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녹취파일 MBC 행태, 언론 책임을 생각한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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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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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녹취파일 MBC 행태, 언론 책임을 생각한다
대선일이 다가온다. 유력후보들이 퍼주기 선심공약을 쏟아내도 황당하기까지 한 공약에 국민의 믿음과 기대는 별로다.

유권자의 관심은 녹취록을 둘러싼 공방과 각종 의혹에 쏠려있다. 국가적 과제가 실종되고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희한한 대선이다.

MBC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록 일부를 방송했다. 친여 유튜브 '서울의 소리' 직원이 6개월 동안 53차례에 걸쳐 사적으로 통화한 걸 불법으로 녹음한 것이다. 사적 대화가 오가는 막장 드라마를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윤 후보에게 치명타를 가하려고 오랜 기간 기획한 정치공작이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녹취록에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지만 김건희씨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김씨에게 '걸크러시'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하는 예상 밖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통화 녹취록이 방송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취록도 방송에서 보도하라고 했다. 그래야 형평에 맞는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나 언론이 편향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건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를 생각해보라. MBC는 'PD 수첩'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내용을 여과 없이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방송함으로써 광우병 공포를 확산시키는데 앞장섰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언론의 거짓 선동에 국민은 흥분했고 서울 한복판을 수개월 간 무법천지로 만들지 않았던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불거진 이른 바 '생태탕' 사건도 씁쓸한 한 편의 코미디였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려고 기획한 공작이나 다름없었다. 오세훈이라는 분이 16년 전 2005년 6월 식당에 와서 생태탕을 먹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생태탕집 30대 아들이었다. 민주당이 그를 '생태탕 의인', '천하의 의인'이라고 했다.

2002년 대선 때에도 희대의 사기꾼 김대업이 '의인'으로 칭송받았다. 그 사기꾼이 만들어낸 '병풍(兵風)'은 대선의 향방을 갈랐다. 당시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병풍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왔고 그런 결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2.3%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민주당은 김대업을 '천하의 의인'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병풍사건은 사기꾼들과 민주당측의 선거공작이었다는 사실이 선거 후 드러났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었던 문제의 '최순실 태블릿 PC' 사건도 방송이 왜곡 보도한 또 다른 예다. 그 PC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었는데도 JTBC는 증거를 제대로 대지 못하면서 계속 최씨의 것으로 주장했다. 결국 가짜 주장임이 밝혀졌다.

흑색선전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다. 선거 때마다 흑색선전이 판을 치고 괴담과 가짜뉴스가 범람한다. 또 기억력이 출중한 사람과 가짜 '의인'이 등장한다. 언론은 그런 비열한 정치공작을 제대로 살피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분별없이 보도하고 덩달아 춤추기까지 한다.

언론의 오보나 실수도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편파 보도·방송을 하는 것은 단순한 오보나 실수와는 다르다. 언론이 비리와 권력의 횡포·오만을 고발하는 비판기능을 갖는 건 당연하지만 언론 스스로 오만하고 횡포해서도 안 된다.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 있고 또 일부 국민을 늘 속일 수 있어도 모든 국민을 늘 속일 수 없다." 링컨의 말이다. 그러나 정치가 언론을 통제하고 언론이 정치에 기생하는 상황에서는 이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언론이 진실보도를 외면하면 시민이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중상모략과 경쟁 상대를 침몰시키려는 흑색선전에 앞장서서도, 들러리를 서서도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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