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일본 3국, 디지털 혁신으로 일자리 증가 예측
심각한 취업난에도...사회초년생 10명 중 7명 취직 1년 안에 이직
일자리 수 늘어난 가까운 미래, 어떤 세상 펼쳐질까?
지난 3일 정부는 통계를 통해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내놨다. 나쁜 소식은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2014년 이래로 가장 많다는 통계청의 발표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특히 청년들의 타격이 컸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 가운데 절반이 20·30대였다. 이들에게 당장 희망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희소식도 있었다. 정보·통신 관련 전문직과 고령화 관련 보건복지 서비스직 일자리가 향후 15년간 늘어나, 전체 일자리도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었다.
심각한 청년실업 시대에도 이런 미래 전망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한다. 긍정적인 일자리 전망은 단순히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로자가 취업에 목매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자발적 이직할 여력이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2030'을 살펴보면 적어도 몇몇 직군에서만큼은 앞으로 일자리 찾기가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국내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지능정보기술'이 급격히 확산하고 연관된 신성장 산업이 성장하면서, 우리 경제의 전제적인 파이를 키우는 상황을 가정해 '혁신전망'이라 이름 붙였다.
이에 따르면 2035년 전체 취업자 수는 2771만1000명으로, 성장 수준과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하는 추이를 반영한 기준전망 2755만8000명에 비하면 15만4000명이 많다. 2020년 취업자 수 2690만4000명과 비교하면 2035년 혁신전망의 취업자 수는 80만7000명이나 많다.
앞서 고용부는 우리나라의 일하고 있거나, 일할 의사가 있는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2025년 2911만명으로 정점에 오른 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 가능한 인구를 뜻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18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3일 발표한 2020∼2030년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표=연합뉴스>
이를 종합해 보면 일할 인구는 줄어드는데, 일자리 수는 늘어나게 된다. 이는 신성장 산업이 번성해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산업별 성장률 전망에다 전문가들 정성 평가로 합의에 이른 인력수요 전망이라니 '허황된 상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가 덧붙인 자료를 보면 독일과 일본도 우리 정부의 전망과 유사한 내용을 도출했다. 독일은 '노동시장 2030: 디지털 시대의 경제 및 노동시장'을 통해 '인더스트리 4.0'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 적용으로 기술 선도 발전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기본전망'에 비해 26만 명 고용창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와 IT서비스, 연구개발에서 취업자가 몰릴 것으로 봤다.
일본은 '新산업비전'을 통해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성 향상과 직업 이동이 실현된 경우를 전제해 574만개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개혁시나리오에 따르면 자동차, 통신, 기계산업 등 제조업에서 성장률 증가세(1.9%→4.1%)가 컸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도입으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들이 횡횡했던 것과는 반대로 정부는 미래 일자리 전망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고 있다.
◇ "일자리의 미래는...'대이동의 시대'인가?"
지난해 9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Great Attrition or Great Attraction'? 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직역하면 '거대한 감소 또는 거대한 인력(引力)' 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 4월 1900만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직장을 그만뒀으며, 호주와 캐나다, 싱가포르, 영국 및 미국 5개국 4924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40%가 6개월 안에 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심지어 퇴사 의사를 밝힌 이들 중 3분 2는 새 직장도 잡지 않고 퇴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직장인들이 조직이나 관리자로부터 가치를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현재 고용 조건에서 이직 자리도 알아보지 않고 직장을 떠나거나, 소속감을 고민하는 것은 황당한 사실들로 비칠 수도 있다. 회사에 '존버'하는 것이 목표인 오늘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앞에서 다룬 것과 같이 비록 특정 직군에 몰려 있지만 취업 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까운 미래에는 전혀 허황된 얘기가 아닐 수 있다.
잡코리아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입사 1년에서 2년 미만인 20대 사회 초년생 10명 가운데 7명이 입사 1년 안에 이직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연봉을 이직 이유(33%)로 제시한 것만큼이나 유의미한 응답으로 회사의 비전 및 미래에 대한 불안(27%), 커리어 관리(12%), 일이 재미가 없어서(11%) 등이 있었다. Z세대들의 직장 의식은 자신의 직장 내 가치와 소속감을 고민하는 미국인들의 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직장 그 자체만으로 채울 수 없는 가치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각 직장 조직도 구성원의 가치를 알지 못하면, 구성원을 잃게 되는 시대가 이미 상당 부분 도래했고,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대이동의 시대가 우리 앞에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민호기자 lmh@dt.co.kr
3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정장대여업체 체인지 레이디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용 정장과 구두를 착용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