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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칼럼] `바보 이반`의 텅 빈 곳간, 누가 훔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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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박양수 칼럼] `바보 이반`의 텅 빈 곳간, 누가 훔쳤나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이쯤 되면 선거판이 아니라 '돈판'이다. 한번 무너진 둑이니 다시 되돌릴 방법도 눈에 안 보인다. 대선을 4개월 가량 앞두고 정부 여당이 또다시 '돈 풀기 선거'를 준비 중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의 후폭풍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밀리기 시작하니 '대 국민 지원금 살포'가 더욱 간절해진 모양이다.

이름만 또 달라졌다. 속성을 보면 총선 지원금, 보궐선거 지원금, 대선 지원금으로 불러야 마땅하다. 그런데 겉 모양은 '재난지원금'이니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진작용 지원금' '방역 지원금' 등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된다. 명분은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고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대책이란 걸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눈 속이기에 도가 튼 정부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데도 아닌 척 시치미를 뗀다. 기승전결 전개 방식도 살짝 살짝 바뀔 뿐 언제나 답은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처음에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재정을 너무 쉽게 본다"며 버티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결국은 여당의 의도대로 진행될 게 뻔하다. 경제계에서 홍 부총리를 '홍백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눈치가 없어서인지, 여당에서 추진하는 각종 경제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결국 물러서고 마니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홍패싱'이란 별명도 정부 여당의 주요 정책추진 과정에서 무시당하며 붙게 됐다.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위신이 영 말이 아니다.

국민의식이 그리 높지 않던 시절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가 기승을 부렸다. 선거판 뒤에선 쉬쉬하며 돈봉투가 오고갔다. 그런데 민주화를 부르짖었다는 정권에선 대명천지에 아예 대놓고 "우리 당 후보를 찍으면 전 국민에게 돈을 준다"고 공개적으로 매표 행위를 한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공짜 돈'을 받는 데 무감각해져 간다는 사실이다. 한번 맛본 공돈의 달콤한 기억이 국민의 윤리의식, 도덕성을 타락시킨다. 지난해 1차 지원금 지급 당시 '전 국민 지급' 찬성이 30%대였던 게, 올 초에는 60%대로 높아졌다. 재난기본 소득은 경제적 효과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돈을 풀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난 기본소득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설이다.

문 정부는 툭하면 곳간 타령이다. 이재명 후보도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초과 세수가 40조원"이라며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고 있는데 곳간에 쌀을 잔뜩 비축해두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했다. "나라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는 이유가 뭐냐"고 묻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이 후보의 '꽉꽉 채워진 곳간'이 어느 나라 곳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문 정부의 곳간은 이미 텅텅 빈 상태다.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과 세금으로 정책 실패를 메우는 행태가 반복되다보니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됐다. 지난 4년 간 국가부채가 400조원가량 늘어나면서,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의 문이 열릴 판이다. 눈에 보이는 실상을 거꾸로 뒤집어 반복해서 얘기함으로써 믿게 만드는 전형적인 궤변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결재한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사건에서도 자신에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경실련에 의하면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대박 신화를 이룬 화천대유가 획득한 1조8000억원의 이익 중 공공환수된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데도, 이 후보는 공공이익 환수만 자신의 치적으로 침소봉대한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단편소설 '바보 이반'에 등장하는 악마는 주인공 이반과 국민을 타락시키려고, 갖은 방법으로 유혹한다. 신사로 변신한 악마가 금화를 나눠주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자 "머리로 일해야 한다"며 연설하다가 연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가 깨져 죽고 만다는 게 얘기의 줄거리다.

대선용 방역지원금 예산을 둘러싼 당정간 충돌이 볼썽사납다. 국민의 60%가량이 반대하는 데도, 달라고 하지 않는 데도, 전국민 일상 회복 지원금이란 미명하에 1인당 20만 원씩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대가리'가 깨질 일이다. 극단적인 정의는 극단적인 불의로 귀결될 수 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나오는 경고문이다.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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