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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무한검증·가짜뉴스·팩트`… 李 앞에 뒤틀린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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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폭로' 검증폭탄, 김건희에서 김혜경으로
"후보 가족도 무한검증"…의전 파문엔 선긋기만
"부인 수행비서 채용 가짜뉴스"라던 李도 빈축
직접 한 "재벌해체" 워딩도 부인하며 "팩트"?
李측 둘러싼 '과잉의전' 표현도 본질과 멀어
[한기호의 정치박박] `무한검증·가짜뉴스·팩트`… 李 앞에 뒤틀린 언어들
지난 1월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던 중 이 후보의 옷매무새를 챙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제공·연합뉴스



이른바 '배우자 리스크'라는 폭탄이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앞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씨를 검증대에 세운 '녹음 파일'보다 폭발력이 훨씬 커 보인다. 불과 작년까지 경기도지사이던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의 사적 심부름을 했고 불법행위 지시에 시달렸다는 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 A씨의 폭로가 주된 내용이다.

녹취와 텔레그램 대화 보도가 이어진 끝에, 경기도청 5급 사무관으로 임용돼 사실상 '그림자 의전' 관리자로서 A씨에 갑질·하대했던 배소현씨가 지난 2일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A씨에게)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의혹 대부분을 시인했다. 다만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거나,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 호르몬 약 대리처방 지시에는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했다"는 등 향후 법적 다툼을 고려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30여분 뒤 입장을 낸 김혜경씨도 A씨에게 도의적 사과를 건넸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며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뒤이어서도 도(道) 법인카드를 이용한 공금 횡령이나 '그림자 의전'이 이 후보의 지사직 퇴임 후까지 계속됐다는 등 '사법 리스크'를 동반한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이처럼 의혹의 장막이 어느 정도 걷히고 나자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마치 금기(禁忌)가 풀린 듯하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김혜경씨의 잣대가 뒤집히면서 이런 분위기에 기여했다. 김혜경씨는 지난달 30일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공인(公人)이 됐는데 검증을 어느 정도까지 감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이라는 직분에 대해서는, 옆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무한검증해야 한다"며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무한검증 대상에) 부인과 가족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서울의소리 촬영기사가 폭로한 김건희씨 통화 녹취의 여진(餘震)을 겨냥했던 말로 보이나, 곧 자신을 향하게 됐다. 민주당에선 배씨와 김혜경씨의 사과가 임박한 시점까지도 A씨의 폭로를 부정하려 했고, 지난 3일 이 후보는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감사를 자청해 검증에 '한계'를 두려 했다.

이 후보도 '김혜경 수행비서 채용' 의혹 자체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던 본인의 일부 SNS 글을 배씨의 입장 발표 이후 지운 정황이 드러나 야당의 "증거 인멸" "허위사실 공표"라는 비판을 샀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28일자 페이스북 글에서 "박수영 의원이 후보 배우자가 '공무원 수행비서를 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가짜뉴스를 유포한 바 있다"며 "국민의힘의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그는 박 의원이 거론한 '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 내 '단체장 배우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인력 지원은 금지해야 한다'는 규정에 관해서는 "후보 배우자는 당시 경기도지사 배우자로서의 공식 일정에서도 공무원의 수행·의전을 최소화했다"고 대응했었다. 별정직 채용된 배씨와 A씨가 '그림자 의전'을 전담한 정황이 드러난 데다, 같은 내용의 글이 이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 남아 있어 논란은 계속 될 듯하다.


하나의 의혹 만으로도 이 후보 측의 '무한검증'과 '가짜뉴스' '의전 최소화'라는 용어들이 짧은 수명을 다했다. '박근혜 존경'과 '대선 지면 감옥' '네거티브 중단' 등 지나간 말들마저 떠올리게 한다. 3일 밤 원내 4당 대선후보들의 TV토론에서는 '팩트'라는 어휘도 정체성을 위협받는 듯했다. 윤 후보가 "2017년 대선 출마하기 전이나 출마 직후에 '재벌 해체에 정말 내 목숨을 건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인가"라고 묻자 "팩트를 정확히 말씀드리면 '재벌 체제 해체'를 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7년 1월 이 후보는 대선 출마에 앞선 지지자 모임 '손가락혁명군' 출범 행사에서 "공정국가 건설을 위한 재벌 해체에 제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2016년 9월초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인위적인 재벌 해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냐'는 물음에 "당연하다" "그럼요"를 연발했던 그였다. 5년여 후에야 재벌 해체를 재벌 체제 해체로 무조건 고쳐 읽어야 하는 건가, '팩트'라는 말 뜻이 바뀐 건가.
한편 김혜경 씨 의전 논란을 향한 언론의 '과잉 의전'이라는 꼬리표에도 이의가 제기됐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언론인 여러분, 용어정리 하십시다"라며 "김혜경씨는 과잉의전이 아니라 불법의전, 갑질의전이다. 비서 둔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건이든 본질에 가깝게 표현해야 왜곡의 여지를 줄인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정당과 정치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주체들까지 그에 걸맞은 무게와 책임을 동반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무한검증·가짜뉴스·팩트`… 李 앞에 뒤틀린 언어들
지난 2월3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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