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해도 너무한 중국의 `문화 행패`](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602102269061002[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해도 너무한 중국의 `문화 행패`")
그런데 중국 일부 누리꾼들이 박신혜 SNS로 몰려와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이거 중국 전통 한복의 개량품 아닌가? 왜 한국 것이라고 하느냐", "박신혜는 중국 전통 옷을 훔쳐 입었다", "한복은 중국 거다", 이런 식의 내용과 더불어서 구토 이모티콘들을 쏟아냈다고 한다. 한류스타인 박신혜가 한복 입은 사진을 게시했다는 것 그 자체, 그리고 한국 전통옷이라는 해시태그가 일부 중국 누리꾼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황당하다. 이젠 한국인이 한국에서 한복 입는 것까지 중국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인가? 한복이 한국의 전통옷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우리 옛 그림들을 보면 다 한복을 입고 있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그러니까 한복이 우리 전통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과연 중국에 한복을 차려입고 생활하는 옛 그림들이 있을까? 지금 한복이 자기들 옷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누리꾼들은 자기들의 삶 속에서 한복을 한 번도 못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처음 접했을 텐데, 그걸 자기들 것이라고 강변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 이번 일은 큰 이슈가 될 만한 사안도 아니었다. 그저 박신혜가 SNS에 사진을 한 장 올렸을 뿐이다. 국내에서도 흔하디흔한 연예인 화보기사 중의 하나로 지나갈 일이었고, 외국에선 기사화될 만한 일 자체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진에 대해 중국 포털에서 여러 기사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들이 한복에 대해 얼마나 탐을 내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 스타가 한복을 언급한 것을, 마치 우리가 일본 스타의 독도 망언을 대하듯 한다. 자기들의 문화를 훔쳐갔다는 억지다.
이번에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청하도 거론했다고 한다. 청하가 한복을 다음 앨범 콘셉트로 정하고 싶다며 한복 입은 영상을 공개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말들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옛날부터 한국에서 한복을 입어왔는데 왜 갑자기 중국인들이 이걸 문제 삼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황대헌 선수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에도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황 선수 SNS로 몰려와 악플 세례를 퍼부었다. 황 선수가 중국선수와 충돌한 것도 아닌데 왜 남의 나라 선수 개인 SNS로 몰려와 난동을 부리는지 이 역시 이해할 길이 없다.
당시 악플 중에 "한국은 소국이고 중국은 대국이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논리적으로 명분을 내세워 시비를 가리는 게 아니라, 대국임을 내세워 힘으로 누르는 것은 저열한 사고방식이다. 애국주의 망상에 빠진 중국 일부 누리꾼들에게서 이런 저열한 모습이 계속 나타난다.
그들의 생각 속에서 중국은 세계의 중심인 대국인데 감히 한국 같은 소국에서 중국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니 공분이 터진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기를 죽이고, 소국임을 자각해 분수에 맞는 처신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집단적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중화문화권에 속한 위성국가쯤으로 여기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과거부터 한국인들이 입어왔던, 명백한 한국 전통문화를 부정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어느 나라에서 과거부터 행해졌던 문화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전통문화라고 인정해준다. 하지만 중국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인이 입어왔는데도 한국의 전통문화가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일부라 할지라도 중국에서 이렇게 도를 넘는 집단적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면 우리의 반발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국가권력이 상당히 강한 나라라서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민간의 여론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국주의 누리꾼들의 한국 무시 행태를 중국당국이 규제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흐름을 은근히 방조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식이라면 한중 우호관계 발전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한복 입은 것마저 문제 삼는 수준이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우리 전통문화를 담은 한류 콘텐츠로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확고해지면, 지금과 같은 중국의 행태는 세계의 웃음꺼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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