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소수 앞세운 `더 뜯자 vs 더 주자` 경쟁

여야 서로 세금·돈풀기 포퓰리즘 비판
'세금 걷는법-쓰는법' 구상은 극과 극
상위 표적과세, 기본소득 주자는 李
"재산권 위배" 종부세 집중 겨냥 尹
포퓰리즘 경계, 알맹이 보는 눈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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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소수 앞세운 `더 뜯자 vs 더 주자` 경쟁
지난 11월10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주최 글로벌인재포럼2021행사에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함께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요즘 여야 대선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언론 보도 등에서 '선심성 공약 남발'이라는 비판이 잦다. 여야 '빅2'에 대해 '돈 풀기 포퓰리즘', '국가재정 우려 결여', 나아가 '내로남불'이라고 싸잡는 논리가 주로 등장한다. 비판 중에서도 전형적인 '양비론'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극명하게 다른 입장들까지 '다를 게 없다' 규정하거나, 본예산 편성 규모와 국가채무 규모를 수백조씩 끌어올린 '현재 권력'에겐 들이대지 않던 잣대를 미래 권력 후보군에게만 적용하는 게 책임 있는 비판처럼 보이지 않는다. 양비론이 지나치면 유권자 선택 방해로 귀결될 수도 있다.

여야 빅2는 대체로 '세금을 어떻게 걷어 어떻게 쓸 것이냐'는 구상에서 상반된 입장을 견지해왔다. '기본 시리즈'로 이름을 떨쳐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소수의 상위 n%에게 걷어 나머지 하위계층 또는 전(全)국민에게 주자'는 논리에서 근거를 찾아왔다. 부정하게 가진 자의 주머니를 털어 불특정 다수에게 돌려준다(?)는 현대판 의적(義賊)을 방불케 하는 입장이 일관된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상위 10%를 겨냥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전국민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이른바 '부동산 불로소득(노동 없이 벌어들이는 소득)'을 거둬들여 전국민에게 고루 쥐어 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전국민 90% 수혜"라고 전제하며 "토지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볼까봐 기본소득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언론과 부패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단언했다.

상위 10%에 이어 1.7%도 나왔다. 이 후보는 1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염두에 둔 전면 재검토 주장에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 기준 (기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아진 결과 실제로 종부세를 낼 1주택자는 1.7%뿐"이라며 "이 1.7% 안에 윤 후보 부부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종부세 과세 대상 1가구 1주택자는 전국 약 76만명 중 9만4000명(국회예산정책처 기준)으로 추산되지만, 이 후보는 한층 좁은 1.7%(약 1만3000명)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에 시세 30억원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의, 그것도 장기보유 혜택으로 110만 원 내는 세금부터 깎아주자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면서 "대안은 종부세 폐지를 통한 부자 감세가 아니라 제가 말씀드린 국토보유세"라고 했다. 여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에 초과세수 확보 압박까지 불사했다가 사실상 포기한 전국민 추가 재난지원금도 '모두에게 준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반면 윤 후보는 세금은 보편적으로 거둬들이되, 소수·약자에게 두텁게 지원하자는 상반된 논리를 펴왔다. 최근 여야 동시 비난 소재가 된 코로나19 확산·방역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손실보상 50조원 투입'도 그 연장이다. 윤 후보는 독자 대선행보 중이던 지난 7월12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곤란에 처한 식당 주인을 만나 "국회에서 논의 중인 33조원에 이르는 이번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선심성 퍼주기가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충분한 손실보상과 피해 계층에게 빈틈없이 두텁게 지원되도록 쓰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틀 뒤(7월14일) 한 일간지 인터뷰에선 정부의 '하위 88% 재난지원금' 대책을 비판하며 "정책목표를 세워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급 대상을 특정해 집중 지원하는 게 낫다"고 했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경제주체에게 세금이란 건 경제활동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며 "(세금을) 걷어서 (도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해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이는 포퓰리즘이 뜻하는 '인기영합주의'라기보단, 인기를 떨어뜨리는 '본인 리스크'로 구설에 오른 발언 중 하나였다. 윤 후보의 종부세 입장도 6월29일 대권 도전 선언 기자회견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종부세 상위 2%로 상향시키고 안 시키고가 큰 문제가 아니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종부세 여론이 안좋으니 '최고 부자들에게 때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말고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것에서 변치 않고 있다. 그는 종부세 고지서 발송에 앞서 지난 14일 세금 폭탄을 거론, "종부세는 납세 대상자의 수가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재산세와 동일한 세원(과세 대상 주택)에 대한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재산권보장원칙 위반, 과잉금지의 문제 등이 쟁점"이라고 짚기도 했다.

한편 윤 후보가 '접수'한 국민의힘 내에선 정강정책 내 '기본소득'을 중위소득 50% 이하 상대적 빈곤계층을 타겟으로 한 '빈곤제로'로 풀어내자는 움직임(박수영 의원 등)도 일고 있다. 최근 포퓰리즘 경계론이 확산 된 건 유의미하지만, 여야의 공약 알맹이와 배경까지 짚는 수준으로 비판 논리가 발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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