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설익은 정치 尹-洪 충돌에… 최재형 등 터질 뻔

洪과 거리두고 尹-崔 원팀, 모순적 언어 아닌가
尹 최대경쟁자였던 洪 합류문제서 급히 틀어
洪 선대본 조건부 합류 이면에 '공천 요구' 논란
'측근 공천' 몰릴 뻔한 崔, 尹 황급히 건진 셈
지지에 '조건' 건 洪, 발설한 尹…모두 설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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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설익은 정치 尹-洪 충돌에… 최재형 등 터질 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전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갈무리.



국민의힘이 '원팀' 구호가 말뿐이었음을 몸소 입증하고 있다. 윤석열 당 대선후보가 예비경선 경쟁자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지난 20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뒤 "원팀정신.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애초 본경선 2위 후보로 낙마한 홍준표 의원의 중앙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 합류 여부 논란을 계기 삼아 만났는데, 홍 의원이 배제된 상황에서 원팀을 강조했다.

기성 정치권 언어대로라면 옛 최대 경쟁자와의 '대통합'을 의제 삼다가 '소통합' 이벤트로 황급히 마무리한 셈이다. 사실상 '팀에 안 들어온 사람만 빼고(?)' 원팀이라 표현한 것으로, 안 하느니만 못 해 보인다. 세대 갈등을 무기 삼으면서 세대통합론자를 자임하는 정치만큼이나 듣기에 어색한 대목이다. 가능하지 않고 의향도 없다면, 과감히 원팀이 아닌 다른 구호를 내세우는 편이 나아 보인다.

물론 홍 의원도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지난 19일 윤 후보의 '중앙선대본 상임고문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2시간30분 가량 만찬을 한 뒤 홍 의원은 지지자들과의 소통 창구 '청년의꿈'으로 자신이 사실상 '합류의 조건'을 건 사실을 전했다.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 △처가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으로 "이 두가지만 해소되면 선대본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불렀다. 이준석 당 대표가 20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 '처가 비리 엄단 선언'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금의 기조보다 후보가 더 낮게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후보 입장에서 다소 불쾌할 수 있다"고 했다. 전언을 토대로 "(양측에서) 살짝은 긴장이 흐른 대화였다"고도 했다. 홍 의원이 경선 이후로도 윤 후보의 자격을 문제 삼으면서 '처가 비리'를 거론해온 만큼 역린을 다시 건드렸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정운영 능력 담보 조치'도 머잖아 도마 위에 올랐다. 권영세 중앙선대본부장이 20일 오전 선대본-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사실상 홍 의원을 '당 지도자급 인사'로 지칭하며 "구태를 보이면 지도자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 자격도 인정 받지 못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데 이어, 정치권에서 홍 의원이 윤 후보와 독대한 자리에서 3·9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구 5곳 중 2곳의 공천 지분을 요구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다.

서울 종로구에 본경선 캠프에서 함께 했던 최 전 원장을, 대구 중·남구에 측근인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전략공천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취재진에게 "국민이 (윤 후보를) 불안해하니까"라며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 증거가 된다"고 말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그는 권 선대본부장에 '갈등 증폭' 책임을 돌리면서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나"라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 후보 측에서는 이양수 선대본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 나서 "(홍 의원으로부터) 공천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며 "하지만 추천해주신다 해서 무조건 공천이 되는 건 아니다"고 사실상 반박했다. '과거의 부패', '밀실 공천'을 벗어날 대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윤 후보 역시 "공정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해 위원회에 맡기고 저는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철벽을 쳤다.

이 무렵 최 전 원장은 언론을 통해 "윤 후보를 돕겠다는 것에 내가 무슨 조건을 단 것은 전혀 없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럽다"며 "홍 의원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종로 공천 요구)을 했는지, 내가 그런 걸 요구한 것처럼 비치는 게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해명하고 있었다. 이처럼 최 전 원장이 '측근 공천' 프레임에 갇힐 뻔한 상황에서, 같은 '정치입문자'로서 윤 후보가 호텔 회동으로 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회동 후 윤 후보는 최 전 원장의 '조건 없는 지지'에 만족감을 표하며, 종로 공천 요구설에도 함께 선을 그어줬다. 이에 발끈한 홍 의원은 21일 윤 후보를 겨냥 "공천 추천을 꼬투리 삼아 '윤핵관'을 앞세워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최 전 원장에는 "자신을 위해 사전 의논없이 공천 추천을 해줬는데 그걸 도리어 날 비난하는 수단으로 악용 하는데 이용당하는 사람도 한심하다"고 독설을 날렸다. 또 '선거캠프 참여 합의 무산'을 스스로 알렸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홍 의원이 원팀 대신 '거리두기' 대상으로 전락한 배경에 맥락은 있다. 경선 기간 숱한 충돌, 이후 내부비판을 거듭하다가 본선 선거운동 합류에까지 '조건'을 걸면서 공천권에 관여하려 한 것을 누구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윤 후보도 최대 경쟁자였던 홍 의원과 힘을 합치는 데 '진지한' 태도로 임했는지 의문이다. 직접 만남을 요청해 배석자 없이 '독대'한 자리에서, 홍 의원이 공개한 2개 조건 외의 내용이 발설됐다면 누구의 입을 통했는지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일각에선 윤 후보의 '정치 미숙'이라 꼬집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 한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공천 추천을 받아들이지 않고 침묵했어도 될 문제"라며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과 대화한 내용이 유출되는 경우가 없다. 앞으로 윤 후보와 내밀한 대화를 하려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결국 두 인물의 설익은 정치 태도가 만든 분란에, '정치신인 최재형'이 최대 피해자로 남을 뻔한 사건으로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설익은 정치 尹-洪 충돌에… 최재형 등 터질 뻔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만나 회동후 함께 회동결과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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