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온라인몰` 눈뜬 시장협동조합… 대형마트·장난감도서관 손님몰이

전국 최초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 입점 '상생·협력'
1층 전통시장·2층 대형마트… 손님 발길 닿는 곳마다 신명
온라인몰·배달 서비스 다른 시장보다 신속한 코로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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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온라인몰` 눈뜬 시장협동조합… 대형마트·장난감도서관 손님몰이
충남 당진에 위치한 당진전통시장. 1층엔 어시장과 식료품 시장, 2층엔 이마트 노브랜드, 장난감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문혜현 기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충남 당진전통시장


주차장, 아케이드 천장, 정비된 간판. 요즘 전통시장 '국룰'(국민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이라는 신조어)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뭔가 다르다. 1층엔 내가 아는 전통시장, 2층엔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다. 사람들은 1층에서 청과·수산·정육 제품을 사고 2층에서 생활용품 장보기에 나선다.

1974년에 문을 연 당진전통시장은 상설시장, 어시장, 정기시장, 청과시장으로 구분돼 있다. 매달 5, 10일로 열리는 오일장엔 서해바다에서 온 싱싱한 해산물과 육지에서 온 농산물이 어우러져 오는 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2000년 11월 서해대교 개통 뒤 서울과 가까워지고, 2012년엔 군에서 시로 승격돼 더 많은 관광객이 당일치기 여행으로 찾기도 한다.

하지만 공설시장의 한계는 분명했다. 대형마트가 근처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규제는 강화됐지만 농협 하나로마트 등 유력한 식료품점이 나타나는 것은 막지 못했다. 또 쿠팡·티몬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발달하면서 전통시장은 활로를 찾아야 했다. 당진전통시장은 오히려 대형마트와 손을 잡았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온라인몰` 눈뜬 시장협동조합… 대형마트·장난감도서관 손님몰이
당진시장 2층에 위치한 노브랜드와 장난감도서관. 3040 고객층 방문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문혜현 기자



◇규제만 답 아냐… 대형마트·장난감도서관으로 3040 손님몰이=당진전통시장은 전국 최초로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가 입점한 '상생·협력' 모델이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전통시장 주변에 들어설 수 없게 돼 있지만, 이번 모델을 통해 6년째 안정적인 상생을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제의 당진전통시장 상인회장은 "규제만이 정답이 아니다"라며 "처음 공산품만 파는 대기업이되 홍보나 MD 교육을 해줄 업체로 공고를 냈다. 많은 SSM(기업형슈퍼마켓)이 관심을 보였지만 조건을 보고 손을 거뒀다. 그나마 서울 중곡동 제일시장과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상생하고 있어 이마트에 러브콜을 보냈다. 새 건물이고, 사용료도 저렴한 2층에 노브랜드가 들어서는 최초 사례를 만들어보자고 1년을 설득했다. 그렇게 노브랜드가 2016년 입점했다"고 말했다.

당진전통시장은 오일장이 열리는 날만 해도 8000명에서 1만 명이 오간다. 저멀리 서태안·보령·홍성에서도 오는 사람들이 노브랜드도 거쳐가기 시작했다. 장날 외에 방문하는 젊은 고객층도 늘었고, 시장에 활기가 생겼다. 정 회장은 "2018년 고객 설문조사 결과 노브랜드를 이용하면서 시장을 이용한다는 답변이 90% 이상 나왔다. (시장에서 운영하는) 두 군데 주차장에서 입·출차 데이터를 본 결과 2016년부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공산품 대형마트 외에도 '장난감도서관'을 통해 유아 프로그램 운영, 장난감 대여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아이를 둔 사람들은 한달에 천 원을 내고 회원가입하면 장난감을 매주 빌릴 수 있다. 전국에서 56번째로 문을 연 당진전통시장 장난감도서관은 누적회원수가 1600명에 달한다. 또한 당진전통시장은 이마트로부터 상인 교류 및 경품 지원, 선진지 견학을 지원받고 있다. 당진전통시장의 상생사례는 전국적 벤치마킹으로 이어졌고, 전국엔 16개의 상생스토어가 있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온라인몰` 눈뜬 시장협동조합… 대형마트·장난감도서관 손님몰이
당진시장에서 운영하는 공유주방과 밀키트 제작소. 모든 주문과 생산은 이곳에서 이뤄진다. 원재료는 온전히 시장에서 공급한다. 문혜현 기자



◇상인회 협동조합, '밀키트' 직접 만든다=충남 최대의 5일장 및 종합품목판매시장인 당진전통시장은 자체 시장 브랜드인 '당찬한끼'라는 온라인몰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몰에선 신선식품, 간편식, 밀키트 등 시장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총 197개 상품이 등록돼 있고,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액 3억이라는 성과를 냈다. 순이익은 4000만원에 그쳤지만 당진전통시장은 이윤에 집중하지 않는 대신 상인들의 번영과 시장 활성화를 꿈꾸고 있다.

당진전통시장은 노브랜드 입점 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3년 짜리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따냈다. 젊은층을 타겟으로 환경 개선, 시장 홍보를 해왔지만 새로움이 필요했다. 이후 2년 짜리 중기부 '희망사업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면서 상인회는 온라인쇼핑몰을 열자고 결심했다. 2019년 상인회 임원 6명이 쌈짓돈을 꺼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당찬 당진' 슬로건을 따라 '당당하고 알찬 한끼'란 뜻의 '당찬한끼'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정 회장은 "젊은 층이 자주 오다 보니 불편을 호소했다. 소포장·배달 등 요구가 있었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처음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시와 함께 최대한 지원을 약속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작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해 9월 11일 당찬한끼는 240개 메뉴를 만들어 전국 고객을 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특화상품 개발 등에 난항을 빚었다. 따라서 당진 지역을 대상으로 품목별 인기 상품을 선별했고, 배달료 무료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 안에서 산 재료들을 소분해 판매하거나 주문을 받는대로 시장 재료를 가공해 도시락과 밀키트를 제작해 배송했다.

반응은 좋았다. 이후 현대제철 등 주변 기업들의 관심으로 상생협약을 맺어 판로를 늘려나갔다. 특히 당진 한국동서발전과 맺은 협약은 '윈-윈(win-win)' 구조다. 당진발전 직원들은 온누리상품권으로 당찬한끼에서 3만원 이상 구매하면 봉사포인트 1점을 받는다. 코로나19로 인사고과에 반영될 봉사점수를 얻지 못하게 된 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직원들은 매달 당찬한끼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집으로 편리하게 배송받는다.

당찬한끼 밀키트는 아동센터나 사회복지재단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복지기관들이 취약계층에 전달할 밀키트를 주문하면 당찬한끼가 생산해 배달하는 식이다. 1인 가구 들이 밀키트를 받고 SNS를 통해 요리 사진을 공유하는 등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복지재단, 사회단체에 당찬한끼가 알려지다보니 매출이 더 늘어났다"며 "(당찬한끼)오픈 후 1년 5개월 동안 성장했고, 당찬한끼 매출이 시장 소상공인 매출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당진전통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온라인몰과 배달 서비스를 준비했고, 다른 시장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유동인구를 비롯한 시장 성장세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정육점 상인은 "돼지고기를 납품하고 있다"며 "당찬한끼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정하게 판매되고 있진 않지만 꾸준히 재료를 사간다"고 밝혔다. 근처 수산품 판매 상인도 "가끔 재료를 사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근처에서 떡꼬치 등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상인은 "당찬한끼 도시락을 자주 구매한다. 가깝고 잘 아는 사이라 직접 가서 가져올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찬한끼는 최근 중기부 디지털전통시장 사업에 선정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점포들이 상품을 개발해 민간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게 최종 목표다. 20개 점포를 모아 1-2개 상품을 만들고 최소 5개 이상 상품이 들어서게 하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 정 회장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한의사가 추천하는 쌍화탕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당찬한끼 유지와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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