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ETRI 기술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포럼] 디지털영토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402102369073001[1].jpg "[포럼] 디지털영토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디지털 쓰나미는 전례 없이 산업구조 변화를 가속했다. 미국의 온라인거래 보급률은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단 8주 만에 27% 급증했고 여전히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치 성장을 단숨에 도달한 셈이다. 급격한 디지털화는 전 세계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됐다. 거대한 가속은 강한 자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직후 약 7개월 동안 S&P 대형주는 주가 상승을 주도하며, 10% 이상 하락한 중소형주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가속의 여파는 기업 간 경쟁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가 간 경쟁은 디지털 영토를 중심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직 한 기업, 한 국가만이 압도적 지위를 가지는 디지털 세계의 '오징어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ETRI는 이 같은 시대 흐름에 주목하고, 2022년을 지배할 10대 기술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10대 기술을 혁신과 변화, 경험과 공간 확장,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3대 트렌드로 압축했다. 첫째는 AI, 데이터, 양자컴퓨팅의 혁신과 변화다. 다중감각 AI는 어린아이가 세상을 보고 말하며 성장하듯, 여러 감각 지능을 결합한 것이다. 최근 급부상한 초거대 AI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를 만난 데이터는 '소프트웨어 2.0' 시대를 열고 있다. 사람 대신, 데이터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거대 ICT 기업들은 양자컴퓨팅을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산업화 초기 단계에 진입한 모습이다.
둘째, 가상융합과 통신기술이 만드는 공간과 경험의 확장이다.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다. 디지털 휴먼의 등장이다. 대체불가토큰(NFT)은 디지털 파일에 대한 희소성과 소유권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며, 자산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와 만난 디지털 휴먼과 NFT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동통신과 위성통신이 결합한 비지상 통신은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며 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실시간 정밀 측위 기술은 일상과 산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셋째는 국방, 보안, 표준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다. AI 무기화를 경계해 온 강대국들의 태도가 급변하면서 AI 군비경쟁이 현실화하고 있다. AI 알고리즘 품질이 국방력의 기준이 되고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 디지털 세계가 일상과 산업의 중심이 되면서 사이버 팬데믹이 발생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안보 관점에서 사이버 보안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해 기술표준마저 둘로 쪼개질 조짐이다. 표준은 기술과 산업의 범위를 넘어섰다. 디지털 통상과 연계한 표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동반자를 확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의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은 일상의 모습과 산업구조는 물론이고 국방 전력마저 바꾸고 있다. 경제와 안보의 경계는 사라졌고, 디지털 영토는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전쟁터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를 지키는 힘은 압도적 기술력 확보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기술을 보유한 나라와 '디지털 깐부(동반자)'를 맺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 경제, 안보, 정치 질서 재편 과정에서 우리를 지키는 길이다. 거대한 가속의 시대, 디지털 영토를 둘러싼 오징어 게임에서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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