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화 한국지적학회 회장·대구대 교수
![[포럼] 기술혁신은 치열한 시행착오의 산물](http://contents.dt.co.kr/images/202111/2021111902102369036001[1].jpg "[포럼] 기술혁신은 치열한 시행착오의 산물")
실제로 카카오와 네이버는 기존 네트워크인 모바일 메신저와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선점했다. 카카오톡의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하며, 이를 기반으로 2021년 상반기에 158개의 계열사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되는 아마존, 구글,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았다. 이 경쟁의 본질은 혁신적 플랫폼을 만들어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누구의 기술이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에서 승리할 경우 미래 시장의 지배권을 거머쥐게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넘어서면 급격한 지배력이 생기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힘입어 그동안 축적해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의 대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존 게임의 룰로 생존해왔던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처럼 혁신 기술을 접할 때마다 놀라운 아이디어에 감탄할 때가 많다. 이달 초에 한국지적학회·한국지리정보학회·한국측량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추계학술대회에서도 공간정보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 VR, 3D 프린팅 기술들을 공유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누군가 하룻밤 새 만들어낸 것이 결코 아니다.
아이디어에 착안해 기술을 접목시켜 현실에 적용해보고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도전적 시행착오를 감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평판에서 도면전산화에 의한 전자평판, 토탈시스템, GNSS, 드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코로나 상황에 맞는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가 구현되고 국민들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던 지적서비스 기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최근에 개최한 '지적측량 혁신경진대회'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 여겼다. 모든 아이디어가 현장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공기관의 혁신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 국내 지적·공간정보기술이 해외시장에서 빛을 보고 있다. 18종으로 분산된 부동산 관련 공부를 1종으로 통합 관리하는 '일사편리'는 세계 최초의 선진 토지행정 서비스다. 모든 토지정보를 신속·정확하게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통합·관리하는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 역시 K-한류의 또 다른 축이다.
한국 정부가 UN이 발표하는 전자정부 평가에서 매년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이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최근엔 해외건설시장에도 가상세계에 디지털 쌍둥이를 만드는 '디지털 트윈' 등 공간정보기술이 접목되면서 패키지형 진출이 검토되는 추세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토대로 성공 모델과 표준으로 만들려면 새로운 협력 모델과 연결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를 바탕으로 혁신기술의 시행착오를 축적하고 이것이 혁신성과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혹은 공공기관의 일관된 지원과 협력은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혁신생태계에선 이런 스케일업 과정을 뒷받침해주는 지원이 마르는 경우가 많다. 인내자본은 모든 혁신기술과 신산업을 싹트게 하는 원천이다. 도전적 시행착오가 사장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때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