거리두기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방역상황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16일 0시 기준 확진자가 9만443명을 기록하며, 1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날 확진자가 5만7175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 사이에 3만 3268명이나 급증한 것이다. 최근 확진자는 일주일에 확진자가 2배가 되는 '더블링'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일주일전인 지난 9일 4만명대를 기록했던 확진자는 일주일만에 두배로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확산세가 최소 3월 이후까지 지속돼 20만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7일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국내 확진자가 3월초에 최대 36만명에 달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감염이 매주 2배 가량 폭증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무모한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가 일반 국민들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감염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의료시스템 붕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역당국 내에서도 거리두기 완화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부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 "적어도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면 늘어나는 환자 관리가 가능한지 보여줘야 한다"고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아직 유행의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등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확진자 규모가 더 커지면 의료 기관부터 축소 진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시작될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 때문에 더는 말씀드리기도 여의치 않고 정부에서 들을 것 같지도 않아 거리두기에 대해선 더는 말씀드리지 않으려 한다"고 언급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해외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확진자 규모가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시점에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진수기자 kim89@dt.co.kr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