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미군 능가하는 러시아군의 ’진짜 실력’...우크라이나 `셈법’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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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미군 능가하는 러시아군의 ’진짜 실력’...우크라이나 `셈법’이 복잡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가급적 외교로 풀려고 한다. 군사 개입은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거듭 경고한다. 군사 개입을 못하는 이유는 버겁기 때문이다. 중국과 맹렬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전선이 2개로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러시아군은 강해졌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에 있어 군사 개입은 최후의 수단이다. 대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유럽 내 동맹국을 앞세워 러시아를 압박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 투입 접은 바이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적수가 안 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병력, 장비의 질, 훈련 등 모든 면에서 러시아군에 뒤진다. 우크라이나 병력은 6만5000명 수준이다. 이중 육군은 4만1000명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군용기는 수송기, 헬기를 포함해 600여대에 불과하다. 이중 30% 정도만 전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별다른 미사일 방어체계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러시아는 국경 지대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육군 10만6000명, 공군 및 해군 2만1000명 등 총 12만7000 병력이 투입 준비를 마쳤다. 러시아군이 미사일, 전투기로 우크라이나의 탄약고, 최전방 참호를 집중 타격한 후 기갑부대를 앞세워 공격하면 우크라이나군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크라이나는 자력으로 러시아와 싸워 승리할 수 없다. 이기려면 외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이든 정권은 군사 개입 대신 경제 제재를 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중(對中) 전략에 집중하고 있어 힘을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 전선에 총력을 쏟기 위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까지 단행했던 미국이다.

설사 미군을 투입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러시아군의 실력은 그동안 상당히 배양됐다. 세계 최강 미군이라고 해도 러시아군은 이제 간단히 제압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지상군을 투입했다가 단기간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늪에 빠져버린다. 군사 개입이 실패하면 대중 전략은 큰 차질을 빚게될 것이다. 따라서 군사 개입은 배제한 채 다른 카드를 선택했다. 외교적 해법,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유럽 내 동맹국을 동원한 압박 등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훌쩍 커버린 러시아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재집권하자 첨단전력 배양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러시아군은 미군을 따라잡고 있다. 일부 분야에선 미군을 능가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러시아의 초음속 미사일을 꼽을 수 있다. 초음속 미사일은 소리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한다. 기존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는 요격하기가 어렵다. 러시아는 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선두에 서 있는 나라다. 미국 등 서방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치르콘'이라는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 따르면 '치르콘'은 최고 속도 마하 9, 사거리는 1000Km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해군 함정에 '치르콘'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미 상당량의 초음속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전자파를 이용하는 전자전 시스템, 장거리 로켓포, 방공 시스템 등도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에서 러시아군의 실력을 보았다. 당시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무선신호를 모두 잡아낸 뒤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했다. 무선통신을 한 지 몇 분 만에 우크라이나군의 거점들은 로켓포의 집중포화를 맞아 일소됐다.

이 가운데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이용한 암살작전은 섬뜩하다. 당시 러시아군은 휴대전화 전파에서 위치정보를 찾아내 유능한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을 암살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군은 사령관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뒤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사령관은 군사행동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로 가장해 사령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아들이 작전 중에 크게 다쳤다"고 연락했다. 당황한 어머니는 아들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착신 이력을 본 사령관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몇 초 뒤 통화중인 사령관은 로켓포를 맞고 전사했다.

◇러시아 특수부대, '소련군 정찰대'가 모태

또 한 가지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게 있다. 바로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en)으로 불리는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이다. 이들은 첨단 장비와 무기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면서 빠르고 정밀하게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미군이 부러워할 만한 전투능력이다.

특수부대의 모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지에 침투해서 정보수집을 했던 소련군 정찰대다. 당시 그들의 이야기는 2002년 제작된 러시아 영화 '즈베즈다'(The Star)에 잘 그려져 있다.

주인공 트라브킨 중위는 독일군 후방에 침투해 중요 정보를 입수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여군 통신병 시마코브 일병은 그런 트라브킨 중위를 사랑하고 있다. 중위는 부하 6명과 함께 독일군 진지를 향해 떠난다. 정찰대 암호가 영화 제목인 '즈베즈다'이다. 즈베즈다는 러시아어로 '별'이다. 교전 중에 그들의 무전기는 고장나고 이를 알리 없는 시마코브는 전선지휘소에서 애타게 호출암호 '즈베즈타'를 외친다. 중위 일행은 무전기 수리에 성공하고 독일군 배치 현황, 독일군 작전 개시일자 등을 무전으로 알린 후 모두 산화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감동적이다. 별이 가득한 밤, 트라브킨 중위의 생존을 기대하며 '즈베즈다'를 간절하게, 그리고 끝없이 호출하는 시마코브의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1944년 폴란드 국경 근처 서부전선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트라브킨 중위 일행은 실종처리됐다가 20년 후인 1964년 모두 명예훈장을 받는다. 시마코브는 전쟁이 끝난 후 시골학교의 역사 선생이 됐다. 그는 결혼하지 않은 채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소련은 전쟁이 끝난 후 이런 정찰대를 '스페츠나츠'(특수목적부대)라는 특수부대로 개편했다. 스페츠나츠 여단은 1968년 '프라하의 봄' 때 그 존재가 알려졌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저항운동 '프라하의 봄'을 무력 진압했다. 스페츠나츠 여단은 프라하에 투입돼 소련군의 프라하 점령에 큰 힘이 됐다.

이후 스페츠나츠 여단은 체첸 반군 진압, 조지아 침공, 크림반도 합병 때 투입돼 전투력을 인정받았다. 요즘은 '리틀 그린 맨'으로 불린다. '리틀 그린 맨'이란 스타트렉, X파일 같은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에 등장하는 외계인을 뜻하는 말이다. 푸른색 전투복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이런 명칭을 얻었다.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은 돌격 소총, 무음 저격총, 대전차 무기인 RPG-30, 대검, 야전삽 등으로 무장되어 있다. 전투 무술로는 러시아 국기(國技)인 '삼보'를 익힌다. 특히 야전삽이 흥미롭다. 러시아군은 전통적으로 백병전을 치를 때 삽을 애용해 왔다.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잔혹했던 1942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소련군은 야전삽을 들고 독일군과 엉켜붙어 백병전을 치렀다. 야전삽을 도끼처럼 휘둘러 독일군을 살상했다. 그 전통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다.

◇미·러 모두에게 좋은 '우크라이나 위기'

러시아군이 미군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정세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제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러시아를 달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에는 고차원적 전략이 숨어있는 듯하다. 바로 '적대적 공존'이다.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단행한다면 이는 전면전이 아닌 제한전이 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전면전은 상당히 버겁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긴장관계가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전략적 이익이 많다. 나토(NTA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결집력을 강화할 수 있고, 미국의 입김에서 빠져 나오려는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국가도 길들일 수있다. 유럽에서 러시아산을 밀어내고 미국산 천연가스를 대거 수출할 가능성도 높다. 다시 말해 우크라니아 위기는 바이든에게도, 푸틴에게도 좋은 기회인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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