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대선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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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대선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마이클 센델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의 베스트셀러인 '공정하다는 착각'이 사회에 던진 충격은 상당했다. 한 치의 의심 없이 진리라 믿었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가 사실은 불공정한 기반 위에 세워진 잘못된 결과론이라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기회를 평등하게 주었다는 것이 모든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평등한 기회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유리한 위치와 불리한 위치가 정해져 있는데 운동장에 오를 기회가 똑같이 주어졌다고 해서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느끼고 있다. 선거가 치열해질수록, 박빙 승부가 예측될수록, 이목은 1위 후보와 2위 후보에게 쏠리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고,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자 여론도 언론도 1위 후보와 2위 후보에게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선기간 중 대선후보와 관련된 언론보도 동향을 분석해 자료를 냈다. 기본소득당은 엄연히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정당이지만 의원 수가 단 1명뿐인 소수정당이라 '대놓고' 홀대를 당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20대 대선에서 오준호 대선후보를 내고 선거운동을 치르고 있지만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냉담하다. 기본소득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1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총 60일동안 미디어 모니터링 통합 플랫폼 스크랩마스터를 이용해 언론보도를 분석한 결과 제목과 본문에 후보 이름과 당명이 모두 들어간 기사는 윤 후보가 13만2801건(43.3%), 이 후보가 12만5859건(41.0%)으로, 원내 정당 대선후보 전체기사 보도량인 30만6962건의 85%에 달하는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제3의 정당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의 경우에도 1만8492건으로 6.0%에 불과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경우는 2만4202건으로 7.9%였다.

언론이 거대 양당의 후보에게 집중할수록 여론의 관심은 거대 양당 후보에 쏠리고 여론의 관심이 쏠릴수록 언론이 거대 양당에 집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기울어진 선거판을 극명히 드러낸 것은 이 후보와 윤 후보 간의 양자 TV토론 공방이다.

'토론하자'는 이 후보와 '안 한다'고 버티던 윤 후보의 줄다리기가 '토론하자'로 귀결되면서 양 후보 간 TV토론이 성사됐고, 두 후보는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를 설 연휴에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심 후보와 안 후보가 반발했다. 심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각각 지상파3사를 상대로 법원에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제동을 걸었다.

심 후보와 안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반대 명분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간의 토론은 여타 대선후보를 배제한 불공정 토론이자 담함 토론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7대 대선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2007년 당시 17대 대선을 앞두고 KBS와 MBC는 대선후보 토론회를 추진하면서 '평균 지지율 10% 이상 후보'라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만 방송토론에 초청했다. 이에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 헌법이 정당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다당제에서 동일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사실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는 토론 관련 조항을 보면 양자간 TV토론이 불가능한 사항은 아니다. 공직선거법에는 언론이 선거 관련 토론 등을 주관해 방송·보도하는 경우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다. 그러나 토론회 참가자에 대해서는 특정후보자 1인만 여러 차례 반복해서 초청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초청기준이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양자토론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대선에서 원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토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조사기간 17~19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를 보면 '토론 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69.8%는 '다자 토론이 더 좋다'고 답했다. '양자 토론이 더 좋다'는 응답자는 27.0%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3.2%였다.

대선이 아무리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2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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